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쿠야는 하키화를 신은 채 피겨스케이팅 동작을 따라 하다가 자꾸 넘어진다. 링크에서 연습하던 사쿠라에게 반해 저도 그렇게 타보고 싶은 것이다. 소년을 지켜보던 코치 아라카와가 스…
타쿠야는 하키화를 신은 채 피겨스케이팅 동작을 따라 하다가 자꾸 넘어진다. 링크에서 연습하던 사쿠라에게 반해 저도 그렇게 타보고 싶은 것이다. 소년을 지켜보던 코치 아라카와가 스케이트화를 빌려준다. 〈마이 선샤인〉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된다. 대단한 재능을 증명한 뒤에야 기회를 얻는 것이 아니라, 해보고 싶어 하는 모습을 누군가 알아봐 준다.
타쿠야에게 아이스링크는 원래 하키를 하러 가는 곳이었다. 몸으로 부딪치며 퍽을 쫓던 소년이 사쿠라의 연습을 보면서 같은 얼음 위에서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발견한다. 사쿠라가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모습에 먼저 끌리고, 그다음에는 직접 흉내를 낸다. 그저 멋지다고 생각하는 데서 끝내지 않고, 서툴러도 따라 해본다는 데 소년의 의욕이 드러난다.
아라카와는 타쿠야와 사쿠라에게 아이스댄스의 짝을 이뤄보자고 권한다. 혼자 보던 소녀가 이제 동작을 함께 맞춰야 하는 상대가 된다. 사쿠라를 멀리서 구경하는 데는 타쿠야의 마음만 있으면 됐지만, 함께 타려면 상대도 움직일 수 있게 해야 한다. 혼자 잘 타는 것과 둘이 호흡을 맞추는 것은 다른 과제다. 연습이 거듭될수록 사쿠라는 동경의 대상에만 머물지 않고,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된다.

두 아이를 연기한 코시야마 게이타츠와 나카니시 키아라는 실제로 스케이트를 탈 줄 알았다. 특히 나카니시는 아이스댄스 경험도 있었다. 오쿠야마 히로시 감독은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배우를 찾는 일이 캐스팅의 중요한 조건이었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얼음 위의 연습을 보는 재미에는 배우들이 직접 움직이는 몸을 보는 즐거움도 있다. 타쿠야가 서투르다는 배역의 설정과 그를 연기하는 배우의 솜씨를 나란히 떠올려볼 만하다.
타쿠야는 말을 더듬는다. 그러나 그의 하루를 말이 나오지 않는 순간들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친구와 어울리고, 사쿠라에게 관심을 갖고, 스케이트를 배우러 간다. 오쿠야마는 타쿠야에게 말더듬을 굳이 화제로 삼지 않는 친구가 있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그 친구 앞에서 타쿠야가 먼저 고쳐야 할 것은 없다. 말하는 방식까지 포함해 이미 함께 지내는 사이다.
감독에게는 어린 시절 무의식적으로 헛기침을 하는 틱이 있었다. 다른 아이들이 따라 하거나 별명을 붙이지 않고 가만히 두어주기를 바랐던 기억이, 타쿠야의 친구를 만들 때 반영됐다. 그 특징을 매번 대화의 중심에 놓지 않는 관계가 영화 안에 있다.
영화의 출발점에는 험버트 험버트의 노래 「보쿠노 오히사마」도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을 잘 꺼내지 못하는 감각을 담은 노래가, 감독이 오래 생각해온 스케이트 이야기와 만났다. 노래의 제목은 영화 제목과도 같다. 말을 잘하지 못한다는 답답함을 한 소년의 문제로만 가두지 않고, 상대에게 무엇을 전할지 망설이는 다른 인물들에게까지 이어가는 실마리다.
타쿠야가 사쿠라를 보는 동안, 사쿠라는 아라카와에게 마음이 간다. 코치 앞에서는 그의 눈을 똑바로 보지 못하기도 한다. 아라카와에게는 함께 사는 연인 이가라시가 있고, 연인이 사는 마을로 이주한 사정이 있다. 셋은 같은 링크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지만, 상대에게 기대하는 관계는 같지 않다. 연습할 때의 좋은 호흡만으로 그 차이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이케마츠 소스케가 연기하는 아라카와의 친절은 아이가 시도할 수 있도록 돕는 행동으로 드러난다. 신발을 빌려주고, 연습에 함께하고, 두 아이가 짝을 이루게 한다. 오쿠야마가 떠올린 것은 자신에게 스케이트를 가르쳐준 다정한 코치였다. 아라카와는 타쿠야가 좋아하는 일을 같이해줄 어른이다. 실수를 혼내기에 앞서, 시도할 수 있게 곁에 서준다.

아라카와는 선수의 꿈을 접은 뒤 다른 곳에서 생활을 꾸리는 어른이기도 하다. 타쿠야와 사쿠라가 그에 대해 아는 것과 관객이 알게 되는 것이 조금씩 다르다. 누군가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을 때는, 상대도 내 바람과 별개로 자기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이 영화에서 호감은 함께하는 즐거움을 만들지만, 그 마음을 상대가 같은 방식으로 돌려주리라는 보장은 없다.
오쿠야마는 한 사람이 바라보는데 상대는 돌아보지 않는 모습을 신중하게 다뤘다고 설명했다. 이때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알아맞히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바라본 뒤에 생기는 일이다. 기대가 어긋났을 때 상대를 더 알려고 하는지, 자신이 품었던 모습에 맞추려 하는지. 영화는 아이들의 감정에도 그런 어려움이 있음을 남긴다. 어린 마음이라고 해서 언제나 다른 사람을 다정하게 대하는 것은 아니다.
셋이 가까워지는 시간에는 연습만 있는 것이 아니다. 컵라면을 먹는 장면도 있다. 이 장면은 촬영 중에 더해졌다. 다른 장면을 위해 마련했던 옛 포장의 컵라면이 남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케마츠가 링크에서 먹는 장면을 제안했다. 감독은 타쿠야와 아라카와 둘이 먹는 모습, 사쿠라까지 함께하는 모습을 추가로 찍었다.
영화는 스케이트를 타지 않을 때도 세 사람을 같은 자리에 앉혀둔다. 같이 먹고 쉬는 모습을 보고 나면, 다음 연습에서 서로를 대하는 모습에도 쌓인 시간이 보인다. 아이들이 기술만 익힌 것이 아니라 같이 지낼 사람을 얻었다는 걸 이런 작은 장면이 전한다.

셋이 얼어붙은 연못에서 함께 타는 장면에서는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도 만난다. 감독이 서로 통하는 순간으로 꼽은 장면이다. 그동안은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곳을 보고 있기도 했지만, 이때는 세 사람이 같은 놀이를 한다. 영화가 오래 간직하게 하는 것은 이런 시간을 함께 보냈다는 감각이다. 서로를 다 알지 못하더라도 그 순간의 즐거움은 함께 누릴 수 있다. 한 계절 동안 생겨난 관계를 지나간 착각으로만 돌릴 수 없는 이유다.
겨울 풍경도 영원히 그대로 있지는 않는다. 영화는 첫눈이 내릴 무렵부터 눈이 녹을 때까지를 담는다. 빛이 부드러운 링크와 눈 덮인 바깥을 보는 동안, 세 사람이 함께할 수 있는 한 계절이 흐른다. 오쿠야마는 링크를 찍기 위해 조명을 새로 구성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자연스럽게 보이는 빛에도 공을 들인 것은, 이 겨울에 함께 있었던 일이 기억 속에서 특별한 시간으로 남도록 하는 영화의 방식과 어울린다.
누군가를 좋아해서 새로운 일을 시작해본 적이 있다면 타쿠야의 서툰 흉내가 가깝게 다가올 것이다. 〈마이 선샤인〉은 그 마음이 연습과 우정으로 자라는 시간을 보여주면서, 친해졌다고 상대의 마음을 모두 알 수는 없다는 데까지 나아간다. 빙판 위에서 호흡을 맞추는 즐거움과 사람 사이에서 생기는 어긋남을 함께 담은 영화다.
◆ 빌려 신은 스케이트화 — 하키화를 신고 혼자 흉내 내던 타쿠야가 아라카와에게 피겨스케이트화를 받는다. 누군가 해보고 싶은 일을 알아봐 주고 실제로 시작할 수 있게 돕는다는 것이 어떤 행동인지 보여준다.
◆ 타쿠야 곁의 친구 — 말이 막히는 순간만 보지 말고 친구와 지내는 평소의 모습도 함께 보자. 말더듬이 있다고 해서 타쿠야의 관계가 전부 그 문제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친구에게 무엇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지 살펴볼 수 있다.
◆ 연습 사이에 먹는 컵라면 — 코치와 학생들이 무언가를 가르치고 배우지 않는 시간이다. 같은 자리에 앉아 먹는 모습을 기억해두면, 이들에게 링크가 훈련하는 시설인 동시에 함께 지낸 장소라는 점도 보인다.
◆ 서로를 바라보는 때 — 누군가를 혼자 바라볼 때와 셋이 연못에서 함께 탈 때를 비교해보자. 눈길이 마주치는 일이 얼음 위의 호흡과 어떻게 이어지는지 보면, 설명하는 대사가 많지 않아도 가까워지는 순간을 찾을 수 있다.
◆ 눈이 쌓이고 녹는 풍경 — 겨울을 줄곧 같은 배경으로 두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하자. 세 사람이 익숙해져 가는 동안 바깥의 계절도 움직인다. 그 변화를 기억하면 즐거운 시간이 계속될 것처럼 보이던 장면도 다르게 다가온다.
〈정말 먼 곳〉 (2020, 박근영) — 목장에서 아이를 키우며 사는 남자의 일상이 연인과 여동생의 방문으로 달라진다. 함께 살아갈 사람을 정하는 일에 주변의 기대가 끼어들 때 생기는 균열을 다룬다. 아라카와에게도 학생들이 모르는 삶이 있다는 점에서 이어볼 만하다.
〈린다 린다 린다〉 (2005, 야마시타 노부히로) — 문화제 공연을 앞둔 네 학생이 사흘 동안 합주를 연습한다. 잘해내야 할 일이 있지만, 함께 연습하고 쉬며 친해지는 시간이 그만큼 중요하다. 얼음 위에서 호흡을 맞추던 아이들 다음으로 무대에 오를 밴드를 만나볼 수 있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