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무너지는데 그 자리에 서 있는 남자 | MovieLAB LAB

버스터 키튼이 서 있는 자리로 집의 앞벽이 쓰러진다. 〈스팀보트 빌 주니어〉의 이 유명한 장면에 이르기 전, 그 남자는 옷차림부터 아버지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버지는 아들을 …

집이 무너지는데 그 자리에 서 있는 남자 | MovieLAB LAB

버스터 키튼이 서 있는 자리로 집의 앞벽이 쓰러진다. 〈스팀보트 빌 주니어〉의 이 유명한 장면에 이르기 전, 그 남자는 옷차림부터 아버지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버지는 아들을 제법 쓸 만한 뱃사람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그런데 돌아온 아들은 우쿨렐레를 들고 있다. 폭풍 속에서 버텨야 할 작은 몸이, 처음에는 아버지의 기대에 못 미치는 몸으로 등장한다.

강물과 나무가 보이는 배 갑판에서 모자와 재킷을 입은 두 남자가 밧줄에 팔을 걸치고 있다.

아버지가 기대한 아들은 어디에 있나

어니스트 토런스가 연기하는 빌은 증기선을 운영한다. 새 배로 손님을 빼앗으려는 경쟁자 킹 때문에 사정이 좋지 않다. 오래 보지 못한 아들을 기다리는 마음에는 반가움과 계산이 함께 있다. 든든한 청년으로 자랐다면 배에서 함께 일하며 힘을 보태줄 수 있을 것이다. 역에 마중 나간 빌은 자신과 비슷한 아들을 기대한다.

키튼이 연기하는 아들은 줄무늬 재킷에 작은 콧수염을 갖춘 도시 청년이다. 아버지가 바라던 우람한 체격과는 거리가 있다. 두 사람이 나란히 있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얼마나 빗나갔는지 보인다. 빌은 곧장 아들을 옷가게로 데려간다. 오랜만에 만난 아들의 취향을 알아보기 전에 그 모습을 바꿀 일부터 생긴 셈이다.

옷을 고르는 장면에서는 두 사람의 얼굴도 볼 만하다. 아버지는 어떤 모습이 자기 아들에게 어울린다고 여기는지, 아들은 그 선택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살피게 된다. 같은 옷차림을 두고 마음에 드는 지점이 다르다. 강한 바람이나 무너지는 건물 없이도, 키튼의 몸이 자기 뜻대로만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은 이미 시작된다.

모자와 재킷을 입은 남자의 얼굴 가까이 뒤집힌 우산의 검은 천과 손잡이가 보인다.

바람을 기다리지 않고 폭풍을 만들다

촬영은 새크라멘토 일대에서 이루어졌다. 화면의 폭풍은 실제 강풍이 불기를 기다렸다가 담은 광경이 아니다. 당시 배급사가 만든 홍보 자료에는 바람 기계와, 카메라 밖의 트랙터에 연결한 강철 케이블로 건물들을 무너뜨렸다는 설명이 남아 있다. 마을이 통째로 흔들리는 장면은 사람과 장치를 배치해 만든 작업이었다.

집의 앞벽을 쓰러뜨리는 장치는 키튼과 오래 함께 일한 프레드 가부리가 맡았다. 벽을 세워두는 밧줄과 그것을 놓을 사람들, 벽 앞에 서 있을 배우가 하나의 움직임에 맞춰져야 했다. 커다란 물건을 쓰러뜨리는 힘과 그 안에 사람이 남을 자리를 함께 준비한 것이다. 화면에서는 순식간에 일어나지만, 그 짧은 동안 서로 맞물려야 할 일이 많다.

키튼은 이 영화가 나오기 전에도 쓰러지는 벽과 창문의 빈 곳을 이용한 농담을 시도했다. 〈백 스테이지〉와 〈원 위크〉에 그보다 앞선 형태가 있다. 오래 만져온 아이디어가 이번에는 폭풍 속 마을의 규모로 커졌다. 비슷한 장치를 다른 크기와 상황에 맞춰 바꾸어온 과정이 드러난다.

무너진 벽과 지붕판의 사각 틈 안에 남자가 두 팔을 몸 옆으로 내리고 서 있다. 뒤로 소파와 액자, 램프가 놓인 실내가 보인다.

도망칠 틈 대신 창문 하나

앞벽이 무너질 때 살아남을 자리는 벽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니다. 키튼이 서 있는 곳으로 창문의 빈 부분이 지나간다. 벽과 사람이 같은 화면에 있어 그 차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덩어리로 다가오던 건물 안에 몸 하나가 통과할 빈 곳이 있다는 사실이, 붕괴하는 순간에 드러난다.

이 장면을 얼굴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로만 기억하면 뒤의 반응을 놓친다. 벽이 쓰러진 뒤 키튼은 목덜미를 만지고, 달아나면서 뒤쪽의 잔해를 돌아본다. 처음부터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고 능숙하게 피한 사람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재난은 지나갔는데 남자는 이제 그 일을 알아차리는 듯하다. 살아남은 직후에도 상황을 다 파악하지 못한 모습이 웃음을 이어간다.

초반에 아버지가 바꾸려 했던 아들의 몸은 폭풍 속에서도 갑자기 거대해지지 않는다. 달라지는 것은 그 몸 주위의 사물이다. 옷을 입히고 평가하던 어른들 대신 벽과 바람이 다가온다. 작은 몸과 큰 환경을 함께 보여주는 화면에서, 그가 어디에 서 있고 다음에는 어디로 움직일지가 궁금해진다.

지금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

벽이 쓰러지는 짧은 영상만으로도 놀랄 수 있지만, 영화 안에서는 그 앞에 서 있는 남자의 사정이 더해진다. 아버지를 만난 뒤 제대로 된 아들로 보이려 애쓰던 청년이 폭풍을 맞는다. 초반의 어색한 만남과 후반의 거대한 소동을 함께 보면, 위험한 장면을 해내는 배우뿐 아니라 아직 못 미더운 눈길을 받는 인물도 따라가게 된다. 집이 무너지는 순간까지 가는 동안에도 웃음은 충분하다.

감상 포인트

◆ 두 사람이 고르는 아들의 모습 — 역에서 만난 부자가 옷가게로 향할 때, 아버지가 기대한 모습과 아들이 편하게 여기는 차림을 함께 보자. 나란히 선 체격의 차이만큼 취향도 다르다. 옷을 바꾸는 일이 아버지에게는 어떤 의미인지, 아들은 그 과정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면 두 사람의 어색함을 대사 없이도 따라갈 수 있다.

◆ 벽과 사람이 함께 있는 화면 — 앞벽이 쓰러질 때는 키튼의 얼굴만 보지 말고 창문과 몸의 위치를 함께 보자. 다가오는 커다란 벽과 그 안의 빈 부분이 한 화면에서 움직인다. 몸 하나가 남을 공간을 확인하는 순간까지가 장면의 재미다. 벽이 쓰러진 뒤 남자의 주변에 무엇이 남는지까지 이어볼 만하다.

◆ 무너진 뒤의 반응 — 벽이 바닥에 닿는 순간에서 시선을 거두지 말고 키튼의 다음 행동을 따라가보자. 목덜미에 손이 가고, 뛰어가며 뒤를 돌아보는 시간이 이어진다. 큰 사건과 그것을 알아차리는 인물 사이에 간격이 생긴다. 무표정이라는 별명을 먼저 떠올리기보다, 몸이 주변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순서를 보면 좋다.

◆ 작은 인물 곁의 큰 것들 — 아버지와 나란히 있을 때의 아들과 폭풍 속의 아들을 견주어보자. 초반에는 체격과 옷차림이 기대에 못 미치는 이유가 되고, 뒤에는 작은 몸이 주변 사물 사이에서 움직일 자리를 찾아야 한다. 무엇이 그를 작아 보이게 하는지, 화면에서 함께 보이는 대상을 따라가면 전반과 후반의 차이가 분명해진다.

관련 작품

◆ 셜록 주니어 (1924, 버스터 키튼) — 영사기사가 꿈속에서 영화 화면 안으로 들어간다. 장소가 바뀔 때마다 몸이 놓이는 조건도 달라진다. 눈앞의 공간을 미처 따라잡지 못한 인물이 다음 장면에서 어떻게 적응하는지, 키튼의 또 다른 사물과 공간의 농담을 볼 수 있다.

◆ 안전 불감증 (1923, 프레드 뉴메이어·샘 테일러) — 높은 건물에 오르게 된 해롤드 로이드는 예정했던 교대가 자꾸 늦어져 직접 다음 층을 향해야 한다. 위험한 자리에 서게 된 사정을 알고 보면 높은 곳의 볼거리와 인물의 조급함이 함께 작동한다. 키튼과 같은 표정이나 같은 리듬을 기대하기보다 다른 방식으로 곤경을 이어가는 모습을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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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