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바 두버네이, 영화를 만들고 관객을 찾아 나서다 | MovieLAB LAB

극장까지 갈 차편이 없는 사람에게는 영화 광고를 더 보여줘도 소용이 없다. 2012년 〈미들 오브 노웨어〉의 미국 개봉을 준비하던 시애틀의 한 배급 협력자는 시 당국에 차량 지원…

에바 두버네이, 영화를 만들고 관객을 찾아 나서다 | MovieLAB LAB

극장까지 갈 차편이 없는 사람에게는 영화 광고를 더 보여줘도 소용이 없다. 2012년 〈미들 오브 노웨어〉의 미국 개봉을 준비하던 시애틀의 한 배급 협력자는 시 당국에 차량 지원을 요청했다. 이동 수단이 없는 노인들을 금요일 낮 상영에 데려오기 위해서였다. 에바 두버네이가 꾸린 배급 공동체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영화를 상영할 곳을 잡는 데서 일이 끝나지 않았다. 그곳까지 누가 어떻게 올 수 있는지도 생각해야 했다.

두버네이는 영화를 찍는 사람인 동시에 남의 영화를 배급하는 사람이다. 상영관에 걸리지 못한 작품을 찾아 관객과 만나게 하는 일도 해왔다. 무엇을 찍었는지와 누구에게 보여주려 했는지를 함께 살펴보면, 영화에서 고른 인물도 새롭게 보인다. 이야기를 들려줄 사람에게도, 들으러 올 사람에게도 각자의 사정이 있다는 것을 쉽게 넘기지 않는다.

루비를 판단하기 전에

〈미들 오브 노웨어〉의 루비는 남편이 수감된 뒤 의사가 되려던 계획을 미뤘다. 간호사로 일하고 남편에게 면회를 다닌다. 남편이 출소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마음은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어도, 그 마음으로 살아가는 하루까지 알 수는 없다. 일을 더 해야 할 때와 남편을 만나러 가야 할 때가 있고, 어머니가 딸에게 기대하는 삶과 루비가 붙들고 있는 삶도 다르다.

두버네이 역시 처음부터 이런 여성을 충분히 이해했던 것은 아니었다. 수감자를 기다리는 가족들을 만나기 전에는, 그들이 상대에게 끌려다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있었다고 한다. 이야기를 듣고 나자 달라졌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른 채 남겨진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힘든 관계 안에서도 자신이 남기로 결정한 여성들이 있었다. 감독은 그 선택을 한 사람의 생각과 생활을 알아가야 했다.

이 차이는 루비를 보는 데 중요하다. 관객은 그가 남편을 기다리지 않으면 더 편하게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할 수 있다. 어머니의 답답함도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그 판단만으로 루비가 바라는 것을 다 알게 되지는 않는다. 두버네이는 어떤 선택이 유리한지 계산을 끝낸 자리에서 루비를 내려다보지 않는다. 그가 하루를 살아내며 누구에게 마음이 기울고 무엇 때문에 망설이는지 따라간다.

새로운 남자 브라이언을 만나는 일도 그런 하루 안에 있다. 호의를 받아들이면 지금까지 기다린 시간이 모두 틀린 선택이 되는 걸까. 남편을 아끼면서 자기 생활을 바꿀 수는 없을까. 헌신적인 아내라는 말에도, 이제 자기 삶을 살라는 충고에도 다 들어가지 않는 마음을 남겨둔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면회하러 가는 길은 대화를 시작하기 전의 빈 시간이 아니다. 루비는 버스를 타고 남편이 있는 곳으로 간다. 그를 만나겠다고 마음먹은 뒤에도 실제로 그 자리에 도착하는 데 시간이 든다. 사랑을 말하는 장면과 사랑 때문에 써야 하는 시간을 나란히 두면, 한 사람의 선택에 얼마만큼의 생활이 따라붙는지 보인다.

철망 너머로 보이는 루비의 얼굴

영화제에서 끝내지 않으려고

두버네이의 배급 공동체가 활동을 시작했을 때, 일부 흑인 관객은 예술영화관이 어디 있는지부터 물었다. 평소 자신들이 보러 갈 영화가 좀처럼 걸리지 않던 곳이었다. 그래서 감독은 흑인 관객들이 이미 익숙하게 다니던 멀티플렉스를 상영 장소로 택했다. 독립영화라면 예술영화관에 걸어야 한다는 생각보다, 자신의 관객이 평소 어디에서 영화를 보는지가 중요했다.

감독이 되기 전 두버네이는 영화 홍보 일을 했다. 작품을 알리는 방법을 알고 있었고, 각지의 흑인 영화제와도 일한 경험이 있었다. 그곳에는 영화에 관심을 갖고 사람을 모으는 이들이 이미 있었다. 혼자 새로 모든 것을 시작할 필요는 없었다. 이들이 함께 독립영화를 극장에 걸 수 있다면, 영화제에 잠깐 들렀다가 사라지는 작품이 줄어들 수 있었다.

그렇게 만든 배급 공동체의 첫 극장 개봉작이 〈아이 윌 팔로우〉였다. 두버네이가 연출한 영화다. 자신의 영화를 이 방식으로 개봉하며 배급 공동체가 극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먼저 시험한 셈이다. 이 활동은 나중에 ARRAY라는 이름으로 이어졌다. 한 감독의 다음 작품만 기다리는 조직이 아니라 다른 창작자의 영화도 함께 소개하는 곳이다.

거울에 함께 비친 두 여자

맨 앞의 차량 지원 요청도 이런 일의 일부다. 큰 광고를 할 형편이 안 되니 작게 홍보했다는 이야기로만 볼 필요는 없다. 그 동네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극장에 오지 못하는지 아는 협력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생각이다. 독립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는 막연한 묶음 대신, 금요일 낮에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차편이 없는 사람을 떠올린다. 그때 배급은 사람의 생활을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일이 된다.

이야기를 들을 방부터 달라졌다

누군가의 사정을 알려면 말을 걸기만 해서는 부족할 때도 있다. 〈그들이 우리를 바라볼 때〉를 준비하던 두버네이는 실제 사건의 당사자들이 편히 이야기할 수 있도록 집을 빌렸다. 책상 앞에 앉아 질문을 받는 형식에서 벗어나, 집 소파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했다. 이들은 오래전 자신이 한 말이 수사 과정에서 왜곡되는 경험을 겪은 사람들이었다.

이 네 편짜리 시리즈는 1989년 뉴욕에서 저지르지 않은 성폭행 사건으로 기소되고 유죄판결을 받은 다섯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다. 두버네이가 작품을 준비하며 이들을 만났을 때는 모두 성인이었다. 두버네이는 다섯 사람의 태도가 같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었고, 자신의 과거가 다시 알려지는 일을 망설이는 사람도 있었다. 사건 하나를 함께 겪었다고 그 뒤의 삶까지 같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집을 빌려 만나는 방식은 각자의 이야기를 듣기 위한 준비였다.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정해진 자리에서는 사건에 관한 답을 얻을 수 있어도, 그 사람이 지금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는지 놓칠 수 있다. 두버네이가 알고 싶었던 것은 수사 기록의 빈칸만이 아니었다. 사건과 직접 관계없는 기억과 가족 이야기도 그들을 알아가는 데 필요했다.

지금 이 감독의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

〈미들 오브 노웨어〉는 두버네이의 작업을 알아가기 좋은 출발점이다. 큰 사건이 벌어졌다는 소식 뒤에 남는 하루를 따라간다. 루비가 남편을 기다리는 이유를 단번에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 그가 일하고 이동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시간을 보다 보면, 처음에 쉽게 내렸던 판단을 잠깐 미루게 된다.

〈그들이 우리를 바라볼 때〉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건을 다룬다. 그럼에도 다시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있다. 사건의 전말을 들었다고 당사자의 삶까지 알게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두 작품을 함께 보면 두버네이가 인물에게 남겨주려는 것이 보인다. 그 사람을 대신해 간단한 결론을 말하기 전에, 자기 사정을 들려줄 시간이다.

감상 포인트

면회 앞뒤의 하루 — 〈미들 오브 노웨어〉에서 남편과 만나는 장면뿐 아니라 그곳까지 오가는 루비를 함께 보자. 기다린다는 말 아래에는 이동과 일이 계속되고 있다. 남편이 없는 동안 루비의 삶도 멈춰 있다는 생각을 잠시 내려놓으면, 겉으로는 큰 변화가 없어 보이는 하루의 수고가 눈에 들어온다.

도움이 꼭 위로가 되지는 않을 때 — 〈미들 오브 노웨어〉에서 어머니와 브라이언이 루비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두 사람이 주는 걱정과 호의는 루비가 원하는 것과 꼭 같지 않다. 말을 듣는 쪽의 망설임까지 함께 보면, 좋은 뜻으로 건넨 말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를 생각할 수 있다.

다섯 사람의 다른 가족 — 〈그들이 우리를 바라볼 때〉에서 사건을 함께 겪는 소년들을 한 덩어리로 기억하지 말고 각자의 가족을 살펴보자. 같은 위기 앞에서도 집마다 말과 반응이 다르다. 누가 곁에 있고 누구에게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지 따라가면, 사건의 규모에 가려지기 쉬운 차이가 보인다.

충고하고 싶어지는 순간 — 두 작품을 보다가 인물에게 다른 선택을 하라고 말하고 싶어지는 대목을 기억해보자. 이어지는 장면은 그 선택의 이유를 더 알려주는지, 내 생각을 그대로 남겨두는지 비교할 만하다. 감독이 인물을 이해하게 만드는 일과 인물의 모든 결정에 동의하게 만드는 일을 구별해볼 수 있다.

관련 작품

〈미들 오브 노웨어〉 — 수감자를 기다리는 가족이 가진 생각과 하루의 일을 함께 본다. 루비에게 무엇이 더 나은 삶인지 관객이 먼저 결정하기보다, 그가 자기 마음을 알아가는 시간을 따라가게 하는 영화다.

〈그들이 우리를 바라볼 때〉 — 사건명으로 묶였던 다섯 소년과 가족을 따라가는 네 편의 시리즈다. 당사자에게 이야기를 듣는 방식부터 고민한 감독의 선택을 생각하며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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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