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다노는 왜 첫 감독작에 출연하지 않았을까 | MovieLAB LAB

폴 다노는 첫 감독작 〈와일드라이프〉에 출연할 생각이 없었다. 카메라를 고르고, 함께 일할 사람을 만나고, 영화 속 공간을 만드는 일이 기대됐다. 배울 것이 너무 많아 연기까지 …

폴 다노는 왜 첫 감독작에 출연하지 않았을까 | MovieLAB LAB

폴 다노는 첫 감독작 〈와일드라이프〉에 출연할 생각이 없었다. 카메라를 고르고, 함께 일할 사람을 만나고, 영화 속 공간을 만드는 일이 기대됐다. 배울 것이 너무 많아 연기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한다. 오래 배우로 일했어도 감독의 자리는 처음이었다. 그가 익숙한 일을 잠시 내려놓고 만들고 싶었던 것은, 부모가 서로 낯설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소년의 이야기였다.

사랑하는 가족 안에서도 모르는 일이 생긴다

다노가 리처드 포드의 소설을 읽고 붙잡힌 것은 가족 안의 사랑과 혼란이 한꺼번에 그려진다는 점이었다. 그는 자신의 집에서도 두 가지를 모두 겪었다고 설명했다. 서로 사랑한다는 사실이 있다고 해서 집 안의 불안을 다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노는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들 수 있을지 한동안 생각했고, 구체적인 이미지가 떠오른 뒤에야 각색에 나섰다.

영화 속 가족은 1960년대 몬태나에 산다. 열네 살 조의 아버지 제리는 일자리를 잃고 산불 진화 작업에 합류한다. 집에 남은 조는 어머니 지넷이 이전과 다르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부모에게도 조가 모르는 삶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시기다. 아이에게는 아버지가 떠난 이유도, 어머니가 원하는 것도 한꺼번에 이해하기 어렵다.

이때 어머니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조의 처지와, 어머니에게 이해할 만한 사정이 없다는 판단은 구별해야 한다. 조가 아는 것만으로 부모의 사정을 다 알 수는 없다. 공동 각본을 쓴 조이 카잔은 부모를 알아가기 위해 실제 영화에 넣을 것보다 더 많은 장면을 써보았다고 말했다. 화면에 모두 나오지 않는 삶까지 생각해두는 일이었다.

《Wildlife》 스틸. 사진관 장면의 부모 — 지넷(캐리 멀리건)과 제리(제이크 질렌할).

머릿속에 보이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건넬 때

다노의 첫 각본은 머릿속의 영화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에 부족했다. 카잔은 그가 떠올린 이미지가 글에서도 전달되도록 돕기 시작했다. 한 사람이 초고를 쓰면 다른 사람이 의견을 달고, 다시 고친 원고를 넘겨받았다. 약 3년 동안 이어진 작업이었다. 한쪽이 써놓은 것을 다른 쪽에서 다시 들여다볼 때마다, 가족을 보여주는 방식도 달라졌다.

함께 고치면서 아버지가 집에 머무는 시간도 달라졌다. 소설에서는 제리가 비교적 일찍 떠나지만, 두 사람은 영화에서 세 식구가 함께 있는 모습을 더 보여주기로 했다. 그래야 아버지가 떠난 뒤 무엇이 달라지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집이 흔들리는 이야기를 서두르기보다, 우선 그 집에 살던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볼 시간을 마련한 셈이다.

다노가 어떤 장면을 선명하게 떠올리는 것과 그 장면이 영화 안에서 필요한 자리를 찾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카잔과 원고를 주고받으며 그는 자신에게 이미 익숙한 가족을 다른 사람이 처음 만나는 순서로 다시 구성했다. 감독이 된다는 것은 마음속 영화를 그대로 꺼내놓는 일만은 아니었다. 함께 만드는 사람이 질문할 수 있도록 먼저 설명하는 일도 필요했다.

다른 감독의 현장에서 남은 두 가지 기억

다노가 배우로 일하며 본 감독들의 선택은 그때 쓸 만한 경험이었다. 〈데어 윌 비 블러드〉 촬영장에서 폴 토머스 앤더슨은 기름이 원하는 모습으로 흘러내릴 때까지 기다렸다. 시간이 들고 비용이 나가는 현장에서도 그 장면에 필요한 모습을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다노는 이를 감독으로서 돌아본 기억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드니 빌뇌브와 작업한 〈프리즈너스〉에서는 다른 순간이 남았다. 갑자기 관객을 놀라게 하는 장면을 찍다가, 빌뇌브는 그대로 가면 맞지 않겠다고 판단했다. 촬영을 멈추고 의논한 뒤 장면을 바꿨고, 다노는 그 결과 인물의 도덕적 문제에 더 가까워졌다고 설명했다. 한 현장에서는 기다렸고 다른 현장에서는 방향을 바꿨다. 고집해야 할 것과 고쳐야 할 것을 매번 판단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은 것이다.

다노는 배우로 현장에 있을 때는 자신이 맡은 인물에 집중했다고 말한다. 감독들을 곁에서 봤다는 이유로 카메라를 다루는 법까지 저절로 익힌 것은 아니었다. 〈와일드라이프〉에서는 촬영감독 디에고 가르시아를 비롯한 동료들과 구체적인 화면을 만들었다. 이전에 봤던 좋은 선택은 참고가 될 수 있어도, 이번 영화에서 무엇을 선택할지는 새로 결정해야 했다.

《Wildlife》의 한 장면

소년의 속마음을 말로 다 알려주지 않고

소설의 조는 시간이 지난 뒤 가족의 일을 돌아본다. 영화의 조에게는 그만큼의 시간이 아직 없다. 카잔은 원작의 문장을 내레이션으로 살려볼 생각도 했지만, 결국 일찍 덜어냈다고 설명했다. 어른이 되어 이해한 말을 들려주는 대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잘 모르는 아이와 같은 시간에 머물기로 한 것이다.

조가 집의 변기를 고치려는 장면은 다노가 각색 과정에서 더한 것이다. 부모 사이의 일을 해결할 방법은 모르지만, 집 안에서 고장 난 것은 고쳐볼 수 있다. 가족을 돕고 싶어 하는 마음과 아들이 할 수 있는 일의 한계가 함께 드러난다.

다노는 각본의 말은 구체적으로 정해두되, 같은 대사로도 배우가 다르게 연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캐리 멀리건이 맡은 지넷과 제이크 질렌할이 맡은 제리는 조에게 부모이면서 각자 다른 욕망을 가진 사람이다. 한쪽을 이해했다고 다른 쪽의 사정까지 저절로 풀리지는 않는다. 아들의 눈으로 보던 집에, 부모 두 사람의 삶도 따로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Wildlife》의 한 장면

지금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

가족을 다룬 영화에서 갈등의 원인을 빨리 알아차리면 마음이 편해질 때가 있다. 누구의 잘못인지 정하면 나머지 사람의 편을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와일드라이프〉는 부모를 바라보는 아이 곁에서 그 판단을 서두르지 않게 한다. 자기 집 안에서도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다는 처지가 구체적인 행동으로 드러난다. 다노가 왜 이 이야기를 첫 영화로 골랐는지, 소년이 해보려는 작은 일에서부터 이해할 수 있다.

감상 포인트

아버지가 떠나기 전의 집 — 세 식구가 함께 있을 때의 대화와 자리를 살펴보자. 제리가 떠난 뒤의 변화만 따라갈 때보다, 조가 어떤 생활을 붙잡고 싶어 하는지 구체적으로 보인다.

조가 직접 해보는 일 — 변기를 고치려는 행동처럼, 아이가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는 순간을 보자.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과 부모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처지가 한 행동에 함께 담겨 있다.

설명보다 먼저 다가오는 부모의 행동 — 조가 부모의 행동을 보고도 뜻을 알 수 없는 순간에 잠시 머물러보자. 나중 일을 아는 어른의 해설이 없어서, 아이가 가족을 알아가는 과정에도 불확실함이 남는다.

부모의 다툼에 대답해야 하는 아이 — 제리가 산불을 끄러 떠나겠다고 알릴 때, 지넷은 아들에게 아버지를 말려달라고 하고 제리는 조의 생각을 묻는다. 조는 무슨 일인지 되묻는데 두 사람은 이미 아들의 의견을 원한다. 상황을 이해할 시간도 부족한 아이에게 부모 사이의 판단까지 맡겨지는 대화를 들어보자.

관련 작품

〈체실 비치에서〉 (2018, 도미닉 쿡) —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이 결혼 첫날밤을 맞는다. 사랑한다는 마음만으로는 상대의 두려움을 다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이어 볼 만하다. 이언 매큐언이 자신의 소설을 각색했다.

〈코르사주〉 (2022, 마리 크로이처) — 황후 엘리자베트에게 요구되는 모습과 그가 원하는 삶이 어긋난다. 아내나 어머니라는 자리만으로 한 사람을 설명할 수 없다는 점에서 지넷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