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노에서 재봉사로 일하는 지니아(일레 야라 비아넬로)에게 아멜리아(데바 카셀)는 자유로워 보이는 사람이다. 화가들의 모델이 되어 포즈를 취하고, 그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린다. 시…
토리노에서 재봉사로 일하는 지니아(일레 야라 비아넬로)에게 아멜리아(데바 카셀)는 자유로워 보이는 사람이다. 화가들의 모델이 되어 포즈를 취하고, 그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린다. 시골을 떠나 도시에 자리 잡아가는 지니아는 그를 따라 화실에 드나들기 시작한다. 〈뷰티풀 썸머: 특별한 관계〉는 1938년의 여름, 한 여자가 다른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시간을 그린다.
처음에는 아멜리아처럼 살아보고 싶은 것일 수 있다. 낯선 사람들 앞에서 자기 몸을 드러내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새로운 관계를 주저하지 않는 모습이 부럽다. 그런데 자꾸 그 사람 곁에 있고 싶어지는 마음까지 동경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지니아는 아멜리아를 통해 몰랐던 세계에 들어가면서, 자신이 누구에게 끌리는지도 알아간다. 아름다운 여름 풍경 속에서 이 영화가 오래 살피는 것은 그런 망설임이다.

지니아는 옷을 만드는 일을 한다. 몸에 맞게 천을 고르고 다듬는 세계에 익숙한 그에게, 옷을 벗고 화가 앞에 서는 아멜리아의 일은 낯설다. 화실은 일터이면서 사람들이 모여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는 장소이기도 하다. 지니아가 바라보는 것은 그림 속 몸만이 아니다. 그 몸을 그리는 사람과 보여주는 사람, 그들 사이에서 오가는 관심까지 새로운 경험이다.
화가 귀도(알레산드로 피아바니)와의 만남도 그곳에서 시작된다. 누군가에게 매력적인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이 커지고, 지니아는 자신의 연애를 경험한다. 그러나 남자와 가까워졌다고 아멜리아가 새 친구를 소개해준 사람의 자리로 물러나지는 않는다. 지니아의 마음에는 여전히 그를 향한 관심이 있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동안에도 누구를 눈여겨보게 되는지, 영화는 그 시선을 따라간다.
이때 지니아에게 당장 자기 감정의 이름을 고르라고 요구하지 않는 점이 좋다. 닮고 싶은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은 분명히 구별된 다음에 찾아오지 않는다. 익숙하지 않은 장소에 들어가면 그곳을 잘 아는 사람이 멋져 보일 수 있고, 함께 지내다 보면 그 사람 자체가 더 궁금해질 수도 있다. 지니아에게 아멜리아는 그런 변화가 생기는 상대다.
자유로워 보이는 사람 곁에 선다고 곧바로 자신도 편안해지는 것은 아니다. 화실의 분위기에 익숙해지고 싶은 마음과 타인의 시선을 받는 어색함이 함께 있다. 영화는 지니아가 새 세계에 들어왔다는 이유만으로 당당한 인물로 바뀌었다고 선언하지 않는다. 몸을 어떻게 두어야 할지, 어느 만큼 다가가도 될지 아직 모르는 순간들이 첫사랑의 시간에 남아 있다.

연출을 맡은 라우라 루케티는 체사레 파베세의 소설을 영화로 옮기면서 시대 배경을 유지했다. 대신 인물의 의상과 공간을 오늘의 젊은 관객에게도 낯설지 않게 보이도록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먼 시대의 풍속을 구경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저 사람의 옷이나 태도가 지금의 내 친구와도 닮았다고 느낄 수 있기를 바란 것이다.
그 선택은 지니아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된다. 오래된 도시의 풍경과 옷차림에 먼저 눈이 가더라도, 지니아가 사람들과 어울리려 할 때의 어색함은 낯설지 않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싶지만 상대의 반응이 신경 쓰이고, 새로운 생활에 익숙해진 자신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시대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보면서도 그 감정까지 옛날 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화실의 그림과 그리는 동작에도 실제 준비가 있었다. 제작진은 당시 토리노에서 활동했던 화가들의 작품을 참고했고, 귀도를 맡은 알레산드로 피아바니는 그리는 법을 배웠다. 이런 세부는 화실을 젊은 사람들이 멋을 부리는 장소로만 보이지 않게 한다. 그곳에서는 누군가 일을 하고, 다른 누군가는 그 일을 위해 자기 몸을 내어준다. 지니아가 매혹되는 세계에도 각자가 맡은 일이 있는 것이다.
배경이 되는 시대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라디오에서 무솔리니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지니아가 창문을 닫는 대목이 있다. 영화가 주목하는 것은 그 시대를 설명하는 긴 연설보다, 그 안에서 자라고 사랑하는 개인의 시간이다. 세상이 불안해도 처음 좋아하게 된 사람 때문에 마음이 흔들리는 일은 일어난다. 1938년이라는 연도와 지니아의 여름이 함께 놓인다.
그해 여름의 만남은 지니아가 자기 마음을 모른 척하기 어렵게 만든다. 처음엔 멋있어 보여서 따라갔고, 함께 지내면서는 더 가까워지고 싶어졌다. 아멜리아의 생활이 궁금했던 관심은 어느새 그 사람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된다. 〈뷰티풀 썸머: 특별한 관계〉는 그 변화를 알아가는 첫사랑의 시간을 남긴다.
◆ 〈캐롤〉 (2015, 토드 헤인즈) — 낯선 여성에게 강하게 끌리는 젊은 인물이 그 관계를 통해 자기 마음을 알아간다. 상대를 바라보는 시선뿐 아니라 직업과 생활, 사회적 위치의 차이도 관계에 영향을 준다. 두 작품에서 동경과 사랑이 겹치는 순간을 비교해볼 만하다.
◆ 〈로데오〉 (2022, 롤라 키보론) — 오토바이에 매료된 여성이 남성 중심의 집단 안으로 들어간다. 원하던 세계에 가까워지는 기쁨과 그곳에서 자기 자리를 만드는 어려움을 함께 다룬다. 화실에 들어간 지니아와 전혀 다른 인물이지만, 매혹된 장소에 들어가는 것과 그 안에서 편안하게 사는 것 사이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