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구(임형국)는 TV로 영화를 보며 웃는다. 소녀가 사장의 집에서 욕을 하며 난동을 부리는 장면이다. 그런데 딸 한나(채빈)에게 욕을 듣자 범구는 흥분한다. 남에게 쏟아지는 분노…
범구(임형국)는 TV로 영화를 보며 웃는다. 소녀가 사장의 집에서 욕을 하며 난동을 부리는 장면이다. 그런데 딸 한나(채빈)에게 욕을 듣자 범구는 흥분한다. 남에게 쏟아지는 분노는 구경할 만하지만, 자신에게 향한 말은 참을 수 없다. 신동일 감독의 〈컴, 투게더〉는 이 아버지를 비롯해, 자기 사정은 이해받고 싶으면서 남의 사정에는 너그러울 여유가 없는 가족을 따라간다.
범구는 18년간 다닌 회사에서 해고됐다. 아내 미영(이혜은)은 카드 영업 실적 1위를 경쟁자에게 빼앗겼다. 재수생 한나는 대학의 추가 합격 소식을 기다린다. 한집에 살지만 세 사람은 저마다의 위기를 통과하느라 바쁘다. 이들의 일주일을 오가는 영화에서, 집은 바깥의 경쟁을 모두 잊고 돌아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직장을 잃은 아빠와 실적을 올려야 하는 엄마, 합격 전화가 필요한 딸의 초조함이 함께 머문다.
세 사람의 이야기를 잇는 데에는 말뿐 아니라 움직임도 쓰인다. 화이트보드에서 베란다 걸레질로 넘어가는 편집이 그렇다. 인물의 행동을 연결하며 장소를 바꾸는 것이다. 한 사람의 사정을 따라가던 중 다른 사람의 생활로 건너가는 영화는, 함께 살면서도 서로 돌볼 틈이 없는 세 사람의 분주함을 닮아 있다.
한나는 친구를 통해 자신이 가고 싶은 학과의 합격자를 소개받는다. 그 앞에서는 자신도 합격한 것처럼 행동한다. 아직 오지 않은 전화를 기다리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감추고, 잠시 같은 출발선에 선 척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거짓말로 둘의 처지가 같아지지는 않는다. 한나에게 상대는 친해질 수 있는 사람인 동시에 자신이 원하던 자리를 먼저 차지한 사람이다. 마침내 그 사람만 없다면 자신에게 기회가 올 수 있다는 위험한 생각을 한다.
채빈은 다른 사람이 먼저 목표에 도달했을 때 느끼는 부러움에서 한나를 이해했다. 각본을 받았을 때 이미 입시에서 불합격을 겪은 적이 있었고, 합격 전화를 기다리는 간절함도 낯설지 않았다고 했다. 영화는 그런 초조함에 공감하는 데서 멈추기 어렵게 한다. 한나의 기다림을 이해하면서도, 그 기다림이 끝나기 위해 다른 누군가가 사라졌으면 한다는 생각까지 선뜻 받아들일 수는 없다. 아직 결과를 모른다는 불안이 사람을 어디까지 못되게 만들 수 있는지 지켜보게 된다.
미영도 누군가 자신을 앞질렀다는 사실을 견디지 못한다. 실적을 되찾으려 불법 영업까지 하지만 상황은 더 나빠진다. 이혜은이 연기하는 미영은 집과 직장에서 다르게 보인다. 감독은 일터에서는 철저한 직업인인 그가 집에서는 평범한 주부로 보이는 일상적인 연기를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집 안에서 보는 엄마의 모습만으로는 일터의 경쟁자를 대하는 사람까지 알 수 없는 것이다. 한나는 합격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고, 미영은 잃은 순위를 되찾고 싶다. 둘 다 남에게 내보일 수 있는 결과가 절실하다.

범구는 집에 머물며 층간 소음 때문에 윗집 남자 호준(김재록)을 찾아간다. 호준 역시 임용에서 거듭 탈락한 끝에 시간강사 일마저 그만둔 사람이다. 시끄러운 이웃에게 따지러 간 범구가 만난 것은, 자신처럼 일이 끊긴 사람이었다. 소음으로만 알던 이웃과 자기 처지를 나눌 수 있게 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도 달라진다.
범구가 무심하게 화분을 떨어뜨리는 행동은 또 다른 불안을 만든다. 감독은 이때 범구가 자신의 행동을 제대로 의식하지 못한 채 멍하게 있다가, 나중에 윗집 남자가 추락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높이와 공포를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누가 떨어졌는지, 죽었는지는 확정하지 않는다. 화분이 떨어질 때는 실감하지 못했던 높이가, 사람의 추락을 떠올리자 공포로 다가온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