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만나 죽음을 함께 계획한 두 사람이, 정작 눈앞의 상대를 알아보지 못한다. 〈다른 길이 있다〉의 수완(김재욱)과 정원(서예지)은 서로의 얼굴을 모른다. 배 안에서 떨어…
인터넷에서 만나 죽음을 함께 계획한 두 사람이, 정작 눈앞의 상대를 알아보지 못한다. 〈다른 길이 있다〉의 수완(김재욱)과 정원(서예지)은 서로의 얼굴을 모른다. 배 안에서 떨어져 서로를 바라볼 때도, 눈앞의 사람이 온라인에서 말을 나누던 상대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이후 라이브 카페에서 다시 마주쳤을 때 정원이 수완에게 다가간다. 이미 약속을 나눈 사람인데도, 현실에서는 처음 말을 걸어야 하는 낯선 사람이다.
수완은 경찰이다. 음주운전자를 적발하고도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사정에 마음이 약해져 그냥 보내준다. 그 운전자는 사고를 내고, 피해자는 중환자실에 누워 있다. 상대를 불쌍히 여긴 판단 때문에 다른 사람이 다쳤다는 사실을 수완도 감당해야 한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한 그에게는 오래된 고통이 있고, 현재의 일마저 뜻대로 되지 않는다.
병원에서 그 운전자의 이야기를 듣는 수완을 영화는 뒤에서 보여준다. 김재욱은 표정으로 감정을 설명할 수도 있었던 장면에서 뒷모습으로 전달하는 쪽을 택했다고 돌아봤다. 누군가의 사정을 들어준 일이 잘못된 결과로 돌아왔을 때, 그는 지금 어떤 마음으로 그 말을 듣고 있을까. 얼굴이 보이지 않는 동안에도 앞선 판단과 사고가 떠오른다.
조창호 감독은 수완에게 심각한 분위기를 미리 풍기는 인상을 원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얼굴과 행동을 할 것이라는 정형을 따르지 않으려 했다는 것이다.
정원은 결혼식과 가게의 개업 행사에서 일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전신마비인 어머니를 돌본다. 집에는 아버지의 성폭력도 있다. 누군가를 보살피며 생계를 이어가는 일상과, 자신이 해를 입는 생활이 겹쳐 있다. 정원이 집을 벗어나려는 마음을 어머니의 병수발이 힘들어서라고만 설명할 수 없는 이유다.
수완과 정원이 다시 만나는 라이브 카페에서는 강허달림이 〈미안해요〉를 부른다. 영화는 한 곡 전체를 담았다. 김재욱의 설명에 따르면 현장에 음악 녹음 장비를 들여와 실제 연주를 녹음했고, 그 소리를 영화에 사용했다. 만남의 분위기를 짧게 알려주는 반주에 그치지 않고, 연주 한 곡이 이어지는 시간을 인물들과 보내게 한다.
노래의 제목은 정원의 생활을 알고 들으면 더 아프다. 조창호는 정원에게 가해자가 있는데도 정원 자신이 미안함을 느낀다는 점을 선곡과 연결했다. 잘못한 사람과 사과하는 사람이 같지 않다는 데서 노래와 인물이 만난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