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사라져 집에 돌아왔는데, 엄마는 기도하면 된다고 한다. 〈불신지옥〉의 희진(남상미)은 동생 소진(심은경)의 행방을 알아내려 한다. 그러나 엄마(김보연)는 교회에 매달리고,…
동생이 사라져 집에 돌아왔는데, 엄마는 기도하면 된다고 한다. 〈불신지옥〉의 희진(남상미)은 동생 소진(심은경)의 행방을 알아내려 한다. 그러나 엄마(김보연)는 교회에 매달리고, 형사 태환(류승룡)은 단순 가출로 여긴다. 희진에게 가장 급한 일이 누구에게도 그만큼 급해 보이지 않는다. 집으로 돌아왔으니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부터 어긋난다.
그런 희진에게 이웃들은 소진이 신들린 아이였다고 말한다. 동생이 어디 있는지 알고 싶은데, 주변 사람들은 동생에게 어떤 능력이 있었는지를 이야기한다. 같은 아파트에 살던 사람들이 대체 무슨 일을 겪었기에 어린아이를 그렇게 부르는 걸까. 〈불신지옥〉은 이 궁금증으로 관객을 붙잡는다. 소진을 찾으려면 이웃의 말을 들어야 하지만, 듣고 나면 그 사람을 더 믿기 어려워진다.
엄마의 기도가 불편하게 다가오는 것은 딸을 걱정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딸이 돌아오기를 바라면서도,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알아보는 일보다 기도가 먼저이기 때문이다. 희진은 엄마와 같은 일을 걱정하면서도 어떻게 해야 할지 뜻을 모을 수 없다. 영화는 가족 사이의 이 어긋남부터 차근차근 보여준다.
형사가 등장해도 희진은 좀처럼 안심할 수 없다. 태환은 처음부터 소진의 실종을 가출로 생각한다. 엄마는 돌아올 거라고 확신하고, 형사는 집을 나갔을 거라고 판단한다. 이유는 서로 다르지만, 두 사람 모두 희진이 아직 모르는 일에 이미 답을 내려놓았다. 정작 희진은 두 사람과 이야기해도 동생을 찾는 데 필요한 정보를 얻지 못한다.
그런데 태환에게도 아픈 딸이 있다. 다른 집 아이의 일에는 무심해 보이던 사람도 자기 가족 앞에서는 마음이 급해질 수 있다. 이 사정이 알려지면 태환을 단순히 일 못 하는 형사로만 보기 어려워진다. 병을 고칠 수 있다는 말, 아이를 되찾을 수 있다는 말을 듣는 사람이 그만큼 절박하다면 어떨까. 영화는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을 두 편으로 나누기 어렵게 만든다.

소진은 희진의 동생이지만, 이웃의 말 속에서는 점점 다른 존재가 된다. 누군가는 소진이 신들렸다고 하고, 누군가는 그 능력에 기대를 건다.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아가는 동안, 그 아이를 지켜보던 어른들이 무엇을 원했는지도 드러난다. 희진의 수사는 사라진 한 사람을 찾는 일에서 그 주변 사람들의 속내를 알아내는 일로 번진다.
배경이 아파트라는 점도 이런 불안을 키운다. 소진이 지내던 집은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는 외딴곳이 아니다. 가까이에는 아이를 아는 이웃들이 있다. 그런데 그들이 전하는 말은 희진이 알고 있던 동생과 좀처럼 맞지 않는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소진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뿐 아니라, 그 말을 하는 이웃이 소진과 어떤 관계였는지도 궁금해진다. 수사에 도움이 될 만한 증언이 또 다른 의심을 낳는다.
연출을 맡은 이용주는 특정 종교의 옳고 그름을 가리기보다 개인의 믿음에 관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웃들을 볼 때도 어느 종교를 믿는지보다 소진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살피는 편이 흥미롭다. 아이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믿으면, 그 아이에게 자기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기대할 수도 있다. 소진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걱정하던 마음이 어른들의 그런 기대 앞에서는 불쾌함으로 바뀐다.

〈불신지옥〉은 사람들의 사정을 차분히 풀어가다가도, 어둠 속에 들어서면 이야기를 따라가던 관객의 여유를 빼앗는다. 지하실 장면에서는 휴대폰 불빛이 어두운 공간을 비춘다. 감독은 밤 장면인데도 주변이 훤히 보이는 공포영화가 불만이었고, 이 장면에서는 실제로 볼 수 있는 만큼만 보이게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촬영 전에는 그 빛으로 장면을 만들 수 있을지 시험도 했다.
불빛이 닿은 부분을 확인하는 동안에도 그 바깥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화면을 더 자세히 들여다본다고 주변이 환해지지는 않는다.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과 더 가까이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동시에 든다. 복잡한 설명 없이도 몸이 먼저 긴장하는 대목이다. 영화가 사람들의 믿음을 다룬다고 해서 공포를 이야기로만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훗날 〈건축학개론〉을 만든 감독의 첫 장편이라고 생각하면 뜻밖이지만, 〈불신지옥〉은 그 이력만으로 기억하기에는 아까운 영화다. 미스터리를 따라가게 하는 힘과 당장 눈앞을 살피게 하는 공포가 함께 있다. 희진처럼 동생이 어디 있는지 궁금해하다가, 어느새 그 집 주변에 있는 누구에게도 소진을 맡기고 싶지 않아진다. 아이를 걱정한다는 말은 많은데 정작 아이의 편은 누구인지 알기 어렵다. 그 불안이 어두운 지하실을 벗어나서도 남는다.
◆ 〈오피스〉 (2015, 홍원찬) — 가족을 살해한 뒤 사라진 직원의 행적을 동료들에게 묻는다. 매일 마주치던 사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 의심하게 한다는 점에서 이어 볼 만하다. 아파트 대신 사무실 안의 관계와 침묵이 수사를 가로막는다.
◆ 〈흑마술사〉 (2016, 다인 사이드) — 법의학 사진가가 연쇄살인 수사에 관여하면서 이웃과 오래된 주술의 비밀에 다가간다. 도시의 생활공간에서 시작한 수사가 초자연적인 이야기로 번지는 말레이시아 영화다. 익숙한 장소가 낯설어지는 공포를 다른 문화의 전설과 함께 만날 수 있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