랩과 춤으로 시리아 전쟁을 말할 수 있을까 | MovieLAB LAB

시리아 내전을 다루는 영화에 랩과 군무가 나온다. 〈로스트 인 시리아〉는 전투의 위험을 거칠게 보여주다가도 노래로 인물의 감정을 쏟아낸다. 전쟁영화에 잠깐 뮤직비디오를 끼워 넣은…

랩과 춤으로 시리아 전쟁을 말할 수 있을까 | MovieLAB LAB

시리아 내전을 다루는 영화에 랩과 군무가 나온다. 〈로스트 인 시리아〉는 전투의 위험을 거칠게 보여주다가도 노래로 인물의 감정을 쏟아낸다. 전쟁영화에 잠깐 뮤직비디오를 끼워 넣은 듯 낯설게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이끄는 청년이 어떤 삶을 살다가 전쟁에 휘말렸는지 알고 나면, 음악이 왜 필요한지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벨기에에서 살던 카말(아부배크르 벤세이히)은 시리아 사람들을 돕겠다는 생각으로 떠났다가 극단주의 무장조직 IS에 붙잡힌다. 집에 남은 어린 동생 나심(아미르 엘 아르비)에게는 형을 만나게 해주겠다는 사람들이 접근한다. 어머니 레일라(루브나 아자발)는 둘째까지 잃을까 두렵다. 한 청년이 전장에 갇힌 이야기와, 남아 있는 가족이 그 전쟁에 끌려드는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된다.

오토바이에 함께 앉은 두 청년

형이 있는 곳으로 데려다주겠다는 말

카말은 낯선 곳에서 자기 뜻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된다. 반면 벨기에의 나심에게는 형이 있는 곳에 가면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약속이 주어진다. 관객은 두 곳을 번갈아 보기 때문에, 소년이 듣는 말과 그가 도착하게 될 현실 사이의 차이를 안다. 나심이 형을 그리워할수록 그 마음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말이 더 위태롭게 들린다.

공동 연출한 아딜 엘 아르비와 빌랄 팔라는 벨기에에서 자란 모로코계 감독들이다. 이들은 주변 청년들이 시리아로 떠나던 시기를 겪었고, 여러 가족의 이야기를 조사해 영화를 만들었다. 특정 한 집안의 사연을 그대로 재현한 작품은 아니다. 가까운 곳에서 벌어진 일을 이해하려는 조사에서 이 가족의 이야기가 나왔다.

레일라가 싸워야 하는 상대는 멀리 있는 무장조직만이 아니다. 동생을 잘 이해하는 척 다가와 형을 만날 길을 알려주겠다는 말이 이미 아이의 일상에 들어와 있다. 형제가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가족을 지키는 힘이 되기는커녕, 아이를 데려가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다. 그 때문에 이 영화에서는 벨기에에 남아 있는 집도 안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서로를 끌어안은 두 사람

카메라를 든 청년이 찍어야 하는 것

시리아에서 카말은 IS의 폭력을 촬영하는 일에 동원된다. 그가 돕고 싶었던 사람들과 자신이 찍어야 하는 광경 사이에는 끔찍한 차이가 있다. 카메라를 든다는 것이 이곳에서는 현장을 기록하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선전물을 만드는 일에 가담하게 되는 것이다.

그 상황에서 카말을 단순한 구경꾼으로만 볼 수는 없다. 강압 아래 놓인 처지와 그가 만드는 영상의 폭력성이 함께 존재한다.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이미 한 일이 없어지지도 않는다. 영화가 가족의 사연을 따라가는 동안에도 전장의 피해를 외면할 수 없는 이유다.

같은 인물을 카메라 앞과 뒤에서 보게 되면서 영상의 위력도 실감하게 된다. 화면에 담긴 모습을 본 사람이 그 장면이 만들어진 조건까지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사자가 두려움 속에서 버티는 동안에도 그 이미지는 강하고 확신에 찬 모습으로 이용될 수 있다. 이 영화가 형의 상황과 동생의 동경을 함께 보여주는 구성은 그 위험을 더 선명하게 만든다.

청년의 꿈과 좌절을 들려주는 랩

카말을 연기한 아부배크르 벤세이히는 래퍼이기도 하며, 영화에서 부르는 곡의 가사를 직접 썼다. 랩을 하는 몸에는 전장에 갇힌 사람이라는 설명만으로는 보이지 않던 활력이 있다. 어디론가 떠나 자기 몫의 삶을 만들고 싶었던 청년의 조급함과 욕망이 노래에 실린다. 영화는 그가 겪는 일뿐 아니라 어떤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었는지도 들려준다.

감독들은 음악을 금지하고 억압하는 IS와, 풍부한 음악 문화를 가진 사람들을 구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음악을 쓰는 선택에는 그래서 표현 방식 이상의 의미가 있다. 같은 언어나 종교적 배경을 가졌다는 이유로 무장조직과 그 폭력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하나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의 삶을 폭력의 이미지로만 기억하지 않게 하는 소리도 필요했다.

물론 거친 전투 장면과 크게 감정을 터뜨리는 뮤지컬 장면의 전환은 매끄럽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로스트 인 시리아〉는 그 차이를 감추기보다 두 형식을 한 영화에 밀어 넣는다. 사건의 진행을 따라가던 관객을 잠시 멈춰 세우고, 인물들이 말로 다 설명하지 못한 감정을 노래로 듣게 한다. 전쟁의 사실만큼 그 안에 들어간 사람이 무엇을 잃는지도 중요하다는 선택이다.

영화를 본 뒤 카말을 떠올릴 때 총을 든 모습만 남지 않는다면, 음악은 제 몫을 한 셈이다. 형을 기다리는 동생과 아들을 되찾으려는 어머니도 함께 생각날 것이다. 전쟁에 휘말린 한 가족을 뉴스 속 분류로 남겨두지 않으려는 영화다. 이 낯선 전쟁 뮤지컬의 힘은 폭력에 휘말린 인물들의 노래와 가족 이야기를 끝까지 들려주는 데 있다.

관련 작품

◆ 〈이오 카피타노〉 (2023, 마테오 가로네) — 더 나은 삶을 바라며 떠난 소년들이 국경을 넘으며 겪는 일을 따라간다. 출발할 때의 꿈과 도착하기까지의 현실 사이에 놓인 큰 차이를 사람의 얼굴과 환상으로 함께 보여준다.

◆ 〈파편들의 집〉 (2022, 시몬 레렝 빌몽) — 분쟁의 영향을 받는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아이들이 지내는 쉼터를 기록한다. 전쟁을 전투 현장 밖의 가족과 돌봄에서 바라볼 수 있다. 아이가 안전하게 지낼 관계를 누가 지켜줄 것인지 생각하게 하는 다큐멘터리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