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땃쥐가 사람을 잡아먹는 영화에서 괴물 역을 맡은 것은 개들이었다. 〈킬러 슈루스〉는 개에게 가짜 주둥이와 꼬리를 붙여 그 낯선 동물을 만들었다. 분장의 정체를 알고 보면 …
거대한 땃쥐가 사람을 잡아먹는 영화에서 괴물 역을 맡은 것은 개들이었다. 〈킬러 슈루스〉는 개에게 가짜 주둥이와 꼬리를 붙여 그 낯선 동물을 만들었다. 분장의 정체를 알고 보면 웃음이 날 수 있다. 그런데 개에게 쫓겨 달려야 했던 배우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 촬영이 마냥 우습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주연 배우 제임스 베스트가 회고한 어려움은 단순했다. 언덕을 달리는 자신을 개들이 뒤쫓아야 하는데, 정해진 방향으로 뛰게 만들 방법이 필요했다. 베스트는 사냥개가 냄새를 따라간다는 점을 이용하자고 제안했다. 너구리가 든 우리를 촬영할 길로 끌고 가 냄새를 남긴 뒤, 그 길을 따라 달리는 것이다.
카메라가 돌자 그는 뛰기 시작했고 개들이 바짝 뒤따랐다. 베스트는 그 개들이 너구리를 쫓는 건지 자기 엉덩이를 물 생각인지 조금 걱정됐다고 돌아봤다. 웃으며 전한 일화지만, 가짜 이빨을 달고 있어도 달려오는 동물은 진짜였다는 점이 재미있다. 배우는 괴물이 있다는 상상을 하면서, 동시에 뒤에서 오는 개도 신경 써야 했다.
레이 켈로그는 특수효과 작업을 해오다 이 영화로 장편 연출에 나섰다. 베스트는 제작자인 켄 커티스의 부탁을 받고 출연했다고 한다. 넉넉한 제작은 아니었다는 배우의 회고에서 남는 것은 값싼 분장에 대한 변명보다, 그 개들을 카메라 앞에서 어떻게 움직였는가 하는 구체적인 궁리다. 괴물의 얼굴을 만드는 일과 괴물에게 쫓기는 장면을 만드는 일에는 서로 다른 문제가 있었다.

베스트가 맡은 선장은 섬의 연구진에게 보급품을 나른다. 짐을 내려놓고 떠날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태풍 때문에 섬에 머물게 된다. 연구진이 무엇을 하는지 모두 알기도 전에, 그들과 같은 집에서 밤을 보내야 하는 처지다. 선장에게 배가 있다는 사실은 오히려 난처하다. 돌아갈 수단이 눈앞에 있어도 날씨가 허락하지 않는다.
연구실에서는 유전 실험 도중 거대한 땃쥐가 생겨났다. 문제는 크기만이 아니다. 영화는 이 동물들이 끊임없이 먹이를 필요로 한다는 설정을 붙인다. 굶주린 괴물이 밖에 있고 사람들이 안에 있으면, 우선은 문을 잘 막으면 될 것 같다. 하지만 집의 무른 흙벽까지 갉아 들어오는 상대에게 출입문 하나는 대수롭지 않은 장애물이다.
이때부터 집을 보는 방식이 달라진다. 방이 얼마나 넓고 어디가 편한가보다 벽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가 급해진다. 누군가 문을 잘 잠갔는지보다 흙벽의 틈이 얼마나 벌어졌는지가 신경 쓰인다. 지금 저 벽에 구멍이 나면 어떻게 되는지는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괴물의 정체보다 그 괴물이 넘어올 수 있는 거리가 당장의 문제다.
닫힌 공간의 공포가 잘 전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밖으로 나가면 위험하지만 안이 안전하다는 보장도 사라진다. 집은 사람을 가둔 장소이면서, 아직 그들을 지켜주는 얼마 안 되는 물건이기도 하다. 벽을 뚫는 습격이 이어지면 익숙한 방조차 잠시 빌려 쓰는 피난처처럼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람들이 곧바로 힘을 합칠 것 같지만, 집 안에는 이미 틀어진 관계가 있다. 연구자의 딸 앤과 과거 연인인 제리, 새로 온 선장 사이에 긴장이 생긴다. 제리는 앤이 선장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이 못마땅하다. 목숨을 위협하는 일이 닥쳐도, 다른 사람에게 밀리고 있다는 기분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질투는 말다툼으로 끝나지 않고 출입문을 누가 열어줄 것인가 하는 문제에까지 끼어든다. 같은 집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등을 맡길 수는 없는 것이다. 안에서 다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바깥의 위험을 잊기 어려워진다. 밖에는 굶주린 동물이 있고, 안에는 아직 자기 기분부터 따지는 사람이 있다.
이 영화의 재미는 그 두 가지가 한꺼번에 신경 쓰이는 데 있다. 분장한 개가 우스워 보이다가도, 저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에게 몸을 맡겨도 될지 걱정하게 된다. 서로 짜증을 내는 사람들을 보다 보면 다시 벽 쪽이 궁금해진다. 괴물이 아주 정교하지 않아도, 위급할 때 믿기 어려운 사람은 충분히 곤란하다.

이 영화는 1959년 같은 감독이 만든 〈자이언트 길라 몬스터〉와 함께 상영됐다. 한쪽에서는 거대한 도마뱀이 마을을 위협하고, 다른 쪽에서는 거대한 땃쥐가 섬의 집을 둘러싼다. 평소라면 사람이 다룰 만한 동물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키우는 상상이 두 편을 묶는다. 괴물을 만드는 솜씨와 그 괴물 앞에 사람을 놓는 궁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짝이다.
〈킬러 슈루스〉에서는 작은 제작 규모가 눈에 띄는 순간에도 이야기가 풀어야 할 문제가 남는다. 바깥으로 나갈 수 없는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서로를 믿지 못하면 집 안에 더 버틸 수 있을까. 개가 괴물 분장을 했다는 사실에 웃고 난 뒤에도, 이 난처한 사람들의 다음 행동은 궁금해질 만하다.
① 배우와 개가 함께 달리는 장면
추격 장면에서는 괴물 분장뿐 아니라 쫓기는 배우도 함께 보자. 베스트는 정해진 길을 달리는 동시에 뒤따르는 개를 의식해야 했다고 회고했다. 가짜 동물의 모습을 만드는 기술과 실제 동물 앞에서 움직이는 배우의 몸이 한 장면에 들어 있다는 점이 이 추격의 흥미로운 구석이다.
② 집 안을 지켜주는 벽
괴물이 벽을 갉기 시작하면 방 안의 익숙한 풍경도 달라진다. 벽은 배경이 아니라 습격을 막는 물건이 된다. 사람들이 어디로 물러나고 무엇으로 틈을 막으려 하는지 따라가면, 바깥의 괴물이 자주 보이지 않는 동안에도 긴장이 이어지는 이유를 알 수 있다.
③ 앤을 대하는 제리의 태도
제리가 선장을 경계할 때, 모두가 처한 위험보다 자기 관계의 변화에 더 신경 쓰는 순간을 살펴보자. 위급하다고 사람들의 감정이 한 방향으로 모이지는 않는다. 누구와 함께 버텨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괴물의 습격 못지않게 까다로워진다.
④ 떠날 배가 있는데도 떠나지 못하는 사정
보급품을 나르는 배는 섬을 바깥과 이어주지만, 태풍 앞에서는 당장 쓸 수 없는 수단이 된다. 돌아갈 곳도 배도 있는 선장이 왜 집 안에 남는지 생각하면 그의 답답함이 가까워진다. 탈출 수단이 전혀 없는 것과, 있는데도 이용할 수 없는 것은 서로 다른 불안을 만든다.
〈자이언트 길라 몬스터〉 (1959, 레이 켈로그)
작은 마을을 위협하는 거대 도마뱀에 자동차를 모는 청년들이 맞선다. 〈킬러 슈루스〉와 함께 만들어져 함께 상영된 작품이다. 섬의 집에 갇힌 사람들이 궁리를 짜내는 이야기에서, 차와 음악이 있는 마을로 옮겨가 두 괴수영화의 분위기를 비교할 수 있다.
〈유카 플랫의 야수〉 (1961, 콜먼 프랜시스)
쫓기던 과학자가 핵실험장에 들어갔다가 방사능으로 괴물이 된다는 이야기다. 대사가 적고 내레이션이 줄거리를 이끄는 방식이 두드러진다. 집 안의 대립을 따라가는 영화와 달리, 황량한 장소와 그 위에 얹힌 설명이 어떻게 괴물 이야기를 만드는지 볼 수 있다.
〈자이언트 리치의 습격〉 (1959, 버나드 L. 코왈스키)
늪지에서 이상한 생물을 봤다는 목격담을 사람들은 선뜻 믿지 않는다. 눈앞에 위험이 있어도 그 말을 받아들이게 하는 일부터 쉽지 않다. 모두가 같은 위협을 인정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괴물과 사람 사이의 문제를 한 번 더 살펴볼 만하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