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의 밤 인사가 무서운 이유 | MovieLAB LAB

로이가 밤 인사를 건네자 캐러더스 박사는 “굿바이”라고 답한다. 로이는 방금 박사가 권한 애프터셰이브를 발랐다. 그 향을 맡으면 달려들도록 길러진 거대 박쥐가 있다는 사실은 모른…

박사의 밤 인사가 무서운 이유 | MovieLAB LAB

로이가 밤 인사를 건네자 캐러더스 박사는 “굿바이”라고 답한다. 로이는 방금 박사가 권한 애프터셰이브를 발랐다. 그 향을 맡으면 달려들도록 길러진 거대 박쥐가 있다는 사실은 모른다. 〈데빌 배트〉에서 박사의 인사는 그래서 섬뜩하다. 상대는 하루를 마무리하는데, 박사는 그 사람과 영영 헤어질 준비를 하고 있다.

벨라 루고시가 연기하는 폴 캐러더스는 화장품을 연구하는 박사다. 자신의 제조법 덕에 회사 주인들이 부자가 됐다고 여기며 복수를 준비한다. 진 야브로의 영화는 그 속셈을 일찍 알려준다. 범인을 아는 채로 지켜봐도 곤란한 순간이 있다. 누군가 친절한 박사의 말을 믿고, 손에 든 병을 열 때다.

판자벽과 나무통이 있는 실내에서 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가 삼각형 금속 틀을 들어 보이고 있다.

목에 조금 발라보라는 권유

애프터셰이브는 면도한 피부에 바르는 제품이다. 박사는 로이에게 새 제품을 시험해보라고 하며 목에 바를 곳까지 일러준다. 로이가 기꺼이 응하는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필요 없다. 화장품을 만드는 사람이 자기 제품을 권하고 있으니, 연구를 조금 도와주는 셈이다. 관객은 그 평범한 부탁이 무엇을 준비하는지 알고 있다.

박사가 해야 하는 일도 간단해진다. 상대를 붙잡거나 어딘가에 가둘 필요가 없다. 향을 묻힌 사람이 제 발로 밖에 나가면 박쥐가 그 뒤를 맡는다. 공격하는 동물과 친절하게 제품을 건넨 사람은 서로 떨어져 있다. 희생자에게 박사는 마지막까지 호의를 베푼 사람으로 남을 수 있다.

이 계략에는 화면으로 직접 맡아볼 수 없는 냄새가 쓰인다. 병을 보고, 목에 바르는 동작을 보고, 나중에 그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지 보며 향의 위력을 알게 된다. 다음 사람에게 같은 제품을 권할 때는 병 하나만으로도 걱정할 이유가 생긴다. 박쥐가 다시 등장하기 전부터 위험은 사람의 몸에 묻어 있다.

초록빛으로 인쇄된 홍보 이미지. 안경 쓴 남성이 거꾸로 매달린 큰 박쥐를 잡고 있으며 BELA LUGOSI와 THE DEVIL BAT라는 글자가 보인다.

사건을 묻는 이에게도 친절한 박사

사건을 취재하러 온 조니가 로이의 마지막 모습을 묻자, 박사는 그가 기분이 좋아 보였다고 답한다. 불안해 보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도 박사는 반대라고 말한다. 조금 전의 방문을 아는 관객에게 이 대화는 껄끄럽다. 로이는 실제로 박사를 의심하지 않았다. 박사가 숨기는 것은 로이의 표정보다 자신이 한 일이다.

로이의 방문을 보지 못한 조니에게는 수사에 보탬이 될 만한 이야기다. 하지만 관객은 친절한 목격자의 말에서 빠진 부분을 안다. 루고시가 맡은 배역은 실험실에서 계획을 세운 뒤에도 남들과 대화해야 한다. 사람을 해칠 준비를 하는 모습과 그 사람의 안부를 설명하는 모습을 한 배우가 오간다. 정체가 드러난 뒤에도 이 인물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이유다.

토미에게 애프터셰이브를 권하는 대화에는 더 난처한 질문도 있다. 토미는 이 향을 만든 박사가 정작 그 냄새를 싫어한다는 점을 이상하게 여긴다. 제품의 사용자는 연구자의 취향을 궁금해할 뿐이다. 박사의 비밀을 아는 쪽에서는 자신이 만든 물건을 스스로 피하는 태도가 눈에 걸린다. 대화가 길어질수록 다정한 권유와 속셈을 함께 보게 된다.

박쥐 사진을 마련하는 기자들

조니와 사진사 원샷 맥과이어에게는 현장 밖의 상대도 있다. 신문사 상사는 기사를 싣겠다고 하면서도, 거대한 박쥐 사진을 보기 전에는 믿지 않겠다고 한다. 공포영화 안에서는 실제로 벌어진 일이지만, 신문사에서 듣기에는 터무니없는 소식이다.

두 사람이 택한 지름길은 가짜 사진이다. 박제사를 찾아가 큰 박쥐를 구하려 한다. 진짜 괴물이 날아다니는 동안, 취재진은 그것을 봤다는 증거를 꾸미려고 바쁘다. 사건을 해결할 사람으로 기대했던 이들에게도 당장 넘겨야 할 마감과 곤란한 상사가 있다. 그 다급함이 박사의 복수극 사이에 웃을 틈을 만든다.

다만 꾸며낸 사진으로 냄새의 정체까지 알 수는 없다. 조니가 사건을 이해하려면 희생자들의 공통점을 찾아야 한다. 괴물의 모습을 남기는 일과 공격당할 이유를 알아내는 일은 다르다. 이 간격 덕분에 기자들의 소동도 박쥐와 무관한 막간으로만 머물지 않는다.

남성의 얼굴과 거꾸로 매달린 박쥐 그림, BELA LUGOSI와 THE DEVIL BAT라는 영문 글자가 배치된 녹색 계열의 포스터 아트.

지금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

박사가 애프터셰이브를 권할 때와 기자들이 박쥐 이야기를 전할 때는 믿음이 반대로 작용한다. 믿으면 위험한 사람의 권유는 쉽게 받아들여지고, 실제로 본 괴물 이야기는 의심받는다. 거대한 박쥐라는 황당한 설정 곁에 이런 대화의 엇갈림이 있다. 누가 정체를 드러낼지 기다리기보다, 정체를 아는 채로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듣는 재미가 또렷한 영화다.

감상 포인트

◆ 밤 인사와 작별 인사 — 로이와 박사가 헤어지는 대화에서는 두 사람이 같은 순간을 다르게 이해한다. 로이는 새 제품을 써본 방문을 마쳤고, 박사는 그가 밖으로 나가기를 기다린다. 상대의 속셈을 모르는 대답과 그 말을 듣는 박사의 반응을 함께 보면, 짧은 인사도 복수 계획의 일부로 들린다. 이후의 작별 장면에서는 누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도 달라진다.

◆ 향이 몸에 묻는 순간 — 애프터셰이브 병을 건네는 일과 그것을 바르는 일을 이어서 보자. 희생자는 박쥐를 만난 적이 없어도 이미 공격의 대상이 된다. 병을 든 손과 목에 바르는 동작이, 아직 나타나지 않은 동물을 기다리게 한다. 공중에서 날아드는 위협만큼이나 실내의 평범한 제품 권유가 중요한 장면인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

◆ 박사가 설명하는 방문자의 안부 — 조니가 로이의 마지막 모습을 물으면 박사는 그가 기분이 좋아 보였다고 말한다. 앞서 본 방문 장면을 떠올리며 들을 만하다. 안부를 묻는 쪽에게는 유용한 증언처럼 들리지만, 관객은 박사가 빠뜨린 일을 알고 있다. 같은 말을 듣고도 조니와 관객이 박사를 다르게 판단할 수 있는 대목이다.

◆ 취재진이 만드는 증거 — 조니와 원샷이 박쥐 사진을 마련하려고 벌이는 일을 살펴보자. 위험한 현장을 찾아온 두 사람도 신문사에 납득시킬 결과물을 보내야 한다. 진짜 박쥐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들이 준비하는 가짜 사진이 나란히 놓여 묘한 웃음을 준다. 사진을 확보하려는 조급함이 사건을 알아가는 일에 어떤 방해가 되는지도 볼 수 있다.

관련 작품

◆ 인비저블 고스트 (1941, 조셉 H. 루이스) — 루고시가 연기하는 찰스 케슬러는 식탁의 빈 의자에 아내가 앉은 듯 다정하게 말을 건넨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이에게는 이상한 저녁 식사다. 〈데빌 배트〉의 태연한 대화가 흥미로웠다면, 이번에는 누구에게 말을 거는지부터 의심하게 하는 루고시의 모습을 볼 만하다.

◆ 유인원 인간 (1943, 윌리엄 보딘) — 실험으로 반인반수의 모습이 된 브루스터 박사를 루고시가 연기한다. 괴물을 만들어 다른 사람에게 보내던 〈데빌 배트〉와 달리, 연구자 자신의 몸에 실험의 결과가 남는다. 비밀을 가진 과학자라는 공통점 속에서, 남을 맞이하는 태도와 자기 모습을 감춰야 하는 처지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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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