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죽은 뒤에야 알게 된 또 하나의 가족 | MovieLAB LAB

남편의 장례를 치른 뒤, 그의 지갑에서 모르는 여자의 신분증을 발견한다. 휴대전화에는 그 여자와 주고받은 말이 남아 있다. 〈사랑 후의 두 여자〉의 메리(조애나 스캔런)는 평생을…

남편이 죽은 뒤에야 알게 된 또 하나의 가족 | MovieLAB LAB

남편의 장례를 치른 뒤, 그의 지갑에서 모르는 여자의 신분증을 발견한다. 휴대전화에는 그 여자와 주고받은 말이 남아 있다. 〈사랑 후의 두 여자〉의 메리(조애나 스캔런)는 평생을 함께한 남편에게 자신이 모르는 생활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죽은 사람을 그리워하던 아내에게 이제는 따져 묻고 싶은 일이 생겼다. 하지만 대답해줄 남편은 없다.

영국 도버에 사는 메리는 바다 건너 프랑스 칼레로 향한다. 남편과 관계를 맺어온 여자, 주느비에브(나탈리 리샤르)를 만나기 위해서다. 막상 찾아간 집에서 메리는 청소하러 온 사람으로 오해받는다. 자기 신분을 밝히는 대신 그 집 안으로 들어간다. 남편의 또 다른 삶을 알고 싶었던 아내는 그렇게 그가 드나들던 집에서 일하게 된다.

그 여자의 집에서 알게 되는 것들

자신을 청소부라고 생각하는 사람 곁에서는 평소라면 듣기 어려울 말도 듣게 된다. 주느비에브는 메리 앞에서 경계 없이 생활하고, 메리는 집안일을 하며 그 가족을 가까이서 본다. 남편 아흐메드(나세르 메마르지아)가 자신에게 숨겼던 시간이 다른 사람에게는 익숙한 일상이었다. 사진과 문자로 확인했던 배신이 집 안의 사람과 물건, 대화로 구체화된다.

이때 메리에게 쏠려 있던 관심이 조금씩 주느비에브에게도 옮겨간다. 메리를 따라 이 집에 왔으니 처음에는 아내가 모르는 사실을 밝혀주길 바라게 된다. 그러나 주느비에브에게도 아흐메드와의 관계는 남이 알아낼 비밀이기 전에 자기 삶이다. 아들 솔로몬(탈리드 아리스)과 함께 살아가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메리에게 줄 설명만 기다리기는 어려워진다. 이곳에도 기다려온 사람과 다 말하지 못한 사정이 있다.

메리는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은 채 그 사정을 듣는다. 관객은 메리가 숨기고 있는 것을 알고, 주느비에브는 모른다. 같은 대화를 듣더라도 두 사람에게 전혀 다르게 들릴 수밖에 없다. 집안일을 돕는 평범한 시간이 팽팽해지는 이유다. 언젠가는 말을 해야 한다. 그러나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처음 준비해온 질문만 꺼내기는 어려워진다.

이 영화에서 두 여자가 가까워지는 과정은 서둘러 감동적인 화해로 정리되지 않는다. 메리가 진실을 숨기는 동안 주느비에브는 상대를 충분히 알지 못한다. 한 사람에게 새로운 이해가 생겼다고 해서 둘의 관계가 곧바로 편안해질 수는 없다. 그 어긋남이 남아 있어, 같은 집에 머무는 시간이 더 조심스럽게 느껴진다.

풀밭 앞에서 스카프를 두르고 있는 메리

남편에게 속았어도, 함께 살아온 시간은 남는다

메리는 이슬람교로 개종한 영국 여성이다. 파히마라는 이름도 쓰며, 예배하고 음식을 만들고 몸을 가리는 옷을 입는 생활을 오래 이어왔다. 남편의 비밀을 알게 됐다고 해서 이런 습관이 한꺼번에 사라지지는 않는다. 사랑한 사람의 거짓말을 발견한 뒤에도, 함께 살며 자기 것이 된 일상은 계속된다.

연출을 맡은 알림 칸은 메리를 구상할 때 자신의 어머니에게서 일부 영감을 얻었다. 다만 영화의 사건이 감독 가족의 실화라는 뜻은 아니다. 배우 조애나 스캔런은 감독의 어머니에게 음식을 만드는 법을 배우고 옷을 빌려 입으며 역할을 준비했다. 메리의 신앙과 생활을 낯선 문화의 상징으로만 보여주지 않기 위한 구체적인 준비였다.

혼자 묵는 호텔에서도 메리는 무심코 차를 두 잔 준비한다. 남편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둘이 살 때의 버릇은 남아 있다. 조애나 스캔런은 이런 작은 행동으로 메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누군가와 함께 살아왔는지를 보여준다. 남편에게 화가 난다고 그를 그리워하던 마음까지 곧바로 없어질 수는 없다. 영화는 분노와 슬픔 중 하나를 골라 메리를 설명하지 않는다.

이런 일상적인 장면과 달리, 메리의 눈앞에서 도버의 흰 절벽이 무너지는 듯한 이미지가 나타나기도 한다. 실제로 일어난 재난을 보여주는 장면은 아니다. 조용한 행동만으로는 전해지지 않던 충격이 화면을 바꾼다. 차를 준비하고 집안일을 하는 모습 사이에 이런 비현실적인 광경도 놓인다. 메리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익숙했던 세상을 전처럼 편안하게 바라볼 수는 없다.

다시 들을 수 있어도, 다시 물을 수는 없다

메리는 남편이 남긴 음성메시지를 듣는다. 목소리는 그대로 남아 있지만, 지금 알고 싶은 것에 대답해줄 사람은 없다. 그를 그리워해서 듣던 말도 비밀을 알게 된 뒤에는 다르게 들릴 수 있다. 기록이 남아 있다는 사실은 위로가 되면서도, 이제 대화를 나눌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한다.

반면 메리가 찾아간 집에는 아직 서로 묻고 답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각자가 알고 있는 아흐메드의 모습을 다 맞춰본다고 상처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한 남자의 비밀 때문에 만난 두 여자가 그와 상관없이 상대를 궁금해하고 염려할 수 있다면, 앞으로의 삶에는 다른 관계가 생길 여지가 있다. 〈사랑 후의 두 여자〉는 지난 결혼을 전부 거짓으로 지워버리지도, 남편을 용서하라고 재촉하지도 않는다. 두 여자가 함께 보낸 시간이 과거의 배신보다 더 오래 마음에 남는 영화다.

관련 작품

◆ 〈파주〉 (2009, 박찬옥) — 언니의 죽음을 둘러싼 의심이 형부와 함께 살아온 기억을 뒤흔든다. 가까운 사람의 비밀을 알아가는 일이 자신의 과거를 다시 받아들이는 문제와 이어진다. 〈사랑 후의 두 여자〉와 함께 보면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는 관계에 관한 감정이 정리되지 않는다는 점이 선명해진다.

◆ 〈어바웃 조안〉 (2022, 로랑 라리비에르) — 옛 연인과의 재회가 한 여자의 여러 시절을 불러낸다. 사랑했던 사람을 떠올리는 일이 당시의 자신을 돌아보는 일과 겹친다. 타인의 비밀을 통해 지난 결혼을 다시 보는 메리와, 자신의 기억을 따라 인생을 들려주는 조안을 나란히 만나볼 만하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