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을 매일 다시 알아봐야 한다면 | MovieLAB LAB

남자친구가 갑자기 다정해졌다. 전에는 흘려듣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학교를 빠져나와 보낸 하루도 즐겁다. 그런데 다음 날에는 그날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조차 제대로 기억하…

사랑하는 사람을 매일 다시 알아봐야 한다면 | MovieLAB LAB

남자친구가 갑자기 다정해졌다. 전에는 흘려듣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학교를 빠져나와 보낸 하루도 즐겁다. 그런데 다음 날에는 그날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에브리데이〉의 리아논에게 이상한 일은 낯선 얼굴이 나타나기 전에 시작된다. 분명 같은 남자친구인데, 어제 자신과 함께 있었던 사람 같지가 않다.

그 하루를 리아논과 보낸 존재는 A다. A는 날마다 자기 나이 또래의 다른 몸에서 깨어난다. 리아논의 남자친구 저스틴도 그날의 몸 주인이었을 뿐이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나려면 어제의 얼굴을 찾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함께 보낸 시간을 기억하고, 그때의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는 사람을 알아봐야 한다.

익숙한 얼굴이 보장하지 못하는 것

저스틴을 연기하는 저스티스 스미스는 같은 얼굴로 두 존재를 보여준다. 평소의 저스틴과 그 몸에 머무는 A다. 리아논에게는 둘 다 남자친구로 보이지만, 자신을 대하는 태도는 다르다. 그래서 이 설정은 외모가 달라져도 사랑할 수 있는지 묻기 전에, 이미 알고 있는 사람에게 어떤 대우를 받아왔는지 돌아보게 한다.

리아논은 그날의 즐거움을 저스틴과의 관계가 좋아졌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만하다. 자신의 말을 들어주고 함께 웃는 사람을 만났으니, 남자친구에게 미처 몰랐던 면이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문제는 다음 날이다. 어제의 친밀함을 두 사람이 함께 기억하지 못한다. 리아논에게 소중했던 하루가 눈앞의 상대에게는 그만큼 특별하지 않다.

얼굴을 보고 누구인지 아는 것과 그 사람을 안다는 것은 얼마나 다를까. 영화는 같은 배우가 연기하는 두 존재를 통해 이 차이를 먼저 만든다. 낯선 사람이면 경계했을 다정함을 익숙한 얼굴이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관계에 새로 생긴 변화라고 믿게 된다. 리아논이 겪는 혼란에는 기이한 설정을 알기 전에도 이해할 수 있는 서운함이 있다. 함께 좋아했다고 생각한 시간을 자기만 간직하고 있다는 서운함이다.

야외에서 밝은 상의를 입은 남자가 여자를 뒤에서 안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웃고 있다.

같은 노래를 기억하는 낯선 사람

파티에서 리아논은 그날 함께 들었던 노래를 다시 튼다. 저스틴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데, 모르는 남학생 네이선이 노래에 반응하며 춤을 춘다. 리아논은 그에게서 어딘가 익숙한 느낌을 받는다. 어제의 얼굴을 한 사람에게서는 이어지지 않던 시간이 낯선 사람과 다시 이어지는 순간이다.

노래가 같다고 누구나 같은 추억을 떠올리는 것은 아니다. 리아논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특별했던 시간을 상대도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느낌이다. A의 사정을 모르는 상태에서도 그 반가움은 먼저 생길 수 있다. 한쪽에서는 얼굴이 이어져도 마음이 멀고, 다른 쪽에서는 얼굴이 달라졌는데 지난 대화의 기분이 돌아온다. 영화의 판타지는 이 두 경험을 나란히 놓는다.

그렇다고 리아논이 A의 설명을 듣자마자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가 다른 사람의 몸으로 자신을 찾아왔다고 말하면 먼저 의심할 만하다. A는 만날 때마다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이해시켜야 하고, 리아논도 다시 확인해야 한다. 이미 가까워진 사이인데 만남의 첫 단계로 자꾸 돌아간다. 어제 나눈 마음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오늘 그 마음을 나눌 사람이 여기 있는지부터 알아봐야 하는 연애다.

얼굴이 바뀌는 배역을 이어 연기하기

데이비드 레비선의 소설을 영화로 옮긴 각본가 제시 앤드루스는 이야기의 중심을 A에서 리아논으로 옮겼다. A는 여러 배우가 나눠 연기하고, 앵거리 라이스가 맡은 리아논은 그들을 만난다. 덕분에 우리는 A의 사정을 알고 있는 쪽에서만 사랑을 따라가지 않는다. 상대의 말을 믿어도 될지 망설이는 사람의 자리에 함께 서게 된다.

여러 배우가 한 인물을 이어 맡으려면 각자 출연하는 장면만 알아서는 모자라다. 마이클 서시 감독은 A를 연기하는 배우들에게 다른 배우가 맡은 장면도 자기 경험으로 생각하며 대본을 읽도록 했다. 오늘의 A에게는 다른 얼굴로 지낸 어제가 있기 때문이다. 한 배우의 출연이 끝나는 자리가 인물의 기억까지 끊기는 자리가 되지 않도록 준비한 것이다.

이 연기는 똑같은 버릇을 찾아내는 퀴즈로만 볼 필요가 없다. 리아논과 어느 정도 가까워졌는지, 앞선 만남에서 무슨 말을 주고받았는지를 함께 생각하면 된다. 새로운 배우가 등장했을 때 둘의 관계가 어디서 이어지는지 살피는 것이다. 매일 다른 외모를 보여주는 설정이면서, 그 차이를 넘어 앞선 장면을 기억하게 하는 연기이기도 하다.

창가 식탁에서 검은 셔츠를 입은 남자가 맞은편 사람을 보며 웃는다. 식탁에는 메뉴와 물컵이 놓여 있다.

그 몸에도 돌아갈 생활이 있다

A의 연애에서 잊기 쉬운 사람들은 몸의 원래 주인들이다. A가 누군가의 몸으로 하루를 보내는 동안에도 그 사람에게는 학교와 친구, 집에서 기다리는 이들이 있다. 둘이 만나기 좋은 시간이라고 해서 몸 주인의 생활에도 좋은 시간인 것은 아니다. A는 그날을 잠시 지내지만, 그날 한 일의 뒷일은 원래 주인에게 남을 수 있다.

그래서 내면을 사랑할 수 있느냐는 질문만으로는 이 관계를 다 설명하기 어렵다. A를 알아보고 좋아하는 마음이 커져도, A가 쓸 수 있는 시간과 몸은 온전히 자기 것이 아니다.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실행하는 데 매번 다른 사람의 사정이 끼어든다. 몸을 외모의 문제로만 생각하면 잘 보이지 않던 어려움이다. 몸에는 얼굴뿐 아니라 그 사람이 살아가는 하루도 딸려 있다.

리아논과 A의 사랑을 응원하다 보면 그 하루를 둘에게 편리하게 내어주고 싶어진다. 하지만 원래 주인의 입장에서 보면 모르는 사람이 자신의 생활을 바꿔놓은 일일 수 있다. 영화 속 연인이 얼마나 서로를 원하는지와 별개로 생각해 볼 대목이다. 오래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질수록, 잠시 빌린 자리에 어디까지 흔적을 남겨도 되는지라는 문제도 커진다.

어두운 야외에서 여자가 흰 셔츠를 입은 남자의 턱에 손을 대고 그를 바라본다.

지금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

처음에는 날마다 바뀌는 얼굴에 눈이 간다. 그러다 보면 바뀌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함께 들은 노래와 나눴던 이야기, 상대가 어떤 때 웃는지 알게 된 기억 같은 것들이다. 이 영화는 그런 기억이 쌓인 관계를 매일 낯선 얼굴과 이어가야 하는 상황에 놓는다. 외모를 보느냐 안 보느냐의 시험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누군가와 가까워졌다는 확신이 어디서 생기는지 따라가면 만남 하나하나를 다르게 볼 수 있다.

감상 포인트

저스틴의 두 하루 — 리아논이 저스틴과 함께 있을 때 무엇을 기대하고 무엇에 실망하는지 보자. 같은 얼굴이 화면에 있어도 상대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면 관계의 느낌이 달라진다. A의 비밀이 설명되기 전에 리아논이 어떤 변화를 겪는지 살피면 첫 만남의 의미가 분명해진다.

파티에서 다시 들리는 노래 — 리아논이 그 노래를 틀면서 기대한 상대와 실제로 반응하는 사람을 나란히 보자. 노래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함께한 시간을 누가 기억하는지다. 낯선 얼굴이 익숙하게 느껴지기 시작하는 과정을 따라갈 수 있는 장면이다.

새 배우와 이어지는 대화 — A를 연기하는 배우가 바뀌면 앞선 만남에서 둘의 관계가 어디까지 가까워졌는지 떠올려 보자. 얼굴이 달라졌다고 대화까지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서로 알고 있는 일을 공유하는 태도에서 인물의 연속성을 찾아볼 수 있다.

A가 잠시 머무는 생활 — A가 리아논을 만나려고 움직일 때, 그 몸의 주인에게는 어떤 하루였을지도 생각해 보자. 두 사람의 만남을 응원하는 마음과 다른 사람의 생활을 존중해야 한다는 마음이 함께 생긴다. 몸을 빌리는 설정이 연애의 편의를 넘어 어떤 책임을 만드는지 보게 된다.

관련 작품

(2018, 드레이크 도리머스) — 이상적인 연인을 만들고 궁합을 예측하는 기술이 있는 세계에서 사랑이 시작된다. 상대가 어떤 존재인지 알게 되는 일이 그와 나눈 감정까지 바꾸는지, 또 다른 상상 속 연애를 통해 묻는 영화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2019, 셀린 시아마) —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와 그림의 모델이 서로에게 끌린다. 한 얼굴을 오래 바라보며 알아가는 시간과 매일 다른 얼굴에서 연인을 알아보는 시간을 나란히 생각해 볼 수 있다. 두 영화 모두 상대를 안다는 일이 단번에 끝나지 않는다.

나의 흑역사 로맨티카 (2020, 알리체 필리피) — 마르타는 주변 사람들이 가망없다고 여기는 연애를 꿈꾼다. 상대의 겉모습에 끌리는 마음을 숨기지 않으면서, 그 기대 속으로 자기 자신도 데리고 들어가려 한다. 사랑받을 자격을 남의 판단에 맡기지 않으려는 인물과 만날 수 있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