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다는 말로는 안심할 수 없는 오후 | MovieLAB LAB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클레오는 새 모자를 고른다. 몸이 아플지도 모르는 날에도 자기 얼굴이 어떻게 보이는지 신경 쓴다. 허영처럼 보이지만, 아름다운 얼굴을 확인하면 몸도 괜찮을 …

예쁘다는 말로는 안심할 수 없는 오후 | MovieLAB LAB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클레오는 새 모자를 고른다. 몸이 아플지도 모르는 날에도 자기 얼굴이 어떻게 보이는지 신경 쓴다. 허영처럼 보이지만, 아름다운 얼굴을 확인하면 몸도 괜찮을 것 같아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녜스 바르다의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에서 거울을 보는 일에는 그만큼 절박한 구석이 있다. 거울은 클레오가 가장 알고 싶은 사실을 알려주지 못한다.

거울에 묻는 안부

클레오는 가수다. 외모를 가꾸고 남들의 반응을 살피는 데 익숙하다. 그런데 병원에서 답을 듣기로 한 날에는 그 익숙한 버릇이 묘하게 보인다. 거리의 유리창에도 얼굴을 비춰보는 클레오는, 조금 전까지의 자신과 달라진 곳이 없는지 확인하는 사람 같다. 잘 어울리는 모자를 찾는 즐거움에도 잠시나마 기대본다. 좋아 보이는 얼굴을 확인하고도 다시 불안해지니, 거울을 보는 일에는 끝이 없다.

그렇다고 클레오의 치장을 두려움을 감추기 위한 행동으로만 설명하면 모자 가게의 재미가 줄어든다. 클레오는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고, 그것을 고르는 데 마음을 쓴다. 병이 걱정된다고 그 취향까지 없어지지는 않는다. 바르다는 모자를 고르는 시간을 충분히 보여준다. 검사 결과만 궁금한 관객에게는 한가해 보일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클레오는 그 모자를 고르는 동안에도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제목과 달리 영화가 따라가는 시간은 오후 다섯 시부터 여섯 시 반까지다. 그 시간을 함께 보내다 보면 모자 하나 고르는 일도 선뜻 건너뛸 수 없어진다. 거울 앞에 선 클레오에게 안심할 구실이 얼마나 필요한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안심이 얼마나 위태로운지는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 더 선명해진다.

흰 장식에 둘러싸인 클레오의 얼굴

노래를 잘 부를수록

클레오의 집에 음악가들이 찾아온다. 영화 음악을 만든 미셸 르그랑도 작곡가 밥 역으로 피아노 앞에 앉는다. 연습할 곡은 「Sans toi」다. 여럿이 모인 방에서 시작한 연습은, 노래가 이어지는 동안 뜻밖의 공연으로 바뀐다.

배경이 어두워지고 피아노 반주에 오케스트라가 더해진다. 조금 전까지 보이던 생활 공간이 뒤로 물러나고 노래하는 얼굴이 두드러진다. 코린 마르샹이 연기하는 클레오는 눈물을 흘리며 노래한다. 가수에게 시선이 쏠리고 음악이 풍성해지는, 공연이라면 멋져 보일 만한 순간이다. 그런데 상실과 절망을 노래하는 클레오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그저 노래를 잘한다고 감탄하기가 어렵다. 그날의 걱정이 노래와 너무 가까이 있다.

거울 앞에서는 겉모습을 보고 몸도 괜찮으리라 믿고 싶었다. 노래하는 얼굴에는 그 믿음이 통하지 않는다. 아름다운 노래가 두려움을 달래주기는커녕, 아직 일어나지 않은 상실을 미리 겪게 하는 듯하다. 듣는 쪽에 근사한 공연이 될 수 있는 시간이 부르는 사람에게는 견디기 어려운 시간이 된다.

노래가 끝나자 화면이 급히 넓어지며 방이 다시 드러난다. 클레오는 음악가들과 함께 있지만 연습을 계속하지 못한다. 방금 들은 음악을 한 곡의 노래로 끝내기에는 너무 괴롭다. 공연처럼 달라졌던 화면이 일상으로 돌아온 뒤에도, 노래하는 동안의 감정은 남아 있다. 노래를 잘 부르는 것과 지금 그 노래를 견딜 수 있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이 차이가 드러나면서, 가수를 바라보던 눈으로 그 사람의 두려움까지 보게 된다.

거울 밖의 사람들

클레오는 가발을 벗고 혼자 밖으로 나간다. 이후의 만남에서는 자신의 모습보다 남의 이야기에 관심을 두는 시간이 늘어난다. 친구가 일하는 모습을 보고 낯선 사람과 말을 나누는 동안, 화면에는 클레오가 보고 듣는 다른 사람의 생활이 들어온다. 앞서 유리창에서 자기 얼굴을 찾던 모습과 비교하면 이 변화는 꽤 크다.

군인 앙투안과의 만남에는 클레오가 모르는 사정이 있다. 그는 알제리로 돌아가야 한다. 택시 안 라디오에서 들렸던 전쟁 소식이 이제 눈앞의 한 사람 이야기로 다가온다. 클레오는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앙투안에게는 전쟁터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온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려면 클레오도 상대의 말을 들어야 한다. 자신의 불안을 알아줄 사람을 만나면서, 그 사람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도 알게 된다.

파리의 거리는 앞서부터 클레오의 사정과 무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카페 손님과 행인들은 자기 볼일을 보고, 라디오에서는 클레오와 무관한 뉴스가 흘러나온다. 처음에는 클레오를 외롭게 만드는 무심함처럼 느껴지지만, 그 덕분에 거리에는 아직 만나보지 못한 사람이 있다. 집에서 노래를 부를 때는 여럿 가운데 혼자였던 클레오가, 밖에서는 낯선 사람의 사정을 듣고 말을 건넬 수 있다.

그 오후를 나누는 장 제목에도 클레오 외에 다른 인물의 이름이 들어간다. 클레오를 따라 걷느라 스쳐 지날 뻔한 사람들도 이름이 있고 자기 몫의 오후가 있다. 영화는 그들의 시간까지 적어둔다.

검은 드레스를 입고 거리를 걷는 클레오

지금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

「Sans toi」 장면은 노래 한 곡을 듣는 동안 관객의 마음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공연을 즐기던 관객이 그 공연을 계속해도 될지 걱정하게 된다. 클레오가 불안하다는 사실을 아는 것과 그 얼굴을 지켜보는 일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음악이 끝나 방이 다시 보이는 순간까지, 영화는 그 차이를 경험하게 한다.

감상 포인트

거울이 있는 자리 — 집 안 거울뿐 아니라 거리의 유리창도 클레오의 얼굴을 비춘다. 파리를 걷는 동안 자기 모습을 다시 마주치는 순간이 여러 번 생긴다.

노래하는 방 — 「Sans toi」가 시작되기 전과 끝난 뒤의 방, 노래하는 동안의 배경과 반주를 함께 보면 이 장면의 변화가 선명하다.

이름과 시간 — 장이 바뀔 때 표시되는 시간 옆에는 인물의 이름이 붙는다. 클레오 외에 누구의 이름이 나오는지도 눈여겨볼 만하다.

거리에서 들리는 소리 — 카페의 대화와 택시 안 라디오는 클레오의 걱정과 별개로 이어진다. 인물의 얼굴을 보면서도 파리에서 벌어지는 다른 일들을 듣게 된다.

관련 작품

행복 (1965, 아녜스 바르다) — 자기 삶을 행복하다고 여기는 남자를 따라간다. 그 행복을 주변 사람들도 똑같이 누리고 있는지 살피면, 한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 왜 그 곁의 사람까지 보는 일인지 생각하게 된다.

이삭 줍는 사람들과 나 (2000, 아녜스 바르다) — 수확하고 남은 농산물이나 버려진 물건을 줍는 사람들을 바르다가 찾아간다. 거리에서 시작한 관심이 구체적인 생활과 사연을 듣는 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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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