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길은 계산에 없었다 | MovieLAB LAB

빚을 갚으려고 살인 의뢰를 받아 서울에 온 구남이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는다. 황해는 범행을 준비하는 남자가 배를 채우는 시간도 보여준다. 음식을 먹는 구남은 냉혹한 살인청부업자…

돌아갈 길은 계산에 없었다 | MovieLAB LAB

빚을 갚으려고 살인 의뢰를 받아 서울에 온 구남이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는다. 황해는 범행을 준비하는 남자가 배를 채우는 시간도 보여준다. 음식을 먹는 구남은 냉혹한 살인청부업자보다 끼니를 겨우 해결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 초라한 모습과 그가 하려는 끔찍한 일이 함께 눈에 들어온다.

연변에서 택시를 모는 구남은 빚을 졌다. 돈을 벌러 한국에 간 아내는 연락이 없다. 면가가 건넨 제안은 이 두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들린다. 한국에 가서 사람 하나를 죽이면 빚을 갚을 수 있다. 간 김에 아내도 찾을 수 있다. 구남은 자신이 누구의 사정에 끼어드는지 모른 채 바다를 건넌다.

길은 익혀도 사정은 알 수 없다

구남은 서울에서 부지런히 움직인다. 범행을 준비하며 주변을 살피고, 틈틈이 아내의 행방을 알아본다. 택시를 몰던 사람답게 길을 익혀야 하는 일이 그의 앞에 놓인다. 그런데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아는 것과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아는 것은 다르다. 구남이 발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건물과 거리다. 자신에게 살인을 맡긴 사람들 사이의 관계까지 그 방법으로 알아낼 수는 없다.

그래서 이 영화의 긴장에는 추격전이 시작되기 전부터 답답함이 섞인다. 구남은 움직일수록 준비가 되고 있다고 믿을 수 있지만, 관객은 그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의식한다. 일을 끝내면 돈을 받는다는 말만으로는, 일이 틀어졌을 때 누가 책임질지 알 수 없다.

밤에 배 위에 모여 있는 남자들

범죄 영화에서는 복잡한 계획을 세운 사람이 대개 관객을 이끈다. 여기서는 계획의 일부만 전달받은 사람이 앞장선다. 이야기가 꼬이는 동안 구남은 계속 몸을 써야 한다. 숨거나 달아나거나, 다시 누군가를 찾아가야 한다. 사정을 설명해줄 사람은 멀리 있고, 붙잡으려는 사람은 가까이 있다.

도망치는 중에도 먹어야 한다

나홍진은 영화진흥위원회 인터뷰에서 유독 먹는 장면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구남이 기다리다 컵라면을 먹는 모습, 굶주린 뒤 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내 먹는 모습, 면가 일행이 고기를 먹는 모습을 나란히 짚었다. 범행이나 추격을 설명할 때 지나치기 쉬운 끼니가 감독에게는 중요한 장면으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하정우가 연기하는 구남은 음식을 먹는 동안 잠시 처지가 나아진 사람처럼 보인다. 적어도 지금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하나 생긴 셈이다. 누구를 믿어야 하는지, 아내는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어도 허기는 채울 수 있다. 음식을 허겁지겁 먹는 모습을 보고 나면 다음 도주에서도 그의 피로가 눈에 들어온다. 구남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걱정하게 된다.

이런 장면들은 구남을 능숙한 살인자로 받아들이는 것도 막는다. 그는 의뢰를 받았지만 그 세계의 일을 잘 아는 사람이 아니다. 범행을 준비하는 와중에도 생활의 곤궁함이 따라붙는다. 영화가 그의 선택을 면죄해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선택의 끔찍함과 그 선택을 한 사람의 초라함을 함께 보게 한다.

도망치는 구남과 밀어붙이는 면가

김윤석의 면가가 직접 나서면 구남보다 훨씬 거침없이 상대를 제압한다. 구남이 가까스로 버티던 폭력의 현장을 면가는 자기 뜻대로 휘젓는다. 두 사람을 같은 종류의 범죄자로 묶기에는 움직이는 방식부터 너무 다르다.

경찰차와 여러 차량이 뒤엉킨 밤거리

이 차이는 연기의 강약만으로 생기지 않았다. 칸영화제에 공개된 제작 자료에서 나홍진은 면가의 특정 액션 장면을 현실적으로 보이게 찍을 생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인물의 힘을 드러내기 위해 장르 영화의 과장을 택했다는 것이다. 구남을 둘러싼 곤궁한 생활과 면가의 압도적인 폭력이 한 화면 안에서 부딪치는 데는 의도적인 불균형이 있다.

돈으로 남에게 일을 맡길 때 면가는 구남보다 훨씬 많은 선택지를 가진 것처럼 보였다. 일이 어긋나자 그 역시 바다를 건너 몸을 움직인다. 하지만 두 사람의 거리는 줄지 않는다. 한 사람에게 이동은 살아남을 방법을 찾는 일이고, 다른 사람에게는 자기 몫을 지키며 남을 쫓는 일이다. 같은 길 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같은 처지가 되지는 않는다.

「황해」를 따라가다 보면 사건의 배후만큼이나 구남이 다음에 어디서 쉬고 무엇을 먹을지가 신경 쓰인다. 사람 하나를 죽이면 빚을 갚을 수 있다는 제안에는 그 사이에 견뎌야 할 추위와 허기, 돌아갈 길을 잃는 일이 빠져 있었다.

지금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

추격전을 볼 때 차와 사람의 속도에 먼저 눈이 갔다면, 이번에는 달리는 사람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 따라가볼 만하다. 구남이 가진 정보의 부족함을 의식하면, 익숙한 서울의 길도 탈출구를 찾기 어려운 곳으로 보인다. 신체 훼손을 포함한 강한 폭력 묘사가 있다.

감상 포인트

추격 사이에 먹는 음식 — 컵라면과 김치를 먹는 구남의 모습을 눈여겨볼 만하다. 범행을 맡았다는 사실만 보면 알 수 없는 허기와 곤궁함이 드러나면서, 다음에 그가 달아날 때 느껴지는 피로도 달라진다.

구남이 알고 있는 범위 — 구남이 직접 살펴본 건물과 거리, 다른 사람에게 전달받은 사정을 구분해보자. 범행 장소를 익히는 일과 의뢰인의 속사정을 아는 일이 다르다는 점에서 추격 전부터 불안이 생긴다.

구남과 면가의 움직임 — 쫓기며 버티는 구남과 상대를 제압하며 밀어붙이는 면가를 비교해보자. 두 사람이 모두 폭력을 행사하더라도 그 세계에 얼마나 익숙한지, 무엇을 통제할 수 있는지는 다르게 보인다.

같은 바다를 건너는 다른 목적 — 구남은 빚과 아내 문제를 해결하려고 떠나고, 면가는 일이 어긋난 뒤 직접 움직인다. 같은 이동을 한다는 사실보다 누가 제안하고 누가 위험을 떠안는지 보면 두 사람의 차이가 분명해진다.

관련 작품

추격자 (2008, 나홍진) — 하정우와 김윤석의 쫓고 쫓기는 관계가 달라진다. 한 도시 안의 밤과 국경을 넘는 도주를 비교할 수 있다.

해무 (2014, 심성보) — 바다를 건너는 거래에 참여한 사람들이 위험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과정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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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