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끊으려는 남자 곁에, 다시 만날 사람이 있다 | MovieLAB LAB

휠체어를 탄 남자 곁에 긴 머리와 수염을 기른 남자가 앉아 있다. 호아킨 피닉스가 맡은 만화가 존 캘러한, 그리고 조나 힐이 연기하는 도니다. 돈 워리에서 도니는 술을 끊으려는 …

술을 끊으려는 남자 곁에, 다시 만날 사람이 있다 | MovieLAB LAB

휠체어를 탄 남자 곁에 긴 머리와 수염을 기른 남자가 앉아 있다. 호아킨 피닉스가 맡은 만화가 존 캘러한, 그리고 조나 힐이 연기하는 도니다. 돈 워리에서 도니는 술을 끊으려는 캘러한을 돕는다. 영화의 주인공은 캘러한인데, 편집을 하던 거스 밴 샌트는 도니가 너무 늦게 등장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도니를 더 일찍 만나고, 영화가 끝날 때까지 자주 떠올릴 수 있도록 장면 순서를 다시 짰다.

한 사람의 회복을 찍다 보니 그 곁에 앉아 있는 사람의 비중이 커진 것이다. 밴 샌트가 이 전기영화에서 붙든 것은 유명한 만화가가 되는 과정만이 아니다. 자기 사정을 남에게 말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 모임에 나오는 생활이다. 술을 끊겠다는 결심을 혼자 해도 그 결심을 지키는 시간까지 혼자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영화 안에 자리 잡는다.

이웃의 인생에서 무엇을 고를까

돈 워리의 한 장면 — 하와이안 셔츠 차림으로 거리에 선 남자

밴 샌트에게 캘러한은 책 속에서만 만난 인물이 아니었다. 포틀랜드에서 휠체어로 거리를 빠르게 지나가는 모습과 만화로 알려진 이웃이었다. 감독은 술을 끊은 뒤의 캘러한을 알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가 술을 마시던 시절을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었다.

굿 윌 헌팅을 함께 만든 로빈 윌리엄스가 캘러한의 자서전 판권을 확보하면서 영화화 논의가 시작됐다. 당시에는 윌리엄스가 주연을 맡을 예정이었지만 제작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밴 샌트는 훗날 이 이야기를 다시 준비하면서 어린 시절부터 유명해진 뒤까지의 인생을 모두 담는 구상에서 벗어났다. 캘러한이 술을 끊는 과정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는 캘러한이 자기 삶을 설명할 때 금주가 늘 중심에 있었다고 말했다. 사고로 휠체어를 사용하게 된 뒤에도 술 문제는 남아 있었다. 눈에 띄는 사고가 인생의 모든 문제를 대신 설명해주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영화가 사고 전후를 오가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몸에 일어난 변화와 살아가는 방식의 변화를 따로 볼 필요가 있다.

재능 있는 사람이 역경을 딛고 이름을 알리는 이야기는 한 줄로 정리하기 쉽다. 그러나 술을 마시지 않는 하루를 이어가는 과정은 만화가 처음 신문에 실리는 날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시간을 고른 덕분에 영화 안에는 성공을 알리는 장면 못지않게 사람들과 둘러앉아 있는 장면이 필요해진다.

약을 구하던 무리에서, 술을 끊으려는 모임으로

밴 샌트가 중독에 빠진 사람들을 찍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드러그스토어 카우보이에서는 맷 딜런이 연기하는 밥과 동료들이 약국을 털며 돌아다닌다. 다음 약을 구하는 일이 하루의 계획이 되고, 함께 있는 사람들도 그 계획에 묶인다. 1989년의 이 영화가 보여주는 무리는 서로의 생활을 알고 있으면서 같은 위험 속에 머무는 사람들이다.

돈 워리에서도 인물은 혼자 떨어져 있지 않다. 다만 이번에 그를 둘러싼 사람들은 술 없는 생활을 이어가려는 이들이다. 함께 모이는 목적이 달라지면서 이야기를 주고받는 이유도 달라진다. 문제가 없는 사람들 앞에서 자기 실패를 고백하는 자리가 아니라, 저마다 문제를 안고 온 사람들 사이에서 자기 이야기를 꺼내는 자리가 된다.

캘러한에게 필요한 도움은 누군가 자기 시간을 내고 다음에도 다시 말을 들어줄 때 생긴다. 밴 샌트가 돌아보는 도시에는 약을 구하는 생활도, 그 생활에서 빠져나오려는 모임도 있다. 한 도시를 오래 찍은 감독의 관심은 그 안에서 사람들이 서로에게 무엇이 되는지로 이어진다.

도니가 돌아오는 간격

돈 워리의 한 장면

도니는 자신의 생활을 가진 인물인 동시에 캘러한이 다시 찾아갈 수 있는 사람이다. 밴 샌트는 조나 힐이 인물을 세세하게 만들어갔고, 모임을 이끄는 자리에서도 중심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캘러한의 격한 감정이 쏟아질 때마다 영화 전체가 같은 격앙에 휩쓸리지 않도록, 그 말을 받는 다른 사람이 필요하다.

함께 편집한 데이비드 마크스는 도니와 처음 만나는 장면을 앞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영화를 지탱한다는 것을 편집 중에 더 분명히 알게 된 것이다. 도니가 나오는 장면들을 한곳에 몰아두지 않고 나누어 배치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관객이 그의 존재를 오래 잊지 않게 하려는 선택이다.

이 편집은 시간이 뒤섞여 있다는 인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사고 전의 캘러한을 보고 있을 때도 그가 나중에 누군가에게 자기 일을 털어놓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술을 마시던 때와 모임에 앉아 있는 때가 완전히 끊어진 두 인생은 아니다. 이미 본 과거가 다음 고백을 이해하게 하고, 그 고백이 다시 과거를 돌아보게 한다.

모임에서는 말을 하는 사람만큼 듣는 사람도 보인다. 마크스는 여러 인물 가운데 누구도 잊히지 않도록 신경 썼다고 설명했다. 어떤 농담은 말한 사람의 얼굴 대신 그 말을 듣는 사람의 반응 위에 실렸다. 한 사람이 겪은 일을 말할 때 다른 이들이 어떻게 함께 있는지, 편집은 그 작고 구체적인 관계까지 고른다.

농담을 한다고 괜찮아진 것은 아니다

캘러한은 자기 이야기를 웃기게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그 웃음이 술 문제를 저절로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밴 샌트는 캘러한이 금주에 관해 아주 재미있게 말하면서도 그것을 진지하게 지켰다고 회고했다. 무거운 이야기를 농담으로 풀 수 있다는 능력과, 그 문제를 견디는 일은 함께 존재한다.

모임의 레바를 맡은 가수 베스 디토를 고를 때도 감독은 정해진 대사를 매끄럽게 읽는 능력만 보지 않았다. 디토가 인물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이 재미있어서 함께할 방법을 찾았다고 한다. 밴 샌트가 영화에 들이고 싶었던 것은 그 사람이 인물을 설명할 때 드러나는 활기였다.

돈 워리의 유머는 힘든 사람이 계속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어야 한다는 기대를 흐트러뜨린다. 웃기고, 짜증을 내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를 망설이는 모습이 한 사람 안에 있다. 그 가운데 마음에 드는 표정만 고르지 않고 곁에 머무는 사람들이 있기에 회복이라는 말도 조금 덜 추상적으로 들린다.

돈 워리 홍보용 키아트 — 영화 속 장면 네 컷을 이어 붙인 이미지

지금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

한 번의 큰 사건으로 사람이 달라지는 이야기보다, 달라지려는 사람이 누구를 다시 만나는지에 관심이 가는 영화다. 밴 샌트는 캘러한의 성공 이력을 채우는 대신 모임으로 돌아갈 시간을 남겼다. 그의 영화를 오래 보아온 사람에게는 같은 도시에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방식이 달라지는 것이,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는 한 남자의 재치와 까다로움을 함께 받아내는 얼굴들이 볼거리다.

감상 포인트

사고와 금주 사이의 시간
몸에 큰 변화가 생겼다고 오래된 습관까지 바로 사라지지는 않는다. 사고 이전과 이후를 오갈 때, 캘러한의 생활에서 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여전히 남아 있는지 볼 만하다. 회복을 한 번의 결심으로 묶기 어려운 이유가 그 사이에 있다.

다시 등장하는 도니
캘러한이 다른 곳에서 시간을 보낸 뒤 도니에게 돌아올 때 대화의 사정도 달라져 있다. 도니를 필요한 답을 알려주는 사람으로만 보지 않고, 주인공이 계속 관계를 맺어야 하는 사람으로 볼 수 있다.

말하는 사람 옆의 얼굴
모임에서 한 사람이 자기 이야기를 할 때 화면은 다른 참석자에게도 자리를 준다. 농담을 듣는 표정과 이어지는 말이 그 모임의 분위기를 만든다. 주인공의 독백만 따라가면 놓치기 쉬운 부분이다.

웃음이 끝난 뒤에도 남는 일
캘러한의 농담이 재미있어도 그가 겪는 불편과 주변 사람들의 수고는 사라지지 않는다. 재치를 곧 회복의 완성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때, 그가 다음 모임에도 나와야 하는 이유가 더 분명해진다.

관련 작품

와일드라이프 (2018)
가족이 흔들리는 시간을 아들의 자리에서 지켜본다. 어른들이 자기 상황을 설명하는 말과, 곁의 아이가 그 말을 받아내는 경험이 다르다. 돈 워리의 모임에서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을 함께 보았다면, 이 가족의 대화도 달리 들릴 수 있다.

타인의 친절 (2019)
폭력적인 남편을 피해 아이들과 뉴욕에 온 여자가 낯선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다. 식당은 일자리이자 몸을 피할 장소, 서로의 사정을 알게 되는 자리가 된다. 돈 워리의 모임처럼, 도움을 준다는 말이 구체적인 장소와 시간으로 이어질 때 생기는 관계를 볼 수 있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