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하는 거지와 진실만 말한다는 남자는 왜 우스울까 | MovieLAB LAB

이름이 진실인 남자(오동민)가 있다. 그는 맞고 또 맞아도 진실을 말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런데 말을 할수록 주변 사람들이 떠난다. 정직한 사람이 부당하게 배척당하는 이야기일까…

철학하는 거지와 진실만 말한다는 남자는 왜 우스울까 | MovieLAB LAB

이름이 진실인 남자(오동민)가 있다. 그는 맞고 또 맞아도 진실을 말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런데 말을 할수록 주변 사람들이 떠난다. 정직한 사람이 부당하게 배척당하는 이야기일까. 김보원 감독의 〈보통의 우주는 찬란함을 꿈꾸는가?〉는 이 남자에게 곧장 편을 들어주기 어려운 코미디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말과 그 말을 듣는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게 하기 때문이다.

영화에는 서로 다른 세 개의 지구가 나온다. 한곳에서는 소녀(박서윤)가 수업을 빠지고 삶의 의미를 찾아 나선다. 다른 곳에서는 거지(심규호)가 자신이 노숙하는 철학자가 된 사연을 들려준다. 진실은 세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멀티버스라는 큰 설정 속에서 이들이 하는 일은 뜻밖에 익숙하다. 학교를 벗어나고, 자기 인생을 설명하고, 남에게 말을 건넨다. 세계의 수보다 이 사람들이 무엇을 확신하고 있는지가 궁금해진다.

성적표를 벗어나고 싶어도

소녀가 듣는 강의에서는 성적과 외모를 유전자로 설명한다. 영화 속 과학자의 말은 왜곡된 생물학이다. 그러나 소녀에게는 그 설명이 자기 처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설상가상으로 자기 성적인 줄 알았던 18등도 이름이 비슷한 다른 학생의 것이었다. 소녀의 순위는 그보다 뒤다. 삶의 의미라는 커다란 질문을 붙잡고 있어도, 당장 자기보다 앞에 있는 사람을 의식하는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거지가 꾸던 대통령의 꿈은 거지의 왕이 되려는 꿈으로 바뀐다.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된 뒤에도, 어린 시절의 자신에게는 그래도 왕이라고 말해준다. 바라던 자리의 이름은 바뀌었지만 높은 자리를 원하는 마음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가 들려주는 깨달음을 듣다가도 ‘왕’이라는 이름이 걸린다. 무엇을 아는지와 어떻게 살고 싶은지는 꼭 일치하지 않는다.

진실만 말한다는 사람은 남의 말을 들을까

진실에게도 그 차이가 있다. 그는 스스로 진실만 말한다고 믿지만, 거지가 모든 존재에 가치가 있다는 뜻으로 건넨 말은 오해하고 무시한다. 자기 말을 전하는 데에는 그토록 집요한 사람이 남의 말에는 귀를 닫는다. 앞서 들었던 거지의 이야기는 여기서 다른 시험을 맞는다. 살아오며 알아낸 것을 말해도, 듣는 사람이 받아들인다는 보장은 없다.

김보원은 처음부터 세 이야기를 한꺼번에 구상하지 않았다. 소녀가 등장하는 단편을 먼저 완성한 뒤, 같은 주제로 더 할 이야기가 남아 있다고 생각해 장편으로 넓혔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이야기는 함께 기획했다. 그 제작 과정은 누군가 얻은 답이 다음 인물 앞에서 다시 흔들리는 구성과 맞닿아 있다. 한 사람의 깨달음으로 막을 내리면 놓쳤을 고집과 오해가, 다른 이야기를 만나면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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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