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는 한 명이면 되는데, 교회가 가득 찼다. 의자에서 잠들었던 지미가 눈을 뜨자 자신과 결혼하러 온 여자들이 모여 있다. 조금 전까지는 누구도 그의 청혼을 받아주지 않았다. 이…
신부는 한 명이면 되는데, 교회가 가득 찼다. 의자에서 잠들었던 지미가 눈을 뜨자 자신과 결혼하러 온 여자들이 모여 있다. 조금 전까지는 누구도 그의 청혼을 받아주지 않았다. 이제 상대를 찾았으니 한숨 돌릴 만도 한데, 이 남자는 곧 신부들을 피해 달려야 한다.
버스터 키튼이 연출하고 주연을 맡은 〈Seven Chances〉는 결혼 상대를 구하는 일에서 추격전을 끌어낸다. 신부가 없어서 곤란하던 사람이 너무 많이 모여서 곤란해진다. 그 사이에 지미가 저지른 실수는 무엇일까. 쫓기는 남자와 거대한 바위만으로도 웃기는 영화지만, 도망치기 전의 청혼을 보면 그의 다급한 발걸음에 다른 사정도 보인다.

지미가 스물일곱 살이 된 날, 변호사가 유산 소식을 가져온다. 그날 저녁 일곱 시까지 결혼하면 70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다. 지미에게는 좋아하는 메리가 있다. 문제는 청혼하면서 유산의 조건까지 설명한다는 데 있다. 누구와 결혼하든 돈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은, 메리에게 꼭 자신이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뜻으로 들린다.
지미는 거절당하자 한때 유산을 포기하려 한다. 다른 여자와 결혼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를 다시 신부 찾기에 나서게 하는 사람은 동업자다. 잘못된 거래에 휘말린 동업자는 이 돈이 없으면 감옥에 갈 처지라며 매달린다. 지미가 여러 여자에게 청혼하는 것은 그 뒤의 일이다. 돈 앞에서 곧바로 사랑을 버린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그가 한번 돌아선 순간이 걸린다.
그렇다고 이후의 청혼이 다 이해되는 것은 아니다. 지미와 동업자는 클럽에서 후보 일곱 명을 고르지만 모두 거절당한다. 지미에게는 다음 사람에게 물어볼 기회가 남아 있다. 반대로 청혼받는 사람에게는 처음 듣는 이야기다. 남자의 마음이 얼마나 절박한지와 별개로, 일곱 시 전까지 결혼해달라는 요구부터 받아들여야 한다. 실패가 이어질수록 그의 사정은 딱해지고, 다른 사람까지 그 일정에 맞춰야 한다는 생각은 우스워진다.
처음에 메리에게 했던 실수도 이 청혼들 사이에서 선명해진다. 지미에게 중요한 것은 돈과 결혼을 모두 지킬 방법이지만, 메리는 자신을 사랑해서 청혼하는지 알고 싶었다. 같은 청혼을 두고도 서로 듣고 싶은 말이 달랐다.

동업자는 신문에 결혼 상대를 구하는 광고를 내고 지미에게 교회로 가라고 한다. 먼저 도착한 지미는 잠이 들고, 그 사이 광고를 본 여자들이 찾아온다. 클럽에서는 지미가 한 사람씩 찾아다니며 대답을 기다렸다. 교회에서는 그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동안 신부가 늘어난다. 이번에는 그가 상황을 알아차리는 때보다 관객이 알아차리는 때가 빠르다.
기다리던 지미에게는 동업자가 신부를 구해주겠다는 약속이 있다. 찾아온 여자들에게는 부유한 남자와 결혼할 수 있다는 광고가 있다. 서로 다른 곳에서 시작한 기대가 한 교회에 모인 셈이다. 사람이 늘어날수록 결혼이 쉬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관객은 잠든 남자보다 먼저 안다. 지미가 깨어나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그래서 불안하면서도 우습다.
여자들이 쫓아오기 시작하는 데에도 계기가 있다. 목사가 이 일을 장난이라고 말하자 사람들이 화를 낸다. 지미는 이제 청혼의 대답을 기다릴 처지가 아니다. 교회를 빠져나와 도망쳐야 한다. 방금까지 그에게 다가오는 사람은 결혼의 가능성이었는데, 이제는 거리를 벌려야 할 상대가 된다. 영화는 그 차이를 긴 설명 없이 달리는 방향으로 보여준다.

언덕으로 이어진 추격에는 사람들 외에 또 다른 상대가 끼어든다. 비탈을 굴러 내려오는 돌이다. 사람을 피해 달리는 동안 돌까지 피해가야 하니, 앞으로 달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돌이 내려오는 길과 지미가 가려는 길이 겹칠 때마다 다음 발을 어디에 디딜지 보게 된다. 뒤에서 쫓아오는 신부들을 잊기도 전에 발밑의 비탈이 새 걱정거리가 된다.
이 장면은 처음부터 지금 같은 규모로 계획된 것이 아니었다. 키튼의 회고에 따르면, 시사회 관객은 지미가 비탈을 내려가다 건드린 작은 돌이 다른 돌까지 굴러가게 할 때 웃었다. 키튼은 필름을 천천히 돌려보며 그 대목을 확인했다. 이후 철사 틀에 종이를 입힌 바위 모형을 만들어 추격을 확대했다. 우연히 찍힌 것을 그대로 남기는 데서 끝내지 않고, 왜 웃음이 났는지 다시 보고 한 장면을 더 만든 것이다.
제작 경위를 알고 보면 큰 바위만큼 작은 돌도 눈에 들어온다. 처음에는 지미가 지나가며 건드린 주변 사물이었다. 그런데 굴러가기 시작하자 그가 피해야 할 것이 된다. 도망가려고 내디딘 발이 다음 장애물을 만든다. 키튼이 발견한 웃음은 바위를 무작정 크게 만드는 일보다 앞서 있었다. 달리는 사람과 굴러가는 돌이 한번 얽히고 나면, 지미가 곧장 목적지에 도착하리라고 안심하기 어려워진다.
지미는 한 사람에게 청혼의 대답을 얻으려다, 자신을 찾아온 너무 많은 사람에게서 벗어나려고 애쓰게 된다. 지미가 원하는 일은 결혼인데, 영화를 보다 보면 어느새 그가 다음 장애물을 어떻게 넘을지 기다리고 있다. 구애의 어색함이 몸의 곤경으로 옮겨가는 과정을 함께 볼 때 추격전도 더 재미있어진다.
◆ 메리에게 들린 청혼 — 지미는 결혼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를 말하지만, 메리는 자신이 그에게 어떤 사람인지 묻게 된다. 유산 조건이 전달되는 순간 청혼의 뜻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자. 이어지는 거절 뒤에 지미가 한번 유산을 포기하려 한다는 점도 놓치지 않으면 좋다. 이후 다른 여자들에게 청혼하는 모습과 함께 볼 때, 그의 마음을 돈에 대한 욕심 하나로만 정리하기 어려워진다.
◆ 잠든 남자와 채워지는 교회 — 지미가 잠든 동안 교회에 모여드는 사람들을 보자. 그는 자신을 기다리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관객은 신부가 너무 많다는 것을 먼저 안다. 모두가 같은 목적을 가지고 찾아왔다는 사실도 이 상황을 간단하게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지미가 깨어났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지는 순간, 앞서 그가 청혼의 대답을 기다릴 때와는 웃음의 이유가 달라진다.
◆ 다가오는 사람이 반갑지 않을 때 — 클럽에서 지미가 여자들을 찾아다닐 때와 신부들에게 쫓길 때를 나란히 떠올려보자. 이전에는 사람을 만나야 다음 일이 가능했는데 이제는 거리를 벌려야 한다. 같은 결혼 이야기 안에서 몸이 향하는 방향이 달라진다. 추격하는 이들을 그저 구경거리로만 보지 않고, 교회에 찾아왔을 때 무엇을 기대했는지 기억하면 이 뒤집힘도 더 또렷해진다.
◆ 발이 건드린 뒤의 돌 — 바위의 크기만 보지 말고 지미와 돌이 서로의 진로에 끼어드는 순간을 살펴보자. 지미가 움직여 굴러가기 시작한 돌이 다시 그의 발길을 바꾸게 한다. 빨리 달리면 해결될 것 같던 일이 달리는 동안 더 복잡해지는 것이다. 시사회에서 작은 돌이 굴러갈 때 웃음이 났다는 회고를 떠올리면, 거대한 소품에 앞서 발견한 움직임이 무엇이었는지도 생각해볼 수 있다.
◆ 〈셜록 주니어〉 (1924, 버스터 키튼) — 탐정을 꿈꾸는 영사기사가 잠든 뒤 영화 속으로 들어간다. 현실에서는 뜻대로 되지 않던 일이 꿈에서는 다른 모험으로 이어진다. 잠든 주인공을 두고 관객이 먼저 다음 상황을 보게 된다는 점을 교회 장면과 견주어볼 수 있다.
◆ 〈더 프레시맨〉 (1925, 프레드 뉴메이어·샘 테일러) — 해롤드 로이드가 인기 있는 학생이 되고 싶은 신입생을 연기한다. 풋볼팀에 들어가도 그를 기다리는 것은 기대하던 대우가 아니다. 당사자가 원하는 모습과 주변 사람들이 그를 대하는 방식의 차이에서 생기는 코미디다.
◆ 〈제너럴〉 (1926, 버스터 키튼·클라이드 브루크먼) — 기관사 조니가 도난당한 기관차를 쫓는다. 손으로 움직이는 철도 수레와 자전거까지 동원되는 추격에서는 뒤처지지 않으려는 마음이 탈것을 고르게 한다. 맨몸으로 도망가는 지미와 달리, 무언가를 되찾으려고 쫓아가는 키튼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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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