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옹은 화분을 가장 친한 친구라고 부른다. 늘 행복하고 질문도 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식물을 돌보는 이 남자의 직업은 청부 살인이다. 〈레옹〉의 방 안에는 일터에서와 다른 생활이…
레옹은 화분을 가장 친한 친구라고 부른다. 늘 행복하고 질문도 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식물을 돌보는 이 남자의 직업은 청부 살인이다. 〈레옹〉의 방 안에는 일터에서와 다른 생활이 있다. 여기에 열두 살 마틸다가 들어온다. 화분과 달리 묻고 싶은 것도, 해달라는 것도 많은 아이다.

장 르노가 연기하는 레옹은 뉴욕에서 혼자 산다. 일을 맡으면 사람을 죽이지만 집에서는 옷을 다리고 화분을 돌본다. 우유를 사다 마시고, 영화관에서는 뮤지컬을 본다. 이 작은 일들이 그를 알아가는 단서가 된다. 살인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설명만으로는 집에 돌아온 뒤의 시간을 다 채울 수 없다.
르노는 훗날 레옹을 좋아한다고 하면서도, 그가 돈을 받고 사람을 죽이는 인물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소녀를 해치지 않았다는 사실과 그 직업을 좋아할 수 있는지는 별개였다. 화분을 보살피는 모습에 마음이 누그러져도, 그가 맡는 일까지 다정해지지는 않는다. 일터와 집에서 보이는 차이를 지켜볼수록 이 인물을 쉽게 한쪽으로만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나탈리 포트만이 연기하는 마틸다는 가족을 잃고 이웃집 레옹에게 몸을 피한다. 가족을 죽인 쪽은 게리 올드만이 연기하는 부패한 수사관 스탠스필드와 그 일당이다. 소녀에게 문을 열어주면 그들을 피해 숨어 있을 곳이 생긴다. 동시에 레옹의 혼자 살던 방은 다른 사람을 숨겨야 하는 장소가 된다. 자신의 일만 잘 처리하면 됐던 생활에 누군가의 안전이 걸린다.
마틸다는 보호받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레옹의 직업을 알게 된 뒤 가족의 복수를 위해 그 일을 가르쳐달라고 요구한다. 레옹에게는 돈을 받고 해오던 일이고, 마틸다에게는 가족을 죽인 자에게 되돌려주고 싶은 폭력이다. 둘이 총 앞에 함께 있다고 같은 마음으로 그 일을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사격을 배우는 대목에서 어른과 아이는 조준경 가까이 얼굴을 나란히 댄다.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장면의 한가운데에 총이 있다. 누군가를 믿고 그의 솜씨를 배우는 모습이면서,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지도 분명한 장면이다.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었다고 해서 주고받는 것까지 모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레옹이 가장 잘 아는 기술이 마틸다가 원하는 답이 될 때, 두 사람을 걱정하는 이유도 달라진다.
둘이 함께 보내는 시간에는 사격과 다른 놀이도 있다. 마틸다는 마돈나와 찰리 채플린 같은 유명인의 흉내를 내고, 레옹은 누구인지 알아맞힌다. 아이가 연기를 시작하면 이번에는 레옹이 답해야 한다. 마틸다가 보여주는 것을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다. 능숙한 킬러라는 소개가 별 쓸모 없는 시간이다.
레옹도 존 웨인을 흉내 내며 놀이에 들어온다. 영화관에서 혼자 즐기던 영화의 기억을 다른 사람 앞에서 꺼내보이는 셈이다. 총 쏘는 방법을 가르칠 때와는 역할이 달라진다. 상대가 자기 흉내를 알아봐야 놀이가 이어진다. 질문하지 않는 화분과 지내던 방 안에, 서로의 반응을 기다리는 시간이 생긴다.
레옹의 솜씨에 감탄하는 순간과 그 솜씨를 마틸다가 배우는 순간은 다르게 다가온다. 두 사람이 함께 지내는 데 마음이 쓰여도, 아이가 복수를 준비하는 일까지 편안하게 볼 수는 없다. 뤽 베송은 총과 놀이, 집안일이 가까이 있는 생활을 만든다. 이 영화의 액션을 따라가면서 그 사이에 끼어 있는 하루를 함께 보면, 인물의 친근함과 위험을 따로 떼어놓기가 어려워진다.
◆ 질문하지 않는 친구 — 레옹이 화분을 친구라고 설명할 때 어떤 점을 좋아하는지 들어보자. 돌보는 행동에는 애정이 있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는 상대와 지내는 편안함도 있다. 마틸다가 찾아온 뒤에는 부탁을 듣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같은 방에서 보내는 하루가 달라지는 모습을 이 두 관계와 함께 볼 만하다.
◆ 숨을 곳이 생긴 아이 — 마틸다가 레옹의 집에 들어가는 순간에는 당장 위험을 피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후 그곳에서 무엇을 요구하고 배우려 하는지도 지켜보자. 머물 장소를 얻은 것만으로 아이의 바람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자신을 숨겨준 사람에게 복수의 방법까지 묻게 되면서, 레옹이 맡는 역할도 복잡해진다.
◆ 조준경 옆의 두 얼굴 — 사격을 배우는 장면에서는 레옹과 마틸다의 얼굴이 총 가까이에 나란히 놓인다. 두 사람이 서로를 믿고 가까워지는 모습과, 아이가 익히려는 기술을 한 화면 안에서 보게 된다. 숙련된 어른의 시범을 바라볼 때와 아이가 그 방법을 배우는 모습을 바라볼 때 걱정되는 대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자.
◆ 킬러에게 필요 없는 지식 — 유명인을 흉내 내고 알아맞히는 놀이에서 두 사람이 아는 이름과 보여주는 모습을 보자. 마틸다가 문제를 내면 레옹이 답하고, 레옹도 직접 흉내를 낸다. 살인 기술을 가르칠 때의 능숙함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다. 상대의 취향을 알아야 함께 웃을 수 있는 시간이 그들의 생활에 들어온다.
◆ 그랑블루 감독판 (1988, 뤽 베송) — 잠수에 익숙한 자크와 그를 만나러 온 조안나에게 바다는 서로 다른 장소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함께한다는 것이 연인에게는 어떤 경험인지 묻게 한다. 레옹의 익숙한 생활을 그 방에 들어온 사람의 자리에서 읽는 일과 이어볼 만하다.
◆ 서브웨이 (1985, 뤽 베송) — 도망친 프레드가 파리 지하철에서 그곳에 머무는 사람들을 만난다. 잠시 숨으러 들어간 장소에 이미 누군가의 일상이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인물이 남의 생활에 들어서며 뜻밖의 관계를 만드는 베송의 다른 영화를 볼 수 있다.
──────────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