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못 쓰는 청춘의 하루가 이렇게 분주하다 | MovieLAB LAB

공모전 마감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는데 마지막 시가 써지지 않는다. 시인 지망생 현실(김예은)은 책상 앞에서 버티는 대신 집을 나선다. 영감을 찾으러 간다지만, 밖에서 마주치는 사…

시를 못 쓰는 청춘의 하루가 이렇게 분주하다 | MovieLAB LAB

공모전 마감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는데 마지막 시가 써지지 않는다. 시인 지망생 현실(김예은)은 책상 앞에서 버티는 대신 집을 나선다. 영감을 찾으러 간다지만, 밖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글감으로만 대할 수 없는 이들이다. 헤어진 연인도 있고, 첫사랑과 바람이 났던 옛 친구도 있다. 김종재 감독의 〈생각의 여름〉은 시 한 편을 완성하려는 하루에 미뤄둔 관계들이 끼어드는 영화다. 문장을 고치는 일과 사람을 다시 대하는 일이 나란히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현실을 무기력한 모습으로만 기억할 수는 없다. 반려견 호구의 밥을 챙기고 산책도 시켜야 한다. 김종재는 현실이 계속 움직일 이유로 개를 돌보는 생활을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마음과 오늘도 해야 하는 일이 한 사람 안에 있다. 시가 진척되지 않는 날에도, 현실의 몸은 집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난간 앞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두 사람

옛 친구와 오이를 나눠 먹는 시간

현실은 산에서 주영(한해인)을 만난다. 자신의 첫사랑과 얽혀 사이가 멀어진 친구다. 두 사람은 오이를 나눠 먹으며 이야기를 한다. 이 장면의 촬영을 지켜본 배우 곽민규는 빠듯한 일정 때문에 컷을 줄이고 길게 찍었다고 회고했다. 함께 앉아 먹고 말하는 시간을 한 번에 길게 담는 선택이다. 처음에는 두 사람 사이의 지난 일을 의식하게 되지만, 오이를 나눠 먹는 동안에는 그들이 당장 함께 있는 모습에도 눈이 간다.

현실은 그 자리에 계속 머물지는 않는다. 주영과 이야기하다가 도망치듯 자리를 뜬 뒤, 어딘가에 앉아 「실존하는 기쁨」을 읽는다. 김예은은 이 장면을 연기하며 자신의 여러 기억이 겹쳐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고 말했다. 대화를 나눴다는 사실만으로 오래된 미움이 말끔하게 정리되지는 않는 만남이다. 현실이 그곳을 떠난 뒤에도 시는 주영의 사연을 향해 나아간다.

카페 테이블에 엎드려 책을 보는 여성

내가 쓴 시가 다른 사람의 사연을 만날 때

영화에서 현실이 쓴 것으로 나오는 다섯 편의 시는 황인찬의 작품이다. 그중 「실존하는 기쁨」은 주영을 미워하는 현실의 마음에서, 새로 찾아온 사랑 앞에 설레면서도 주저하는 주영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현실에게는 상처를 준 친구지만 주영에게도 지금 겪고 있는 사랑이 있다. 시를 읽는 동안 한 사람의 감정만 따라가던 이야기에 다른 사람의 사정이 들어온다. 황인찬은 이처럼 시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구성을 눈여겨봤다고 말했다.

김종재가 시와 영상의 관계를 설명하며 떠올린 것은 노래방 화면이었다. 노래와 상관없어 보이던 영상이 문득 어울리는 것처럼, 시의 내용과 이미지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기를 바랐다는 것이다. 현실이 겪은 일인지 시를 시각화한 것인지도 열어두려 했다. 이 구상을 알고 나면 시가 나올 때마다 앞 장면의 뜻을 풀어주는 해설을 기대할 필요가 줄어든다. 같은 시가 누구의 이야기와 이어지는지에 따라, 방금 만난 인물이 다르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횡단보도에서는 헤어진 연인 민구(곽민규)와 현실이 나란히 전력 질주한다. 감독이 처음 쓴 장면에서 두 사람은 반대 방향으로 달렸다. 헤어진 연인이 우연히 마주치는 익숙한 상황을, 함께 같은 쪽으로 뛰는 장면으로 바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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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