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을 잘 타는 친구가 대신 올라가기로 했다. 그런데 그 친구에게 경찰이 따라붙는 바람에 해롤드가 먼저 벽을 타야 한다. 2층까지 올라오면 바꿔주겠다는 약속을 믿었지만, 친구는 …
건물을 잘 타는 친구가 대신 올라가기로 했다. 그런데 그 친구에게 경찰이 따라붙는 바람에 해롤드가 먼저 벽을 타야 한다. 2층까지 올라오면 바꿔주겠다는 약속을 믿었지만, 친구는 여전히 경찰을 떼어내지 못했다. 해롤드는 다시 위로 향한다. 시계 바늘에 매달린 남자는 처음부터 거기까지 올라갈 생각이 없었다.
〈세이프티 라스트!〉에서 해롤드 로이드가 연기하는 청년은 백화점 점원이다. 건물 등반은 손님을 모으기 위해 그가 제안한 광고 행사다. 프레드 C. 뉴메이어와 샘 테일러는 이 행사에 도착하기 전, 청년이 연인에게 보내는 선물과 직장에서 벌이는 일을 보여준다. 그가 어떻게 일하는지 알고 나면 높은 곳에 매달린 사진 한 장만으로는 이 남자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해롤드는 성공하면 연인을 데리러 오겠다고 약속하고 고향을 떠났다. 도시에서 구한 일은 백화점 판매직이지만, 고향의 밀드레드는 그가 중요한 자리에 올랐다고 믿는다. 해롤드가 보내는 선물도 그 믿음을 돕는다. 금 펜던트를 산 돈은 친구와 쓰던 축음기와 음반을 맡겨 마련했다. 고향에서는 멋진 선물을 받았다고 기뻐할 때, 도시의 두 친구는 방세 낼 돈이 없다고 걱정한다.
선물 자체는 가짜가 아니다. 해롤드는 실제로 돈을 들여서 좋은 것을 보낸다. 다만 밀드레드가 볼 수 있는 것은 도착한 물건과 편지뿐이다. 그것을 사느라 무엇을 맡겼는지, 남은 돈이 얼마인지는 모른다. 연인을 기쁘게 하려는 행동이 성공한 모습까지 보여주려는 허세와 겹쳐 있다. 해롤드가 돈을 더 많이 쓸수록 밀드레드에게는 그의 생활이 더 넉넉해 보인다는 것이 곤란하다.
밀드레드가 직접 찾아오면서 물건으로 보여주던 성공을 해롤드 자신이 연기해야 한다. 백화점에서 상사인 척하던 그는 마침 지배인의 사무실에서 나오다가 연인과 마주친다. 복장 문제로 불려가 꾸지람을 듣고 나온 참이지만, 밀드레드는 그 방이 해롤드의 사무실이라고 생각한다. 불리할 만한 순간을 뜻밖의 오해가 도와준다.
이제 해롤드는 그 방으로 들어가겠다는 밀드레드까지 상대해야 한다. 안 된다고 막으면 그곳이 자기 방이라는 믿음을 깨게 된다. 그는 진짜 지배인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연인을 데리고 들어간다. 더 높은 사람인 척하는 데 성공할수록 들키지 않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늘어난다. 위태로운 처지는 빌딩 벽에 매달리기 전부터 시작되어 있다.

해롤드는 새로운 광고 아이디어에 천 달러를 내겠다는 지배인의 말을 엿듣는다. 누군가 건물 외벽을 타고 올라가면 사람이 몰릴 것이라며 나선다. 그에게는 건물 오르기에 능한 친구 빌이 있다. 해롤드가 혼자서 불가능한 일을 장담한 것은 아니다. 돈을 나누기로 하고 친구가 등반을 맡는 계획에는 제법 승산이 있다.
문제는 전에 두 사람이 경찰에게 친 장난이다. 경찰을 넘어뜨리려던 일에 연루된 빌은 쫓기는 신세가 되었고, 행사 당일 그 경찰과 다시 마주친다. 건물 아래에는 이미 구경꾼이 모여 있다. 빌은 경찰을 따돌린 뒤 2층에서 교대하겠다며 해롤드부터 올라가게 한다. 해롤드가 택한 임시방편에는 끝낼 수 있는 지점이 있었다. 적어도 올라가기 전에는 그랬다.
하지만 빌은 계속 경찰에게 쫓기고, 교대는 미뤄진다. 해롤드가 한 층을 올라가는 동안 관객은 높은 곳에 선 몸을 보면서 친구의 사정도 기억하게 된다. 위에서 버텨야 하는 사람과 그를 도와주러 가지 못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 해롤드가 올라갈수록 잘 해내고 있다는 감탄보다 이제 그만 바꿔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앞설 수 있다.
아래에서 행사를 보러 온 사람들에게 해롤드는 건물을 오르는 사나이다. 관객은 그가 예정에 없던 등반을 하고 있음을 안다. 같은 동작을 보고 있어도 기대하는 일이 다르다. 구경꾼에게는 다음 층에 도착하는 것이 볼거리지만, 해롤드에게 그 층은 친구를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곳이다. 등반의 긴장은 바닥과의 거리뿐 아니라 계속 늦어지는 약속에서도 생긴다.

화면 속에서는 한 건물을 계속 오르지만, 촬영은 높이가 다른 건물 세 곳의 옥상에서 이루어졌다. 옥상마다 외벽을 본뜬 세트를 세우고, 옆에는 카메라가 올라갈 탑을 마련했다. 카메라는 세트를 내려다보면서 아래쪽의 실제 옥상이 화면에 들어오지 않게 잡았다. 배우 가까이에 있는 바닥은 감추고, 멀리 아래에 있는 거리는 남기는 방식이다.
로이드가 시계에 매달린 화면을 보면 그의 몸 뒤로 건너편 건물과 도로가 보인다. 시계와 몸만 있을 때에는 가늠하기 어려운 높이에 거리의 풍경이 기준을 준다. 세트를 만들었다고 해서 그 거리까지 그린 것은 아니다. 실제 도시 위에 만든 외벽을 촬영 위치로 이어 붙였기에, 옥상을 몇 차례 옮겼어도 한 사람이 점점 위로 가는 등반이 된다.
시계 장면은 로스앤젤레스 브로드웨이의 한 건물 옥상에 세트를 만들어 찍었고, 등반의 마지막 구간은 다른 건물에서 촬영했다. 이런 제작 방식을 알면 어느 장면이 진짜이고 어느 장면이 가짜인지 가르는 일보다, 서로 떨어진 장소가 어떻게 한 길처럼 이어지는지가 흥미롭다. 앞서 올라온 만큼 아래와 멀어졌다고 받아들이는 동안 카메라와 배우는 다른 옥상으로 자리를 바꾸었다.
촬영에는 대역도 참여했다. 당시 제작 보도를 정리한 기록에는 멀리서 잡는 장면에 대역을 쓰고, 밧줄에 매달리는 장면에는 서커스 출연자가 나섰다고 남아 있다. 로이드 한 사람의 담력으로 모든 화면을 설명하면 이렇게 나누어 만든 일을 놓친다. 도시의 높이, 몸이 움직일 자리, 카메라에서 보일 범위를 함께 정해야 그 한 번의 등반이 가능했다.

시계에 매달린 모습을 먼저 알고 영화를 시작해도, 거기까지 가는 과정에는 모르는 일이 많이 남아 있다. 연인에게 좋은 선물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왜 방세 걱정이 되는지, 친구의 재주를 믿고 짠 계획이 왜 자기 몸으로 버텨야 할 일이 되는지 따라가보자. 해롤드는 큰 포부를 말하는 사람보다 눈앞의 곤란을 모면하려는 사람으로 가까워진다. 한 층을 더 올라가면 괜찮을 것 같다는 그의 기대를 이해할 때, 떨어질 듯한 몸도 더 걱정스럽다.
◆ 선물을 받은 쪽과 산 쪽 — 밀드레드에게 도착한 선물을 해롤드가 어떻게 마련했는지 함께 보자. 연인의 성공을 짐작하게 하는 물건이 도시에서는 당장 낼 방세를 없애버린다. 어느 한쪽의 반응만 보면 같은 선물의 다른 사정을 놓치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기쁘게 하는 일과 자기 생활을 더 좋아 보이게 하는 일이 어디서 겹치는지, 해롤드의 지출과 편지를 나란히 생각해볼 수 있다.
◆ 자기 방이 아닌 사무실 — 해롤드가 지배인의 사무실에서 나올 때 밀드레드가 무엇을 믿게 되는지 살펴보자. 관객은 그 방에 불려간 진짜 이유를 알지만, 그녀는 그를 책임 있는 사람으로 여긴다. 오해를 바로잡지 않으면 당장은 멋있어 보일 수 있다. 대신 방을 보여주어야 할 일까지 생긴다. 해롤드가 연인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 어떤 행동을 더 하게 되는지 따라가면 말보다 상황이 그의 허세를 드러낸다.
◆ 친구는 언제 오는가 — 빌을 쫓는 경찰과 외벽을 오르는 해롤드를 함께 기억하자. 친구에게 맡기려던 일이 해롤드에게 넘어온 뒤에도 두 사람의 사정은 떨어져 있지 않다. 빌이 경찰을 따돌리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해롤드는 더 올라가야 한다. 등반의 목표가 지붕에 도착하는 일인지 친구와 자리를 바꾸는 일인지 생각해보면, 한 층에 도착했을 때에도 안심하기 어려운 이유가 보인다.
◆ 몸 뒤에 보이는 거리 — 시계 바늘을 붙잡은 로이드만 보다가 그 뒤의 도로와 맞은편 건물로도 눈을 옮겨보자. 높은 곳이라는 인상이 배우의 자세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옥상은 화면에서 빼고 아래의 거리는 남긴 촬영 방식을 떠올려도 좋다. 가까이에 있는 바닥과 멀리 있는 바닥 가운데 무엇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매달린 몸을 바라보는 걱정도 달라진다.
◆ 〈제너럴〉 (1926, 버스터 키튼·클라이드 브루크먼) — 기관사 조니가 도난당한 기관차를 쫓으며 손으로 움직이는 철도 수레와 자전거까지 동원한다. 빌딩을 오르는 해롤드와 이동 방향부터 다르지만, 다음 장소에 도착하려는 몸과 그 길을 방해하는 사물을 함께 보는 재미가 있다.
◆ 〈셜록 주니어〉 (1924, 버스터 키튼) — 영사기사가 잠든 사이 꿈에서 영화 안으로 들어간다. 익숙한 공간에서 시작한 인물이 다른 모험의 주인공이 되는 과정이다. 〈세이프티 라스트!〉의 옥상 세트와 함께 생각하면, 화면 속 공간을 관객에게 믿게 하는 서로 다른 방법을 만나게 된다.
◆ 〈스피디〉 (1928, 테드 와일드) — 직장을 오래 지키지 못하는 청년이 여자친구의 할아버지가 운행하는 마차 전차를 지키려 한다. 같은 로이드가 도시의 거리로 나선다. 자신이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점원과 다른 사람의 일터를 지키는 청년 사이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몸의 목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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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