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은 사람이 죽었는데도 경찰을 부르지 않았다. 시신을 숨기고 죽은 사람의 돈과 신분증을 챙겨 그 차를 몰고 갔다. 그가 내놓는 이유는 두려움이다. 무슨 말을 해도 자신이 죽였다고…
앨은 사람이 죽었는데도 경찰을 부르지 않았다. 시신을 숨기고 죽은 사람의 돈과 신분증을 챙겨 그 차를 몰고 갔다. 그가 내놓는 이유는 두려움이다. 무슨 말을 해도 자신이 죽였다고 의심받을 것 같았다는 것이다. 〈디투어〉는 이 남자의 해명을 들려준다. 겁이 났다는 사정은 이해할 만한데, 그래서 남의 신분까지 가져가야 했는지는 걸린다.
에드가 G. 울머의 영화에서 앨 로버츠를 연기하는 배우는 톰 닐이다. 길가 식당에 앉은 앨은 손님이 틀어놓은 노래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 노래가 불러낸 기억을 따라가면, 뉴욕의 나이트클럽에서 피아노를 치던 시절이 나온다. 애인 수를 만나려고 서부로 향했던 길이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 앨의 목소리로 듣게 된다.

앨의 이야기에 따르면, 그는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해스컬의 차를 얻어 탄다. 밤에 운전을 바꿔 맡고 가던 중 비가 내리자 차의 지붕을 올리려 한다. 그런데 해스컬이 깨어나지 않고, 앨이 문을 열자 몸이 밖으로 떨어진다. 낯선 사람과 단둘이 있던 길에서 죽음을 마주한 것이다.
이후 앨은 도움을 청하는 대신 흔적을 감춘다. 경찰이 자신을 믿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이미 끝냈기 때문이다. 아직 묻지도 않은 질문과 아직 받지도 않은 의심을 피하려고 움직인다. 그 과정에서 해스컬의 차와 돈, 이름을 가져간다. 두려움에서 벗어나려 한 행동이, 나중에 누군가 자신을 의심할 만한 이유를 더한다.
앨은 이 사정을 직접 설명한다.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지 말해주니, 듣는 쪽도 그의 다급함을 따라가게 된다. 하지만 설명을 듣는 동안에도 그가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는 남아 있다. 우연히 죽은 사람 곁에 있었다는 이야기와, 그 뒤 신분을 바꿔 길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한꺼번에 결백의 증거로 삼기는 어렵다.

앨은 길에서 베라를 태운다. 그녀 역시 차를 얻어 타고 가는 사람이니, 얼마 전 자신의 처지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베라는 그에게 해스컬의 시신을 어떻게 했느냐고 묻는다. 이름만 둘러대면 넘어갈 상대가 아니다. 베라는 앨보다 먼저 해스컬의 차를 탔던 여자다.
앨은 해스컬의 손에 난 상처를 본 적이 있다. 해스컬은 자신이 태워준 여자가 할퀴었다고 설명했다. 그 여자가 베라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두 사람이 같은 사람에 대해 다른 만큼 알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앨이 남의 이름을 빌려도 베라가 기억하는 얼굴까지 바꿀 수는 없다.
앤 새비지가 연기하는 베라는 그 앎을 협박에 쓴다. 앨을 경찰에 넘길 수 있다는 말로 그를 붙잡는다. 앨에게 차는 이곳을 벗어날 수단이었는데, 베라에게는 그가 숨긴 일을 짚어낼 증거다. 같은 차에 앉아 있어도 누가 주도권을 갖는지는 뒤바뀐다.
베라가 원하는 것은 앨의 해명을 충분히 듣고 공정하게 판단하는 일이 아니다. 그의 사정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쓰려 한다. 그래서 그녀가 거짓을 알아챘다고 해서 앨을 대신해 믿고 따를 사람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앨의 말이 의심스러운 동시에, 그가 베라에게 붙들린 처지도 걱정스럽다. 둘 중 누가 더 좋은 사람인지 고르는 일만으로는 이 동행을 설명하기 어렵다.

울머는 분장팀이 새비지의 머리에 콜드크림과 흙을 묻게 했다. 말끔한 머리와 얼굴 대신, 앨이 첫인상을 설명할 때 언급하는 지저분한 모습을 준비한 것이다. 차를 얻어 타려는 한 사람의 외양이 만들어지는 과정에도 구체적인 손질이 있었다.
대사도 함께 연습했다. 울머는 새비지가 말을 빠르고 사납게 쏟아내도록 요구했다. 앨에게 자신의 사정을 풀어놓는 내레이션이 있다면, 베라에게는 바로 옆에서 그 말을 밀어붙이는 목소리가 있다. 새비지의 말이 언제 끼어드는지 듣고 있으면, 앨이 자기 이야기의 주인인 자리와 다른 사람 앞에서 해명하는 자리가 얼마나 다른지 느끼게 된다.
이 영화는 PRC의 제한된 제작비 안에서 스튜디오 세트와 후면 영사를 활용해 길 위의 여정을 만들었다. 멀리 가는 이야기이지만 배우들이 함께 머무는 차 안에서는 옆 사람을 쉽게 피할 수 없다. 창밖으로 배경이 지나가는 동안에도 두 사람이 주고받아야 할 말은 남는다. 거리를 이동하는 것과 곤란한 상대에게서 벗어나는 일이 다른 경험이 된다.
앨의 해명은 틀렸다고 단번에 물리치기 어렵다. 낯선 곳에서 의심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납득할 수 있다. 그렇다고 시신을 숨기고 남의 이름을 쓰는 행동까지 저절로 정당해지지는 않는다. 〈디투어〉는 이 간격을 오래 남긴다. 한 사람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는 일과 그 사람이 원하는 대로 믿어주는 일이 얼마나 다른지 경험하게 한다.
◆ 식당에서 들리는 노래 — 다른 손님이 고른 노래에 앨이 왜 예민하게 반응하는지 살펴보자. 식당에 함께 있는 사람은 그 음악에 얽힌 사정을 모르지만, 관객은 곧 앨의 기억을 따라가게 된다. 같은 노래가 누군가에게는 우연히 고른 음악이고 다른 사람에게는 지나온 길을 불러내는 계기가 된다. 회상이 시작되기 전 앨이 놓인 자리를 보여준다.
◆ 해명 다음의 행동 — 앨이 겁을 먹었다고 설명할 때, 그 말과 이어지는 행동을 함께 보자.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달라는 목소리에는 설득력이 있어도, 그것만으로 행동의 결과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경찰이 의심하리라는 예상이 그를 어떤 선택으로 이끄는지 따라가면, 불운을 말하는 사람에게도 판단하고 움직이는 순간이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 베라가 이미 아는 것 — 베라가 해스컬의 차를 알아보는 순간에는 앨이 앞서 들었던 상처 이야기도 돌아온다. 두 사람이 같은 인물을 어디까지 아는지 비교해볼 만하다. 앨이 가져간 물건과 신분증이 모든 사람에게 통할 수는 없다. 베라의 질문은 잠깐의 놀라움에 그치지 않고, 이후 차 안에서 누가 누구에게 대답해야 하는지까지 바꾼다.
◆ 내레이션과 바로 옆의 목소리 — 앨이 자기 사정을 설명하는 목소리와 베라가 곁에서 몰아붙이는 말을 번갈아 들어보자. 혼자 들려줄 때와 상대가 즉시 반응할 때, 앨이 자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여지가 다르다. 새비지의 빠른 말투는 두 사람이 한 공간에 있다는 압박을 더한다. 대사에 담긴 정보뿐 아니라 상대에게 말할 틈이 생기는지도 볼 만하다.
◆ 스칼렛 스트리트 (1945, 프리츠 랑) —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출납원 크리스는 키티에게 자신을 화가라고 소개하고, 그녀는 그가 부유하다고 여긴다. 좋은 인상을 주고 싶어 한 말이 다른 사람의 기대를 키운다. 〈디투어〉처럼 인물이 자신에 대해 내놓는 설명과 그 말을 상대가 어떻게 이용하는지를 함께 볼 만하다.
◆ 창밖의 여자 (1944, 프리츠 랑) — 중년 교수는 쇼윈도의 초상을 보다가 그림 속 모델을 만난다. 그녀의 집을 방문한 뒤 뜻밖의 사건에 휘말리고, 경찰에 알리는 대신 감추려 한다. 〈디투어〉의 앨과 같이 무엇을 두려워하며 다음 행동을 고르는지 살펴볼 수 있다. 사태를 수습하려는 선택이 이어지는 과정을 따라가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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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