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택시에도 곤란한 손님이 탄다 | MovieLAB LAB

손님이 하늘에서 떨어져 택시에 탄다. 〈제5원소〉의 택시기사 코벤 달라스에게 닥친 일이다. 실험실에서 탈출한 리루는 그가 모는 차 안으로 떨어지고, 두 사람은 경찰의 추격을 받는…

하늘을 나는 택시에도 곤란한 손님이 탄다 | MovieLAB LAB

손님이 하늘에서 떨어져 택시에 탄다. 〈제5원소〉의 택시기사 코벤 달라스에게 닥친 일이다. 실험실에서 탈출한 리루는 그가 모는 차 안으로 떨어지고, 두 사람은 경찰의 추격을 받는다. 차가 공중을 달리는 23세기에도 운전 중에 생긴 난처한 일은 기사가 감당해야 한다. 브루스 윌리스가 연기하는 코벤은 세상을 구하기에 앞서 이 낯선 손님을 태운 채 당장의 추격부터 벗어나야 한다.

뤽 베송은 지구의 운명이 걸린 이야기를 택시기사의 곤경과 함께 밀고 간다. 거대한 도시에 감탄하려는 순간, 그 사이를 달리는 차가 어디로 빠져나갈지 궁금해진다. 뒤이어 만나는 화려한 옷과 외계인의 노래도 구경할 물건으로만 남지 않는다. 누군가 그 옷을 입고 나타나고,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부른다. 낯선 생김새에 눈이 먼저 갔다가 그 사람이 하는 일에 관심이 옮겨가는 영화다.

경찰차를 먼저 보는 쪽은 관객이다

택시 추격에서 코벤이 잠깐 긴장을 풀었을 때, 앞쪽 교차로에는 경찰차들이 기다린다. 시각효과를 총괄한 마크 스테트슨은 카메라가 택시보다 앞서가 경찰차를 먼저 보여주고, 그 뒤에 코벤이 들어오도록 바꾸자고 베송에게 제안했다고 회고했다.

코벤은 안심하는데 관객은 안심할 수 없는 짧은 차이가 생긴다. 갑자기 놀라는 대신, 그가 함정에 들어서기 전부터 걱정하게 되는 것이다.

이 추격을 위해 만든 도시는 모형과 그림, 컴퓨터그래픽이 함께 이룬 공간이다. 미니어처 건물 뒤로 그림을 덧붙여 거리를 늘렸고, 그 사이의 교통에도 디지털로 만든 차량을 섞었다. 전부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도시 화면도 있다. 앞에 있는 택시와 뒤로 이어지는 도시가 한 공간처럼 보이도록 서로 다른 재료를 맞춰야 했다.

공중을 다니는 중국음식점도 있다. 배우가 올라탈 크기로 만든 세트 안에는 조리도구가 걸려 있다. 음식점까지 하늘로 올라왔지만 손님에게 끼니를 파는 일은 여전하다. 거대한 미래 풍경 속에 이런 작은 장사가 끼어든다.

붕대 차림과 표범무늬

밀라 요보비치가 연기하는 리루의 흰 옷은 몸에 붕대를 두른 것처럼 보인다. 이 의상에는 병원에서 몸을 다루는 방식이 들어 있다. 요보비치는 주사를 놓거나 관을 연결할 수 있도록 뒤가 열린 환자복, 필요한 부위만 감싸는 붕대가 발상의 출발점이었다고 설명했다. 리루는 몸을 최소한 가린 이 차림으로 실험실을 빠져나와 도시 한가운데로 떨어진다.

의상을 맡은 장폴 고티에는 리루와 전혀 다른 차림의 인물도 내놓는다. 크리스 터커가 연기하는 라디오 진행자 루비 로드는 커다란 깃의 표범무늬 옷을 입고 등장한다. 높게 솟은 머리와 입 앞의 마이크, 크게 벌리는 팔이 표범무늬에 더해진다. 라디오 진행자에게 이토록 볼 것이 많다는 점이 우습다.

두 사람의 옷을 하나의 미래 유행으로 묶기는 어렵다. 리루의 몸에는 필요한 만큼만 천이 걸쳐 있고, 루비의 옷은 굳이 없어도 될 장식까지 키운다. 한 사람은 아직 이곳의 생활을 익혀야 하고 다른 사람은 대중 앞에서 일하는 진행자다. 같은 시대에 사는 사람들이라고 옷까지 같은 방향으로 발전할 필요는 없다는 듯, 영화는 둘을 나란히 내놓는다.

제5원소 스틸 — 표범무늬 의상 차림으로 팔을 벌린 루비 로드

푸른 가수에게서 들리는 사람의 목소리

유람선의 공연장에 서는 디바 플라발라구나는 푸른 피부와 머리에서 길게 뻗은 촉수를 가진 가수다. 등 뒤로는 창 너머의 행성이 보인다. 외계의 무대인데 처음 들려오는 것은 지구에서 오래 불러온 오페라다. 도니체티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를 소프라노 인바 물라가 불렀다. 눈으로 보는 낯선 몸과 귀에 들어오는 사람의 목소리가 잠시 서로 다른 인상을 만든다.

이어지는 〈디바 댄스〉를 쓴 에릭 세라는 외계인이 부르는 노래이기에 인간에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음역과 속도를 원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녹음에 참여한 물라는 그의 예상보다 훨씬 많은 부분을 직접 불렀다. 작곡가는 사람의 한계를 벗어난 가수를 상상했고, 실제 가수는 그가 정해둔 한계보다 멀리 갔다.

처음에는 길게 이어지는 성악의 목소리를 듣고, 뒤로 갈수록 빠르게 오르내리는 음에 놀라게 된다. 푸른 피부를 본 순간부터 이미 외계인임을 알지만, 노래는 그 생김새를 확인해주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사람의 목소리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귀를 기울이게 한다.

지금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

〈제5원소〉의 미래를 좋아하게 되는 데에는 도시의 규모보다 별난 주민들의 몫이 크다. 경찰을 피해 달리는 택시, 공중의 음식점, 눈에 띄는 차림으로 일하는 진행자에게는 당장 해야 할 일이 있다. 지구를 구한다는 큰 목적 옆에 이런 생활이 함께 놓여 있어, 한 장면이 끝나면 이곳에서 다음에는 누구를 만날지 기다리게 된다. 처음 보는 풍경을 알아들을 만한 상황으로 바꾸는 영화의 활기를 즐겨볼 만하다.

제5원소 스틸 — 무장한 외계 용병 무리 한가운데 선 코벤

감상 포인트

◆ 코벤보다 먼저 아는 위험 — 교차로의 경찰차를 보여준 뒤 택시가 그곳으로 들어오는 장면을 보자. 관객과 운전자가 같은 것을 동시에 알지는 않는다. 코벤의 안도와 앞에 놓인 함정 사이에 잠깐의 차이가 있다. 차가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지만 쫓지 않고 누가 먼저 위험을 알아차리는지 보면, 추격에서 긴장과 웃음이 함께 생기는 이유가 보인다.

◆ 하늘로 올라간 음식점 — 공중을 다니는 음식점 안의 사람과 조리도구를 함께 살펴보자. 특이한 탈것이지만 하는 일은 손님에게 음식을 파는 것이다. 커다란 건물과 교통 사이에 작은 가게가 끼어들면서 미래 도시에도 생활의 크기가 생긴다. 어떤 기술로 뜨는지 따지기 전에 그 안에서 사람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면, 배경으로 지나갈 물건이 좀 더 친숙해진다.

◆ 같은 시대의 서로 다른 옷 — 리루의 흰 붕대 차림과 루비의 표범무늬 의상을 비교해보자. 한쪽은 몸을 최소한 가리고 다른 쪽은 장식을 한껏 키운다. 색과 모양의 차이뿐 아니라 그 옷을 입은 사람이 어떤 상태로 나타나는지 함께 보면 좋다. 미래에는 모두 이렇게 입을 것이라는 정답을 찾기보다, 각 인물이 자기 사정에 맞는 차림으로 들어온다는 점에 눈길을 둘 만하다.

◆ 디바의 노래가 바뀌는 순간 — 처음의 오페라와 뒤이어 빠르게 오르내리는 음을 이어서 들어보자. 실제 소프라노의 목소리에서 시작한 노래가 어디서부터 낯설게 들리는지 느껴볼 수 있다. 가수의 생김새가 알려준 놀라움을 귀로 다시 경험하게 되는지, 무대를 처음 봤을 때와 노래를 듣고 난 뒤의 인상이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면 된다.

관련 작품

◆ 〈서브웨이〉 — 지하철로 숨어든 프레드는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 밴드를 꾸리려 한다. 〈제5원소〉의 공중 도시에서 지하로 내려가면, 이번에는 도망자가 머무는 공간 안에 음악과 사람의 생활이 생겨난다. 독특한 장소를 그곳을 쓰는 인물들과 함께 보고 싶을 때 이어볼 만하다.

◆ 〈마지막 전투〉 — 무너진 집과 자동차 잔해 사이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베송은 실제 장소를 흑백과 넓은 화면으로 찍어 낯설게 보이도록 했다. 새 물건을 가득 만들어낸 〈제5원소〉와 달리, 이미 있는 장소를 다르게 보는 것으로 미래를 만드는 선택을 만날 수 있다.

◆ 〈그랑블루〉 — 어릴 때부터 바다에서 겨뤄온 두 잠수부가 다시 경쟁자로 만난다. 바다와 두 사람의 우정, 그 곁의 사랑이 함께 놓인다. 북적이는 우주 도시를 떠나 한 장소에 오랫동안 매달린 사람들을 보고 싶다면, 이들의 관계를 따라가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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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