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방송을 하는 남자 앞에 맥주 한 잔이 놓여 있다. 빨간 머리띠를 두르고 고양이 티셔츠를 입은 그는,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스톱이라는 회사 이야기를 한다. 폴 다노가 연기하는…
주식 방송을 하는 남자 앞에 맥주 한 잔이 놓여 있다. 빨간 머리띠를 두르고 고양이 티셔츠를 입은 그는,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스톱이라는 회사 이야기를 한다. 폴 다노가 연기하는 키스 길이다. 그를 보고 같은 주식을 산 사람들이 늘어난다. 가격도 오른다. 이제 팔면 돈을 벌 수 있는데, 사람들은 서로 팔지 말자고 격려한다. 돈을 벌려고 모인 사람들이 어째서 돈을 챙겨 떠나기를 망설이게 됐을까.
덤 머니는 2021년 게임스톱 주가 급등 사태를 다룬다. 게임 판매점의 앞날을 어둡게 보고 주가 하락에 돈을 건 헤지펀드와, 이 회사의 주식을 사들인 개인 투자자들이 맞선다. 영화는 그 소동을 집과 기숙사, 병원과 매장으로 옮겨온다. 휴대전화에 뜬 숫자를 보고 들뜨는 사람들에게는 곧 돌아가야 할 일상이 있다. 그 돈이 생활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알게 되면, 주가를 확인하는 모습도 조금 다르게 보인다.
키스는 인터넷에서 ‘로어링 키티’라는 이름을 쓴다. 방송 화면에는 투자 내역과 차트가 있고, 그 앞에는 웃으며 말을 건네는 남자가 있다. 보험회사에서 금융 관련 일을 하는 그는 게임스톱의 가치가 낮게 평가됐다고 본다. 우스운 차림과 투자에 대한 공부가 한 사람 안에 같이 있다.
다노는 역할을 준비하며 실제 키스의 방송 영상을 오래 보았다. 그가 매력을 느낀 것은 그 안에 있던 즐거움이었다고 한다. 그 사람이 하는 말을 더 듣고 싶고, 다음 방송도 찾아가고 싶어지는 즐거움이다. 영화 속 키스가 사람을 모으는 과정에도 그런 친근함이 있다.
그의 말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곳에서 방송을 본다. 댓글과 짧은 영상, 우스꽝스러운 그림이 그 사이를 오간다. 주가가 더 오르기를 바라는 로켓 그림과, 팔지 않고 버티겠다는 뜻의 다이아몬드 손은 복잡한 설명 없이도 같은 편이라는 표시가 된다. 얼마를 투자했는지 모르는 사람에게도 짧은 응원을 보낼 수 있다.
아메리카 페레라가 연기하는 제니는 아이를 혼자 키우는 간호사다. 앤서니 라모스의 마커스는 게임스톱 매장에서 일한다. 리리와 하모니는 빚을 안고 있는 대학생들이다. 키스의 화면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이들에게 옮겨갈 때, 주식 계좌에 찍히는 돈에는 저마다 다른 용도가 생긴다. 투자자라는 이름으로 함께 묶여도 그 돈 없이 버틸 수 있는 기간까지 같아지지는 않는다.
각본가들은 실제 투자자들을 취재한 뒤, 여러 사람의 경험을 한 인물로 모으기도 했다. 리리와 하모니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군중을 대표하는 몇 명을 골랐지만, 이들의 삶을 똑같이 만들지는 않은 것이다.
함께 버티자는 말은 제니에게 힘이 된다. 동시에 주식을 팔 때를 정하는 일은 더 어려워진다. 자기 계좌의 이익을 챙기는 일이 함께 맞서던 사람들을 두고 떠나는 일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가 붙드는 것은 그 두 마음이다. 돈이 절실해서 시작했고, 어느새 그 돈에 동료의식까지 걸려 있다. 서로를 응원하는 즐거움과 자기 생활을 지켜야 하는 부담이 한 화면 안에서 커진다.
크레이그 길레스피 감독도 아들이 게임스톱에 투자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았다. 아들이 들려준 소식과 반응을 통해 당시의 흥분과 분노를 겪었다고 한다. 감독 자신은 뒤늦게 투자했다가 손해를 봤다. 아들의 반응을 보며 시작한 작업에 그 자신의 실패까지 겹쳐 있다. 감독이 되살리려 한 것도 언제 팔고 언제 더 버틸지 결정하지 못한 채 휴대전화를 확인하던 사람들의 시간이다.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사람을 오래 찍는다고 해서 그가 느끼는 긴장까지 화면에 담기는 것은 아니다. 이 영화는 컴퓨터 앞에 앉은 키스에게서 다른 집의 투자자로, 다시 큰돈을 운용하는 사람에게로 자리를 옮긴다. 해변 저택의 번들거리는 모습과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의 생활이 교차한다. 돈이 오르내린다는 소식은 같아도, 그 소식을 듣는 장소부터 다르다.
감독은 촬영 전에 여덟 갈래 이야기가 이어질 순서를 촬영감독과 함께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인물을 멀리서 담은 화면 뒤에 얼굴을 가까이 보여줄지, 다른 인물의 가까운 얼굴로 이어갈지까지 미리 생각했다. 서로 떨어져 있는 인물들을 한 사건 안에 묶으려면 장면 하나의 완성도뿐 아니라 다음 장면으로 넘어갈 때의 변화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런데 처음 편집한 영화에는 정보가 너무 많았다. 감독은 시사를 거치며 관객에게 공부처럼 느껴지는 대목을 발견했고, 휴대전화 화면과 설명을 덜어냈다고 말했다. 주가를 따라잡느라 사람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분량을 조정한 셈이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볼 때는 화면에 뜬 숫자뿐 아니라 그다음에 등장하는 사람도 중요하다. 소식 한 줄이 누구에게 도착했는지에 따라 다음 장면의 무게가 달라진다.
화면 안에서 손가락이 움직이는 작은 동작에도 준비가 들어갔다. 시각효과 담당자는 배우가 당시 거래 앱의 조작 순서를 따라 누르고 넘길 수 있도록 화면을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문자를 주고받는 장면에서는 배우들이 실제로 서로에게 문자를 보냈다. 거창한 금융 전쟁의 상당 부분이 손안의 기기를 만지고 답을 기다리는 시간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이런 작은 동작에서 살아난다.
이 영화에서 거래 앱은 사람들을 시장 안으로 들어오게 해주는 문이다. 그러니 새로 주식을 살 수 없게 됐을 때의 분노도 단순한 가격 변동과는 다르다. 내 판단으로 결정하고 있다고 여겼는데, 이제는 선택할 수 있는 행동 자체가 줄어든다. 화면 앞에 앉은 사람들은 자신이 쓰던 도구를 누가 통제하는지 뒤늦게 실감한다.
실제 사건에서 로빈후드의 매수 제한은 2021년 1월 28일 시작됐다. 그 배경에는 급격한 거래와 가격 변동에 따라 늘어난 결제 담보 요구가 있었다. 이를 정리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직원 보고서에서도 증권사들의 자금 부담과 거래 제한을 함께 다룬다. 영화 속 개인 투자자들이 느끼는 배신감을 이해하는 것과, 부자를 지키려고 거래를 막았다는 주장을 확인된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매수를 할 수 없게 되면 투자자들은 가격과는 다른 문제에 부딪힌다. 누구나 간단히 거래할 수 있던 앱에, 사용자가 결정할 수 없는 조건이 드러난다. 이때부터 처음의 질문도 조금 달라진다. 얼마에 팔아야 하는지만 고민하던 사람들이, 내가 이 거래를 어디까지 결정할 수 있는지 묻게 된다. 고양이 그림과 농담으로 북적이던 화면이 갑자기 답답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모르는 사람의 말에 용기를 얻어 무언가를 시작해본 적이 있다면, 이 영화의 투자자들이 아주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함께한다는 기분은 행동을 돕고, 때로는 그만두기 어렵게 만든다. 덤 머니는 그 힘을 웃기고 시끄러운 인터넷 문화 속에서 꺼낸다. 누가 얼마를 벌었는지와 함께, 각자가 어느 순간부터 혼자 결정하기 어려워졌는지를 따라가면 더 흥미로운 이야기다.
1. 방송하는 키스와 그를 보는 사람들
키스가 말하는 장면에서 다른 투자자의 생활로 넘어갈 때를 보자. 방송하는 사람에게는 투자에 관한 생각이지만, 듣는 사람에게는 자기 사정을 바꿀 기회가 된다. 같은 말이 여러 곳에 도착하며 서로 다른 기대를 만든다.
2. 이모지가 만드는 동료의식
로켓이나 다이아몬드 손이 어떤 반응과 함께 나타나는지 보자. 뜻을 공유하는 그림은 처음 보는 사람과도 금세 같은 편이 된 기분을 만든다. 그 응원이 즐겁게 느껴지는 때와 버티라는 압박으로 다가오는 때의 차이를 생각해볼 수 있다.
3. 소식이 도착하는 장소
집, 기숙사, 병원, 저택은 인물을 소개하는 배경에 그치지 않는다. 화면이 다른 장소로 넘어갈 때, 그 인물이 잃거나 얻을 돈이 일상에서 무엇을 바꿀지 함께 드러난다. 숫자보다 그 숫자를 확인하는 사람의 처지를 먼저 살펴보자.
4. 누를 수 있는 버튼
초반에 손쉽게 쓰던 앱이 나중에는 어떤 답답함을 주는지 보자. 손가락으로 간단히 주문하던 동작과, 원하는 주문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대비된다. 시장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과 시장의 규칙에 관여할 수 있다는 것 사이에 차이가 생긴다.
트럼보 (2015)
정치적 신념 때문에 일자리를 빼앗긴 각본가를 따라간다. 함께 버티자는 명분이 있어도 각자가 감당해야 할 생계는 따로 있다. 덤 머니에서 인물들의 직장과 생활이 마음에 걸렸다면, 신념을 지키는 일과 먹고사는 일이 부딪히는 이 이야기도 이어볼 만하다.
시민 케인 (1941)
신문사를 가진 재벌의 생애를 여러 사람의 증언으로 살펴본다. 덤 머니의 거래 앱과는 다른 종류의 사업이지만,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수단을 소유했을 때 얻게 되는 힘을 생각하게 한다. 그 수단을 쓰는 사람의 자리에서 소유하는 사람의 자리로 시선을 옮겨볼 수 있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