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없는 주인공을 어떻게 스크린에 올리는가? 마이클 서시는 이 불가능한 질문 앞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에브리데이의 'A'는 매일 다른 사람의 몸에서 깨어나는 존재로, 성별도,…
얼굴이 없는 주인공을 어떻게 스크린에 올리는가? 마이클 서시는 이 불가능한 질문 앞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에브리데이의 'A'는 매일 다른 사람의 몸에서 깨어나는 존재로, 성별도, 인종도, 외모도 고정되지 않는다. 소설에서는 독자의 상상력이 이 빈칸을 채웠지만, 카메라 앞에서 빈칸은 허용되지 않는다. 서시는 이 모순을 영화의 엔진으로 삼았다. HBO에서 그레이 가든스를 연출하고, 더 바우로 약 2억 달러의 흥행을 기록한 감독이 선택한 다음 프로젝트가 하필 '보이지 않는 존재의 사랑'이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 감독의 야심을 드러낸다.

영화 감독에게 시각적 실체가 없는 주인공은 존재론적 도전이다. 소설가 데이비드 레비선이 2012년에 발표한 원작은 'A'의 내면 독백으로 서사를 이끈다. 독자는 A의 생각을 읽으며 그 존재를 이해한다. 그러나 영화는 보는 매체다. 생각은 보이지 않는다. 서시가 직면한 첫 번째 문제는 바로 이것이었다. 매일 바뀌는 외형 속에서 '같은 사람'이라는 감각을 관객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서시의 해법은 연기의 통일성이었다. A를 연기하는 배우가 매일 달라지더라도, 특정한 제스처와 시선의 방식을 공유하게 했다. 촬영 전 서시는 A 역할을 맡은 모든 배우들과 개별 리허설을 진행하며, A라는 캐릭터의 '영혼적 일관성'을 체화시켰다. 이 접근은 단순한 연기 지도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서시는 사실상 한 인물을 여러 배우가 나누어 연기하게 만들었다. 리아넌(앵거리 라이스)이 매일 다른 얼굴의 A를 알아보는 순간, 관객도 함께 그 존재를 '인식'하게 된다.
이 전략은 관객에게도 만만치 않은 과제를 준다. 매번 바뀌는 얼굴 뒤에서 같은 사람을 알아봐야 하기 때문이다. 고정된 신체 없이 정체성을 스크린에 구현하려는 이 실험 자체는 로맨스 장르가 좀처럼 감행하지 않는 모험이었다.
서시의 필모그래피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기억'과 '정체성'이다. 더 바우(2012)에서 레이첼 맥아담스가 연기한 페이지는 교통사고 후 남편과의 기억을 잃는다. 그녀는 옆에 있는 남자가 자신의 남편이라는 사실을 믿어야 하지만, 그 사랑의 기억이 사라진 상태에서 믿음은 도약이 된다. 에브리데이의 리아넌도 본질적으로 같은 상황에 놓인다. 매일 다른 얼굴로 나타나는 존재를 '같은 사람'으로 인식하고 사랑해야 한다.
두 영화 사이에는 질문의 방향이 뒤집혀 있다. 더 바우는 묻는다: 기억이 사라져도 사랑은 남는가? 에브리데이는 묻는다: 외모가 사라져도 사랑은 남는가? 서시는 커리어 전체에서 사랑의 조건을 하나씩 제거하는 실험을 수행하고 있다. 기억을 빼고, 외모를 빼고, 그래도 남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사랑의 본질이라는 가설. 이 가설을 시험하는 것이 서시 영화의 방식이다.
HBO 시절 그레이 가든스(2009)에서도 이 관심사는 이미 드러났다. 재클린 케네디의 이모와 사촌이 쇠락한 저택에서 고립된 채 살아가는 실화를 다룬 이 작품에서, 서시는 한때 화려했던 두 여성이 과거의 자아와 현재의 자아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포착했다. 정체성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간과 환경에 따라 변한다는 인식, 이것이 서시를 에브리데이로 이끈 원동력이다.
에브리데이에서 캐스팅은 연출의 핵심 전략이었다. A라는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서시는 다양한 인종, 성별, 체형의 배우들을 섭외했다. 여기에는 의도적인 정치적 선택이 담겨 있다. A가 깨어나는 몸이 백인 남성이든, 흑인 여성이든, 트랜스젠더 청소년이든, 관객은 그 안에서 '같은 사람'을 찾아야 한다. 서시는 캐스팅 자체로 외모와 정체성의 관계를 물리적으로 질문했다.
앵거리 라이스를 리아넌으로 캐스팅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이 배우는 매일 달라지는 상대의 얼굴 앞에서 같은 감정을 유지해야 하는 역할을 소화했다. 리아넌의 연기는 A를 향한 사랑이 존재적 인식에 기반한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 했다. 라이스는 A의 눈을 볼 때마다, 그 눈이 누구의 얼굴에 있든, 같은 사람을 발견하는 순간의 미세한 표정 변화를 연기했다. 이 반복적 '인식의 순간'이 영화의 감정적 리듬을 만든다.
저스티스 스미스가 연기한 저스틴과의 대비도 계산된 것이다. 저스틴은 리아넌의 현재 남자친구로, 물리적으로 항상 존재하지만 감정적으로는 부재하는 인물이다. 반면 A는 물리적으로 매일 사라지지만 감정적으로는 항상 존재한다. 서시는 이 역전 구도로 사랑에서 '존재한다는 것'의 정의를 재설정한다. 옆에 있는 것이 존재가 아니라, 감정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진정한 존재라는 명제.

서시는 데이비드 레비선의 원작이 가진 철학적 깊이를 영화로 옮기려 했지만, YA(Young Adult) 장르의 관습과 충돌했다. 레비선의 소설은 청소년 문학임에도 불구하고 정체성, 젠더, 신체성을 두고 본격적인 철학적 질문을 품고 있었다. A는 단순한 로맨스의 장치가 아니라, '자아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물음의 구현체였다.
그러나 영화는 97분이라는 러닝타임 안에서 이 철학적 층위와 로맨스 서사를 동시에 충족시켜야 했다. 서시는 리아넌과 A의 관계에 서사적 무게를 집중시키는 선택을 했고, 그 과정에서 원작이 탐구했던 일부 정체성 담론, 특히 A가 특정 몸에 머물고 싶은 유혹과 타인의 삶에 개입하는 것의 윤리적 문제가 축약되었다. 이 축약이 비평적 아쉬움의 핵심이었다.
그럼에도 서시가 이 프로젝트를 선택한 것 자체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2018년의 할리우드에서 '성별과 인종이 매일 바뀌는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는 상업적으로 안전한 기획이 아니었다. 490만 달러라는 제한된 예산은 이 프로젝트를 대하는 업계의 신중한 태도를 반영한다. 서시는 그 제약 안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치를 시도했다. 토론토에서 진행된 촬영은 효율적으로 운영되었고, 제한된 자원 안에서 다양한 배우들의 A 연기를 조율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연출력이 요구되는 작업이었다.
젠더와 정체성을 둘러싼 사회적 대화가 어느 때보다 활발한 지금, 에브리데이는 그 대화의 가장 감성적인 입구가 된다. 이 영화는 논쟁하지 않는다. 대신 물어본다.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의 외모가 매일 달라져도 그 사람을 알아볼 수 있겠는가? 이 질문은 정치적 올바름의 언어가 아니라 감정의 언어로 정체성의 유동성을 탐색한다. 서시의 접근은 이 점에서 유효하다.
마이클 서시라는 감독을 이해하려면, 그의 작품들을 사랑의 조건을 하나씩 제거하는 연속된 실험으로 읽어야 한다. 기억과 외모와 물리적 존재, 이 모든 것을 빼앗긴 뒤에도 사랑이 작동하는가를 묻는 감독. 그 질문이 때로는 깊이를 얻지 못하고 표면에 머무르더라도, 질문 자체의 용기는 인정할 만하다. 완벽한 대답보다 좋은 질문이 더 오래 남는 법이다.
◆ A의 몸이 바뀔 때마다 유지되는 제스처 — 서시가 모든 A 배우에게 심어놓은 미세한 행동 패턴을 추적하라. 리아넌이 A를 알아보는 순간과 관객이 알아보는 순간이 일치하는지 비교해 보는 것이 이 영화를 보는 핵심 경험이다.
◆ 리아넌의 표정 연기 — 앵거리 라이스가 매일 다른 얼굴 앞에서 사랑을 확인하는 순간의 눈빛 변화에 집중하라. 놀람에서 인식으로, 인식에서 안도로 넘어가는 미세한 전환이 이 영화의 감정적 중심이다.
◆ 저스틴과 A의 대비 — 물리적으로 항상 존재하는 남자친구와 물리적으로 매일 사라지는 존재 사이에서 '존재한다'의 의미가 어떻게 재정의되는지 관찰하라.
◆ A가 여성의 몸으로 깨어나는 날의 리아넌 반응 — 이 장면에서 영화가 성별과 사랑의 관계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주목하라. 서시의 연출 선택이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순간이다.

◆ 조 (2018, 드레이크 도리머스) — 사랑하는 대상이 합성된 존재라는 사실이 드러난 뒤에도 감정이 성립하는가를 SF 로맨스로 시험한다. 사랑의 조건을 하나씩 지워가는 에브리데이의 실험과 곧장 맞닿는다.
◆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2019, 셀린 시아마) — 외모가 아니라 서로를 바라보고 알아보는 시선에 기반한 사랑을 그린다. 존재적 인식으로서의 사랑이라는 에브리데이의 논지와 공명한다.
◆ 체실 비치에서 (2018, 도미닉 쿡) — 사랑에서 무엇을 덜어내면 관계가 무너지는가를 젊은 연인의 내면으로 파고든 각색작. '사랑의 조건'을 시험하는 서시의 감독론과 톤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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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