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켜주는 사람이 공범이라면 | MovieLAB LAB

〈나이트 플라워〉의 나쓰키(기타가와 케이코)는 두 아이를 데리고 도쿄로 도망쳐 왔다. 빚 독촉을 피해 왔지만 생활은 나아지지 않는다. 낮에도 밤에도 일을 하는데 다음 날 먹을 것…

나를 지켜주는 사람이 공범이라면 | MovieLAB LAB

〈나이트 플라워〉의 나쓰키(기타가와 케이코)는 두 아이를 데리고 도쿄로 도망쳐 왔다. 빚 독촉을 피해 왔지만 생활은 나아지지 않는다. 낮에도 밤에도 일을 하는데 다음 날 먹을 것부터 걱정해야 한다. 그런 나쓰키가 우연히 마약 거래를 목격하고 직접 판매에 나선다. 큰돈을 벌어 호화롭게 살려는 계획은 없다. 당장 아이들과 먹고살 돈이 절실하다.

나쓰키가 밤거리에서 위험에 처하자 격투기 선수 다마에(모리타 미사토)가 그를 지키겠다고 나선다. 약을 파는 여자와 그 여자를 지키는 여자. 함께 일하기 시작한 두 사람은 서로의 생활까지 챙기게 된다. 이제야 의지할 사람을 만났는데, 함께하는 일이 마약 거래다. 두 사람이 가까워질수록 반갑다가도 이 만남이 어디로 이어질지 걱정하게 된다.

격투기 글러브를 끼고 자세를 잡은 다마에

가장 믿을 만한 사람이 공범일 때

나쓰키에게 다마에는 위험한 거래 현장에서 자신을 지켜주는 사람이다. 하지만 둘이 함께하는 시간은 거래가 끝난 뒤에도 이어진다. 아이들을 먹이고 키워야 하는 나쓰키의 일상에 다마에도 들어온다. 공범이면서 생활을 함께 꾸리는 사이다. 나쓰키가 돈을 벌수록 아이들과 살 형편은 나아지겠지만, 마약을 계속 팔아야 하는 한 가족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다마에에게도 나쓰키가 필요하다. 선수로서 성공하고 싶어 하는 그는 외로움도 안고 산다. 상대와 싸우는 데 능숙한 몸이 외로움까지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나쓰키와 함께하며 다마에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한 여자가 다른 여자를 일방적으로 구해주는 이야기로 보이지 않는 이유다.

연출을 맡은 우치다 에이지는 처음에는 나쓰키 한 사람의 이야기로 구상했다고 밝혔다. 다마에가 더해지면서 이 영화는 생계를 위해 범죄에 나선 엄마와, 그 엄마의 가족을 함께 지키려는 여자의 이야기가 됐다.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뿐 아니라 누구와 살아가고 싶은지도 중요해진다.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다마에

주먹을 쓰던 손으로 상처를 돌볼 때

두 배우의 첫 촬영에는 나쓰키에게 다마에가 바셀린을 발라주는 장면이 있었다. 모리타는 촬영 전에 기타가와를 따로 만나지 않아 긴장했다고 회고했다. 감독이 두 사람의 첫 만남에서 느껴지는 긴장을 살리고 싶었던 것 같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막 친해지기 시작한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들도 서로 낯선 상태였던 것이다.

다마에가 바셀린을 발라주는 모습에서는 싸울 때와 다른 다정함이 드러난다. 위험한 상대를 막아주는 일과 상처 입은 사람을 보살피는 일을 같은 손으로 한다. 격투기 선수라는 설정이 두 사람의 관계를 풍부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강한 사람에게 보호받는다는 안도감에, 다친 몸을 맡길 수 있다는 친밀함이 더해진다.

아이들과 있을 때의 나쓰키에게는 또 다른 활기가 있다. 기타가와는 간사이 사투리를 설명하며, 화를 내면서도 웃음이 섞이는 부모와 아이의 대화를 감독이 눈여겨봤다고 전했다. 돈이 없어 다급한 날에도 아이와 실랑이를 하고 말을 받아친다. 이런 모습을 보고 나면 나쓰키가 지키려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아이들이 떠들고 엄마가 한마디 보태는, 유난할 것 없는 하루다.

밤거리 밖에서 이어졌으면 하는 관계

두 사람을 보며 바라는 것은 더 큰 거래에 성공하는 일과는 거리가 있다. 돈 걱정을 덜고, 누군가 뒤쫓아오지 않을까 불안해하지 않으며 함께 지내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러나 이들에게 돈과 만남을 가져다준 마약 거래가 바로 그 생활을 위협한다.

바셀린을 발라주던 손길이나 아이들과 주고받는 말은 범죄와 상관없이 이어갈 수 있는 것들이다. 두 배우가 그런 평범한 시간을 보여줄수록, 왜 이들에게는 그 시간을 지키는 일이 이토록 어려운지 안타까워진다. 이제야 서로의 편이 된 두 사람은 밤거리 밖에서도 함께할 수 있을까. 〈나이트 플라워〉를 끝까지 따라가게 하는 궁금증이다.

관련 작품

◆ 〈러브 라이즈 블리딩〉 (2024, 로즈 글래스) — 보디빌더와 체육관 매니저의 사랑이 범죄와 얽힌다. 여성의 강한 몸이 매혹과 보호, 위협을 함께 만들어낸다는 점을 비교해볼 만하다. 서로를 구하고 싶은 마음이 위험을 얼마나 키울 수도 있는지 보여준다.

◆ 〈로데오〉 (2022, 롤라 키보론) — 오토바이를 타는 여성이 남성 중심의 집단 안으로 들어간다. 몸으로 익힌 기술이 자기 자리를 얻는 수단이 되는 한편, 소속되고 싶은 마음 때문에 더 큰 위험을 감수하게 되는 과정을 이어 볼 수 있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