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의 차 안에서 조안(이자벨 위페르)이 카메라를 향해 말을 건넨다. 누군가의 인생을 멀리서 지켜보는 대신, 그 사람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게 되는 시작이다. 〈어바웃 조안〉의 조…
빗속의 차 안에서 조안(이자벨 위페르)이 카메라를 향해 말을 건넨다. 누군가의 인생을 멀리서 지켜보는 대신, 그 사람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게 되는 시작이다. 〈어바웃 조안〉의 조안은 출판 일을 해온 여성이다. 파리 거리에서 옛 연인과 뜻밖에 재회한 뒤 시골집으로 향하고, 오랫동안 지나온 사랑과 가족의 시간을 떠올린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차례로 이어지지 않는다. 젊은 날의 아일랜드로 갔다가 독일에서의 생활을 만나고, 다시 현재의 조안에게 돌아온다. 처음에는 각 시절의 관계를 파악하느라 조금 바쁠 수 있다. 그러나 시간표를 완성하는 것보다 흥미로운 것은, 지금의 조안이 지난날의 자신을 어떤 표정으로 돌아보는가 하는 점이다. 한때는 절박했던 사랑도 세월이 흐른 뒤에는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다. 그렇다고 당시의 마음이 가벼웠던 것은 아니다.

영화에는 현재의 조안이 옛 연인에게 안긴 채 눈을 감으면, 젊은 두 사람이 포옹하는 모습으로 이어지는 대목이 있다. 과거를 설명할 긴 말이 없어도 왜 그 시절을 떠올리는지 알 수 있다. 품에 안기는 감각이 두 시간을 이어주기 때문이다. 연도가 바뀌고 얼굴이 달라졌는데도 감정은 끊기지 않는다.
젊은 조안은 프레야 메이버가 연기한다. 영화는 두 배우를 똑같은 얼굴로 보이게 만드는 데만 매달리지 않았다. 연출을 맡은 로랑 라리비에르는 말투와 몸짓, 인물이 가진 활력이 이어지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래서 조안의 젊은 날은 현재의 그를 설명하기 위해 잠깐 삽입한 이력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 시절에는 그때의 설렘과 충동이 있고, 그 자신도 다음에 무엇이 벌어질지 모른 채 사랑한다.
이렇게 한 인물을 여러 시절에 걸쳐 보는 재미는 변한 모습을 찾는 데서만 나오지 않는다. 나이가 든 조안을 먼저 만난 관객은 젊은 조안이 내리는 선택을 조금 더 오래 지켜볼 수 있다. 그때의 일이 결국 어떤 사람이 되는 데 영향을 주었을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젊은 조안에게서 본 활기를 기억하면, 현재의 그를 과거를 회상하는 사람으로만 대하기도 어려워진다. 그의 인생은 아직 진행 중이다.

〈어바웃 조안〉에는 애틋한 회상만 있는 것이 아니다. 조안이 자신을 순수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한 다음, 가죽옷과 금발 차림으로 록 음악에 맞춰 걸어가는 모습이 이어지기도 한다. 말로 소개한 자신과 화면 속 모습이 어긋나며 웃음이 생긴다. 조안을 이해하려면 그가 하는 설명뿐 아니라, 그 설명 뒤에 이어지는 장면도 보아야 한다.
독일 작가 팀(라르스 아이딩어)은 영화에 또 다른 활기를 가져온다. 조안의 연인이 되는 이 인물에게는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면이 있다. 그의 등장은 추억을 차분하게 되짚던 영화의 분위기를 바꾼다. 지나간 사랑을 그저 애틋하게만 돌아보지 않는 것이다. 어떤 사람을 떠올리면 다정했던 순간보다 소란스럽고 난처했던 시간이 먼저 생각날 수도 있다.
감독은 관객이 한 가지 분위기에 익숙해져 다음 장면을 미리 짐작하지 않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영화는 진지한 멜로드라마와 우스운 소동을 한 인생 안에 함께 놓는다. 톤이 바뀌는 순간마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을 수 있다. 다만 그 불규칙함 때문에 조안의 삶이 한 가지 감정으로 요약되지 않는다. 웃긴 일이 있었던 시절에도 고통은 있었고, 슬픈 기억 속에도 이상하게 우스운 사람이 남아 있을 수 있다.
이자벨 위페르를 만나는 즐거움도 여기에 있다. 조안은 처음부터 자신의 속마음을 전부 털어놓는 인물은 아니지만, 영화가 그를 끝내 알 수 없는 수수께끼로만 남겨두지는 않는다. 말을 건네고 농담하고, 옛 감정에 다시 흔들리는 여러 모습이 있다. 감독은 위페르가 감정을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멜로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조안을 한 가지 인상으로 단정하기 전에 다음 장면을 기다리게 만드는 연기다.
조안은 출판인이고 팀은 작가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읽고 다듬는 사람들이 자기 인생을 이야기할 때는 얼마나 정확할 수 있을까. 오래전 일을 떠올리다 보면 실제로 들었던 말보다 그때 느낀 감정이 더 또렷할 때가 있다. 같은 일을 함께 겪었어도 누군가에게는 연애의 시작이, 다른 사람에게는 헤어질 조짐이 먼저 기억될 수 있다.
〈어바웃 조안〉을 모든 기억의 진위를 가려내는 영화로만 보면 놓치게 되는 것은 그 감정이다. 조안이 왜 지금 그 시절로 돌아가는지, 그 사람을 떠올릴 때 왜 웃거나 말을 아끼는지를 함께 따라가야 한다. 카메라에 대고 말을 건넸던 첫 장면을 떠올리면 그를 더 가까이에서 듣게 된다. 조안은 자신이 기억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잠시 같이 만나보자고 관객을 초대한 셈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조안을 설명하는 한 문장보다 서로 다른 얼굴들이 남는다. 사랑에 빠졌던 젊은 얼굴, 농담을 던지는 얼굴, 누군가의 품에 안겨 눈을 감는 얼굴. 누구나 인생의 어느 시절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문득 그때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순간은 있다. 〈어바웃 조안〉은 그 짧은 순간들을 한 사람의 긴 이야기로 펼쳐 보인다.
◆ 〈아녜스 바르다의 해변〉 (2008, 아녜스 바르다) — 감독이 자신의 장소와 사람들, 작업을 떠올리며 인생을 다시 구성한다. 기억을 연도순으로 정리하기보다 지금의 자신이 어떤 이미지로 꺼내놓는지 살펴볼 만하다. 극영화인 〈어바웃 조안〉과 다른 방식으로, 회상 자체가 새로운 창작이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 〈만추〉 (2010, 김태용) — 오랫동안 알지 못했던 두 사람이 낯선 도시에서 서로의 사연을 듣는다. 짧은 만남 안에 각자가 살아온 시간이 들어온다. 한 인생의 여러 사랑을 오가는 〈어바웃 조안〉에 이어 보면, 제한된 시간 속에서도 사람의 과거와 현재를 함께 느끼게 하는 멜로드라마의 힘을 만날 수 있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