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이트를 신고 카메라를 든 감독 | MovieLAB LAB

오쿠야마 히로시는 〈마이 선샤인〉을 찍으며 직접 스케이트를 신었다. 몇몇 장면에서는 카메라를 들고 얼음 위로 들어갔다. 어릴 때 배운 운동이 촬영할 때도 도움이 된 셈이다. 화면…

스케이트를 신고 카메라를 든 감독 | MovieLAB LAB

오쿠야마 히로시는 〈마이 선샤인〉을 찍으며 직접 스케이트를 신었다. 몇몇 장면에서는 카메라를 들고 얼음 위로 들어갔다. 어릴 때 배운 운동이 촬영할 때도 도움이 된 셈이다. 화면 속 아이들이 서 있는 곳에 감독도 함께 서서, 배우의 움직임을 보며 다음 장면을 생각했다.

오쿠야마는 각본과 촬영, 편집을 함께 맡는다. 완성된 이야기에 맞는 화면을 찍는 것으로 일이 끝나지 않는다. 현장에서 배우를 보고 각본을 고치고, 촬영하면서 편집을 떠올린다. 〈마이 선샤인〉의 부드러운 분위기를 알고 나면, 그 여러 일을 한 사람이 어떻게 감당했을지 궁금해진다.

소원을 들어주는 작은 예수

첫 장편 〈지저스〉(2018)에서도 그는 각본을 쓰고 카메라를 들고 편집했다. 도쿄를 떠나 눈 쌓인 시골로 온 소년 유라는 기독교 학교에 적응해야 한다. 다른 아이들과 함께 기도하던 중 작은 예수가 나타난다. 소원을 빌자 바라는 일이 이루어지기 시작한다.

낯선 학교에 간 아이에게 종교는 먼저 교리로 설명되지 않는다. 유라는 자기 앞에 나타난 존재가 무엇을 해주는지 겪으며 믿게 된다. 작은 예수라는 구체적인 모습 덕분에 관객도 아이가 누구를 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어른이 학교에 적응하라고 타이르는 대신, 아이가 낯선 환경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영화가 마련한다.

〈마이 선샤인〉(2024)에서는 소년 타쿠야가 피겨스케이팅을 하는 사쿠라를 바라본다. 먼저 마음이 끌리고, 그 뒤에 배우는 일이 생긴다. 두 영화의 아이들에게는 말로 이유를 잘 설명하기 전에 가까이 가고 싶은 대상이 있다. 오쿠야마는 그 호기심을 따라 아이가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게 되는 과정을 찍는다.

배우를 찾으러 스케이트장으로

사쿠라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오쿠야마는 실제로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여러 기획사를 거쳐도 적합한 사람을 만나지 못하자 스케이트장들에 모집 전단을 붙였다. 그 전단을 보고 찾아온 나카니시 키아라에게는 아이스댄스 경험도 있었다.

얼음 위를 이동하는 몸이 영화의 중요한 재료라면, 오디션에서 확인해야 하는 것도 달라진다. 대사를 잘 말하는지와 함께 스케이트를 어떻게 타는지 보아야 한다. 사쿠라를 보며 타쿠야가 느끼는 매력을 관객도 알아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배우가 이미 할 줄 아는 일이 배역을 설명하는 데 쓰인다.

어린 배우들에게는 미리 각본을 외우게 하지 않고 현장에서 대사를 전했다. 특히 코치와 연습하는 장면에는 대사를 거의 써두지 않았다. 정확한 문구를 재현하는 부담을 줄이면 상대의 움직임에 반응할 여지가 생긴다. 영화 속 자연스러운 모습을, 연기를 하지 않은 결과로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감독이 무엇을 준비하고 무엇을 현장에 맡길지 고른 결과이기도 하다.

아이스링크의 난간에 팔을 올린 소녀와 소년이 카메라 쪽을 본다. 소녀는 줄무늬 운동복과 흰 장갑을 착용했고 소년은 팔 위로 턱을 괴고 있다.

새로 만난 배우가 이야기를 바꾼다

오쿠야마는 어린 시절의 스케이팅을 영화로 만들고 싶었지만 좀처럼 이야기를 완성하지 못했다. 기억 속에는 평화롭게 운동하던 날들이 있었다. 그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한 편의 이야기를 쓸 수 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그사이 광고 작업에서 이케마츠 소스케를 만났다. 함께 영화를 찍고 싶어졌고, 구상하던 이야기에 배우를 위한 코치 역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비슷한 나이의 아이들 사이에서 벌어질 이야기였지만, 한 명의 나이를 크게 올리면서 아이 둘과 어른 하나의 관계가 됐다.

이 변화는 배우 한 명을 더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또래끼리라면 서로 배우며 경쟁할 수 있는 자리로, 이미 스케이팅을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들어온다. 어른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알아보고 도와줄 수 있지만, 같은 나이의 친구가 될 수는 없다. 셋이 함께 있는 장면에 즐거움과 거리감이 동시에 생길 수 있는 이유다.

눈 덮인 벌판의 얼음 위에 세 사람이 카메라를 등지고 나란히 서 있다. 양옆 두 사람은 팔을 들고 가운데 소년은 팔을 내렸으며 앞쪽으로 긴 그림자가 뻗어 있다.

오쿠야마는 〈마이 선샤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세 사람을 함께 지켜보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한 사람의 얼굴을 크게 보여주면 그의 마음을 따라가기 쉽다. 셋을 한 화면에 놓으면 누가 어디에 서 있고 누구를 향하는지 함께 보게 된다. 사진 속 얼음 위에서도 양옆의 두 사람은 팔을 들어 올리고, 가운데 소년은 팔을 내리고 있다. 같은 곳에 서 있어도 세 사람이 꼭 같은 몸짓을 하지는 않는다.

빛을 기다리고, 빛을 마련하고

눈과 얼음이 밝게 빛나는 화면만 보면 겨울 풍경을 찾아가 찍은 영화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실내 링크의 조명은 감독이 원하는 모습과 달랐다. 빛이 평평하게 퍼지는 탓에 촬영을 위해 조명을 다시 마련해야 했다. 날씨가 주는 빛과 현장에서 만드는 빛이 한 영화 안에 섞여 있다.

밝은 빛이 번지는 실내 아이스링크 가운데 소년과 소녀가 마주 보고 서 있다. 왼쪽 소년은 몸을 뒤로 기울였고 두 사람의 그림자가 얼음 위에 길게 드리워져 있다.

사진 속 링크에서는 빛이 인물 둘레로 넓게 번져 있다. 가운데 놓인 두 아이의 몸은 그보다 어둡게 보인다. 타쿠야와 마주 선 사쿠라의 몸 윤곽이 밝은 바닥과 구별된다. 오쿠야마의 빛을 이야기할 때도 먼저 보아야 할 것은 그 안에서 사람들이 하는 일이다.

지금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

오쿠야마를 알아가는 방법으로 〈마이 선샤인〉의 연습 장면을 권하고 싶다. 감독이 오래 기억한 운동, 캐스팅하며 찾은 배우의 능력, 새로 만난 배우에게 써준 역할이 함께 들어 있다. 한 사람의 어린 시절에서 출발한 영화가 다른 사람들을 만나며 달라진 것이다.

〈지저스〉의 작은 예수와 얼음 위의 세 사람은 꽤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두 영화 모두 아이가 누군가에게 가까이 가는 일에 시간을 쓴다. 자신이 좋아하거나 믿는 것을 만났을 때 아이는 어떤 행동부터 하는가. 감독의 다음 장면이 궁금해지는 것은 그 소박한 시작 때문이다.

감상 포인트

배우가 이미 할 줄 아는 일
사쿠라의 스케이팅을 타쿠야가 처음 바라볼 때를 눈여겨보자. 뒤이어 둘이 함께 움직일 때 어느 쪽이 익숙하고 누가 상대를 따라가려 하는지 볼 수 있다. 말로 능력을 소개하기에 앞서 몸의 동작이 두 사람을 어떻게 다르게 보여주는지 살펴볼 만하다.

연습할 때 오가는 말
코치가 설명하는 동안 아이들이 어떤 동작을 하고 있는지 보자. 대사를 듣고 다음 대사를 하는 장면과, 몸을 움직이며 말을 주고받는 장면은 다르게 느껴진다. 익숙한 운동을 하면서 상대를 살피는 순간에 주목하면 감독이 현장에 남겨둔 여지를 생각할 수 있다.

세 사람이 들어간 화면
코치와 아이 둘이 함께 잡히는 장면에서는 한 사람만 따라 보지 말고 서 있는 위치를 살펴보자. 누가 누구와 가까이 있고 누가 조금 떨어져 있는지, 연습 도중 그 거리가 어떻게 바뀌는지 볼 수 있다. 친해지는 모습을 한 번의 표정으로 정리하기 어려운 장면들이다.

실내와 바깥의 얼음
실내 링크와 눈 쌓인 바깥에서 인물이 보이는 방식을 비교해보자. 사진에서도 실내의 번진 빛과 바깥의 긴 그림자는 서로 다르다. 같은 스케이트를 신은 사람들이 주변 밝기에 따라 어떻게 눈에 들어오는지 보는 재미가 있다.

관련 작품

린다 린다 린다 (2005) —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 문화제 공연을 앞두고 네 학생이 노래와 악기를 맞춰간다. 배우들이 실제로 해야 할 동작이 있다는 점에서 스케이팅 연습과 이어볼 만하다. 합이 맞는 순간뿐 아니라 기다리거나 실수할 때 친구를 대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정말 먼 곳 (2020) — 박근영 감독. 양목장에서 아이와 지내는 진우에게 연인과 여동생이 찾아온다. 함께 살던 사람들이 어떤 관계로 불릴 때 일상이 달라지는지 다룬다. 한 공간에서 가까이 지내는 것과 그 관계를 주변에 설명하는 일의 차이를 생각하며 이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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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