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질방을 전전하던 부부가 아기를 데리고 집에 들어온다. 이제 좀 쉬어도 될 것 같은데, 남편 한결은 초인종이 울릴 때마다 놀란다. 아내 고운에게 들어가지 말라고 한 방도 있다. …
찜질방을 전전하던 부부가 아기를 데리고 집에 들어온다. 이제 좀 쉬어도 될 것 같은데, 남편 한결은 초인종이 울릴 때마다 놀란다. 아내 고운에게 들어가지 말라고 한 방도 있다. 〈홈리스〉에서 집은 어렵게 구한 잠자리이자 들키면 안 되는 비밀이다. 찜질방에서 잘 때와 남의 집에 머물 때, 부부는 서로 다른 이유로 안심하지 못한다.
한결과 고운은 모아둔 보증금을 사기당하면서 갈 곳을 잃었다. 한결은 배달 일을 하고, 고운은 아기 우림을 안고 전단지를 붙인다. 집을 구하기 위해 번 돈을 당장 오늘 밤 머물 곳에도 써야 한다. 아기를 돌보는 일과 생계를 꾸리는 일을 따로 해낼 여유도 없다. 고운이 아이를 안은 채 일하는 모습에는 그 두 가지가 한꺼번에 담긴다.
영화 첫머리에 나오는 모델하우스는 이들의 형편을 더 선명하게 만든다. 밝은 부엌에 식탁이 있고, 가족이 함께 앉을 수도 있다. 집에 필요한 것은 갖춰져 있지만, 이 가족이 계속 머물 수 있는 곳은 아니다. 보러 온 집에서 잠깐 누릴 수 있는 편안함과 밤마다 돌아가야 하는 찜질방의 차이는 크다. 같은 가족이 어느 건물 안에 있느냐에 따라 하루를 보내는 방식부터 달라진다.

찜질방에 자리를 잡았다고 생활의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우림이 그곳에서 화상을 입어 병원에 가게 되자, 한결은 치료비를 마련하려고 배달 사무실 사장에게 돈을 빌리려 한다. 가까스로 이어오던 생활에 예상하지 못한 지출이 하나 더 생긴다. 돌봄은 나중으로 미룰 수 없고, 아픈 아이는 형편이 나아질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가족에게 필요한 방은 이런 하루를 버틸 장소다.

한결은 배달을 다니며 알게 된 할머니의 집으로 가족을 데려간다. 할머니가 한 달 동안 미국에 갔다고 고운에게 설명한다. 부부에게 당장 필요한 공간이 눈앞에 있다. 하지만 집이 생긴 경위는 석연치 않고, 한결이 금지한 방은 고운의 의심을 키운다. 같은 집에 있어도 두 사람이 아는 사정은 같지 않다.
여기서부터 가족에게 필요한 방을 찾는 이야기에, 집 안의 비밀을 지키려는 긴장이 더해진다. 초인종은 누군가 찾아왔다는 평범한 소식인데 한결에게는 두려운 소리다. 그 집에 머무는 이유를 설명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집 안에 들어온 뒤의 불안은 바깥 생활이 남긴 후유증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한결이 지금 감추고 있는 일에서 생겨난다.
부부의 처지를 알고 있으면 이들이 다시 찜질방으로 돌아가는 일이 얼마나 막막한지도 이해하게 된다. 그렇다고 할머니의 집이 두 사람에게 넘어온 것은 아니다. 누군가의 집에 들어가 잠을 잘 수 있다는 것과, 그곳을 자기 집처럼 쓸 수 있다는 것 사이에는 거리가 있다. 부부가 이곳에 머물겠다고 고집할수록, 그 집에 있던 사람의 사정을 모른 척하는 일도 늘어난다. 쉴 곳을 바라는 마음에 공감하면서도, 그 마음을 앞세워 무엇까지 할 수 있는지 묻게 한다.
집을 얻기 전의 고단함과 집에 들어온 뒤의 수상함은 이렇게 이어진다. 뒤쪽의 긴장이 앞쪽의 생활과 떨어진 별개의 사건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이곳에서 나가는 일이 두 사람에게 어떤 뜻인지 이미 알고 있다. 한결이 왜 불안해하는지를 알아가는 동안, 고운은 이 집을 얼마나 놓치고 싶지 않은지도 드러낸다.
박정연은 고운을 연기하며 인물의 선택을 스스로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고운의 사정을 알고 나면 이해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비난받을 수 있는 행동이 있다는 것이다. 배우는 이 모순을 없애지 않는다. 머물고 싶다는 욕심과 두려움이 한 사람 안에 함께 있다는 데서 고운의 연기가 시작된다.
박정연이 짚은 동작 가운데 하나는 방바닥을 닦는 일이다. 겉으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던 고운이 그 행동을 할 때 무서워하는 마음이 새어나온다고 설명했다. 집을 자기 생활에 맞게 정리하는 일처럼 보이는 동작에 불안이 묻어난다. 태연하게 지내려는 고운을 곧바로 대담한 사람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집에 남고 싶다는 말과 몸에서 드러나는 두려움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한결을 맡은 전봉석에게는 부모이면서 아직 철없는 아이 같은 면이 있었으면 한다는 감독의 주문이 있었다.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마음과 그 일을 감당할 능력은 저절로 나란해지지 않는다. 한결은 집을 구할 묘안을 찾은 사람처럼 가족을 데려오지만, 감추는 것이 늘수록 고운과 집 안 사정을 의논하기도 어려워진다. 집을 구해왔다는 한결의 말만으로 고운의 의심이 사라질 수 없는 이유다.
임승현 감독은 자신이 겪은 주거 빈곤과 찜질방 생활에서 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함께 각본을 쓴 김승현에게는 홀로 살던 친척 할머니가 위험에 처한 일이 있었다. 집을 잃은 가족의 기억과 홀로 남은 노인의 사정이 한 영화 안에서 만났다. 젊은 부부에게 절실한 장소가 이미 다른 사람의 삶이 깃든 집이라는 점을 놓치지 않게 하는 배경이다.
감독은 각본을 쓰면서 부부가 기관에 도움을 청했다가 거절당하는 장면도 생각할 수 있었지만, 인물의 내면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영화의 질문은 부부를 여기까지 몰아온 사정에서 멈추지 않는다. 이들이 곤경에서 벗어나려고 내린 선택이 다음 곤경을 만든다. 아이와 살 집을 지키고 싶다는 바람을 이해하는 일과, 그 바람을 위해 한 행동에 동의하는 일이 갈라지는 순간이 〈홈리스〉를 쉽게 잊지 못하게 한다.

〈홈리스〉는 집이 절실한 가족을 따라가다가, 그들이 손에 넣은 집을 불안하게 바라보게 만든다. 인물이 불쌍하다는 감정만으로는 다음 행동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집을 떠나라는 말만으로 이 가족의 처지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주거 문제를 다룬 드라마와 남의 집에 머무는 스릴러가 맞물리며, 한 사람을 이해하는 데 따르는 불편함까지 남긴다.
◆ 모델하우스에 앉은 가족 — 식탁과 부엌을 갖춘 공간에서 이 가족이 어떤 모습으로 보이는지 살펴보자. 그곳을 떠나야 한다는 사정을 알고 나면, 단란한 가족 사진 같은 장면에서도 계속 누릴 수 없는 생활이 보인다.
◆ 고운이 아이를 안고 하는 일 — 전단지를 붙일 때도 우림은 고운의 품에 있다. 노동과 육아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이 모습을 기억하면, 아이가 다친 뒤 당장 안전한 집을 찾으려는 마음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 한결의 초인종 반응 — 집을 마련한 사람이 방문 소리에 안심하지 못한다. 누가 오는지뿐 아니라, 한결이 그 사람에게 무엇을 설명할 수 없는지도 함께 생각해볼 만하다. 바깥의 소리가 집 안의 비밀과 연결된다.
◆ 바닥을 닦는 고운 — 고운이 겉으로 내세우는 태도와 일을 하는 몸의 차이를 보자. 머물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졌다고 두려움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배우가 짚은 이 동작은 고운을 단순히 뻔뻔하거나 겁 많은 사람으로 나누기 어렵게 한다.
〈더 웨일〉 (2022, 대런 아로노프스키) — 은둔해 지내던 아버지가 멀어진 딸과 다시 가까워지려 한다. 가족을 위한다는 자기 설명을 다른 가족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홈리스〉의 어린 부모와 나란히 생각해볼 수 있다.
〈스크래퍼〉 (2023, 샬럿 리건) — 엄마를 잃은 소녀가 집에서 혼자 사는 사실을 숨긴다. 도움을 받으려면 드러내야 할 사정을 감추면서 현재의 생활을 지키려 한다는 점이 닿는다. 장난기와 유머가 많은 이 영화와 함께 보면, 위태로운 생활을 다루는 분위기의 차이도 흥미롭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 (2024, 팀 미엘란츠) — 가족을 부양하는 석탄 상인이 수녀원에 감춰진 일을 알게 된다. 자신이 아는 것을 말할지 침묵할지 고민하는 아버지를 통해, 가족의 평안과 다른 사람의 사정을 함께 생각하게 한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