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은 넓어졌는데, 엄마는 왜 집을 떠나려 할까 | MovieLAB LAB

김효정은 시댁에서 작은 방을 쓰다가 큰 방으로, 다시 2층으로 옮겨간다. 머무는 공간은 넓어졌지만, 남편은 수시로 그 안에 들어온다. 남편과 각방을 쓴다고 혼자 있을 수 있는 것…

방은 넓어졌는데, 엄마는 왜 집을 떠나려 할까 | MovieLAB LAB

김효정은 시댁에서 작은 방을 쓰다가 큰 방으로, 다시 2층으로 옮겨간다. 머무는 공간은 넓어졌지만, 남편은 수시로 그 안에 들어온다. 남편과 각방을 쓴다고 혼자 있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딸 전찬영 감독의 다큐멘터리 〈다섯 번째 방〉은 효정이 또 다른 방을 찾는 과정을 따라간다. 이번에 필요한 것은 넓이보다 자신의 뜻대로 머물 수 있는 공간이다.

효정은 오랫동안 전업주부로 살다 상담사가 되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 경제권이 생기면서 부부가 함께 쓰던 방에서도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집안일은 여전히 그의 몫이다. 남편은 순종적인 아내를 원하고, 방을 옮겨도 계속 효정의 공간을 침범한다. 돈을 버는 사람이 달라졌다고 가족이 엄마에게 기대하는 역할까지 저절로 바뀌지는 않았다. 효정의 독립을 따라갈 때는 어느 방에 사는가와 함께, 그 방에서도 계속 누구를 위해 일해야 하는가를 보게 된다.

엄마의 방을 찍던 딸이 자기 분량을 덜어내다

영화가 자기 집의 속사정을 공개한다는 것은 효정에게도 부담이었다. 그는 상담 연구소를 운영하며 가정폭력 예방 강사로 활동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전찬영은 어머니가 처음에는 영화 자체를 반기지 않았고 개봉을 앞두고도 염려가 남아 있었다고 전했다. 가족으로서는 갈등에 끼어들게 되는 순간에도 감독으로서는 카메라를 들어야 했다. 동생들은 그런 촬영을 불편해했다고 한다. 가족의 이야기를 찍는다는 말 안에는, 카메라 앞의 사람들이 공개할 준비가 되었는지 계속 살펴야 하는 일이 들어 있다.

딸 자신의 이야기도 줄여야 했다. 전찬영은 후반부에 있던 자신의 이야기와 가족을 만나러 다니는 약 20분 분량을 편집에서 덜어냈다고 밝혔다. 어머니가 독립할 공간을 찾는 여정이 중심으로 정해지면서였다. 자신을 주인공으로 세우고 싶었던 감독은 내레이터로 어머니를 돕는 역할을 택했다. 딸이 가족에게서 받은 상처를 털어놓는 일과 어머니가 어떤 삶을 원하는지 듣는 일 사이에서, 누구에게 더 오래 말할 시간을 줄지 결정한 것이다.

지난 가정폭력의 기억을 담은 애니메이션에도 같은 문제가 걸려 있다. 전찬영은 폭력을 겪은 다른 관객에게 상처를 다시 자극하지 않으면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겪은 일과 당시의 생각을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과거 사건의 경위를 전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누구의 기억을 어떤 방식으로 보여줄지 고민한 선택이다.

효정은 영화가 끝나는 곳에서 자신의 공간을 마련해 독립한다. 감독은 어머니가 늘 가족을 돌보다가 자신을 돌보게 된 상황을 처음에는 낯설어했다고 전했다. 이후 2024년 관객과의 대화에서 효정이 말한 즐거움은 구체적이었다. 그는 차 한 잔을 마시는 데 온전히 시간을 쓰고, 자신을 위해 밥을 먹고, 운동과 병원에 갈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고 했다. 전에는 바빠서 병원 갈 틈도 없었다는 사람이 자신에게 맞춰 일상을 꾸리는 즐거움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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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