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된 남편을 기다리는 루비는 간호사로 일하고, 전화를 받고, 면회를 위해 먼 길을 오간다. 미들 오브 노웨어는 감옥 밖에 남은 아내의 이 바쁜 일상을 따라간다. 남편을 만나기 …
수감된 남편을 기다리는 루비는 간호사로 일하고, 전화를 받고, 면회를 위해 먼 길을 오간다. 미들 오브 노웨어는 감옥 밖에 남은 아내의 이 바쁜 일상을 따라간다. 남편을 만나기 위해 할 일은 많은데, 정작 자신을 위해 세워둔 계획은 자꾸 미뤄진다.
루비는 의사가 되려던 계획을 접어두고 결혼 생활을 지키는 데 힘을 쏟는다. 주변에서는 그만 자기 삶을 살라고 한다. 그러나 루비에게도 지금의 생활을 택한 이유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어려울 때 버리지 않겠다는 마음을, 남의 눈에는 고집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쉽게 거둘 수는 없다.
루비가 감당하는 것은 외로움만이 아니다. 남편을 만나려면 이동할 시간을 내야 하고, 생활을 유지하려면 일을 해야 한다. 영화에서 버스를 타고 오가는 시간이 눈에 들어오는 이유다. 면회 장면만 보면 잠깐 만난 두 사람의 대화가 남는다. 그 앞뒤의 길까지 보면 그 대화를 위해 한 사람이 내놓은 하루가 보인다.
루비는 결혼을 지키기 위해 애쓰지만 학업 계획은 여전히 미뤄둔 상태다. 주변 사람들은 루비가 남편을 기다리느라 자신의 장래를 준비하지 못한다고 여긴다. 루비는 그 안에서 날마다 움직이고 있는데, 밖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처럼 여겨질 수 있다.
에바 두버네이는 이 이야기를 준비하며 수감자의 아내뿐 아니라 어머니, 딸, 자매들을 인터뷰했다. 《프레시 에어》와의 대화에서 감독은 그들을 만나기 전까지 기다리는 여성들의 선택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영화는 루비를 바라보는 관객에게도 비슷한 시간을 준다. 왜 아직 떠나지 않느냐고 묻기 전에, 남기로 한 사람이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보게 한다.
어머니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도 루비는 편히 쉬지 못한다. 딸의 생활을 걱정하는 어머니는 그 걱정을 날카로운 말로 건넨다. 루비가 더 일을 하겠다고 하자, 어머니는 드디어 앞으로 나아가려는 것이냐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같은 소식에서 두 사람이 듣는 말이 다르다. 루비는 당장의 형편을 이야기하고, 어머니는 딸이 남편에게서 벗어날 기회를 기다린다.
이런 대화는 누가 옳은지 고르기 어렵다. 어머니에게는 딸의 시간이 아깝다. 딸에게는 자신의 선택을 계속 해명해야 하는 일이 지친다. 상대를 아끼는 마음이 있어도, 걱정을 전하는 말까지 다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루비에게 다가오는 버스 운전사 브라이언은 또 다른 가능성을 만든다. 그가 등장하면 남편을 기다릴지 새로운 사랑을 택할지 고르는 이야기로 보이기 쉽다. 하지만 새로운 관계가 루비를 대신해 지난 시간을 정리해줄 수는 없다. 누군가의 호의를 받아들이는 일부터 루비가 판단해야 한다. 오래 미뤄둔 자기 마음을 알아보는 데에도 서툴 수밖에 없다.
브래드퍼드 영의 촬영은 루비의 생활을 초라함만으로 채우지 않는다. 푸른빛과 회색빛이 감도는 화면은 루비의 얼굴과 생활 공간을 차분히 보여준다. 무엇을 성취했는지 설명할 수 없는 시간에도, 그 시간을 사는 사람은 주의 깊게 볼 만하다는 태도다.
두버네이와 영은 훗날 《어퍼처》 대담에서 이 작품을 만들 당시 흑인의 일상적인 삶을 어떻게 담을지 함께 고민했다고 회고했다. 루비를 사회문제를 설명하는 사례로만 두었다면, 그녀가 버스를 타고 일터와 면회 장소를 오가는 동안 생기는 감정들은 너무 사소하게 보였을 것이다. 영화는 그 사소해 보이는 시간을 충분히 펼친다.
그래서 루비에게 필요한 변화도 한 번의 통쾌한 결심으로 다 설명되지는 않는다. 남편을 사랑했던 자신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지금 원하는 것을 말할 수 있을지,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정 속에 자기 몫의 약속을 다시 넣을 수 있을지. 「미들 오브 노웨어」는 루비에게 빠른 결정을 요구하기 전에, 그 결정이 바꾸어놓을 생활부터 충분히 보여준다.
가족을 돌보는 동안 자기 계획을 미뤄본 사람이라면 루비의 하루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남편에 관한 소식을 기다리고 가족과 다투는 대화 속에서, 그동안 루비가 미뤄둔 것이 무엇인지 하나씩 알게 된다.
◆ 면회 전후의 이동 — 남편과의 짧은 대화만큼 그를 만나러 가는 길도 눈여겨볼 만하다. 버스를 타고 오가는 시간을 함께 보면 기다림이 단순한 마음가짐이 아니라 하루를 쓰는 구체적인 방식임을 알 수 있다.
◆ 어머니가 걱정을 전하는 말투 — 어머니는 루비를 아끼지만 그 걱정이 루비에게 위로로 들리지만은 않는다. 같은 소식을 듣고 두 사람이 무엇을 기대하는지 살펴보면, 가족의 대화가 왜 자꾸 아프게 끝나는지 이해할 수 있다.
◆ 브라이언의 호의를 받아들이는 일 — 브라이언이 다가온 뒤에도 루비가 곧바로 새 생활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누구를 더 사랑하는지 고르는 문제로만 보지 않으면, 자신의 마음을 다시 알아보는 데 필요한 망설임을 따라갈 수 있다.
◆ 일터와 이동 중의 얼굴 — 푸른빛과 회색빛이 감도는 화면에서 루비가 일하고 오가는 모습을 살펴보자. 큰 사건이 없는 순간까지 카메라가 남겨두면서, 타인에게는 멈춰 보이는 생활이 실제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보여준다.
◆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 (2018, 배리 젠킨스) — 수감된 연인을 기다리는 여성과 가족의 시간을 다룬다. 서로 다른 상황에서 사랑을 지키려는 노력의 구체적인 모습을 비교할 수 있다.
◆ 클레멘시 (2019, 치노늬 추크우) — 교도소장의 노동이 부부의 일상으로 이어진다. 감옥의 영향이 담장 밖의 관계에 남는 또 다른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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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