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샤 실린스키, 부모의 화해가 싫은 아이를 찍다 | MovieLAB LAB

헤어졌던 부모가 다시 가까워진다. 일곱 살 루카에게는 달갑지 않은 일이다. 아버지의 관심을 독차지하던 아이는 어머니가 그 자리를 빼앗는다고 느낀다. 마샤 실린스키의 첫 장편 〈다…

마샤 실린스키, 부모의 화해가 싫은 아이를 찍다 | MovieLAB LAB

헤어졌던 부모가 다시 가까워진다. 일곱 살 루카에게는 달갑지 않은 일이다. 아버지의 관심을 독차지하던 아이는 어머니가 그 자리를 빼앗는다고 느낀다. 마샤 실린스키의 첫 장편 〈다크 블루 걸〉은 가족의 재결합을 반기지 않는 아이에게서 시작한다. 어른 두 사람에게는 좋은 변화가 나머지 한 사람에게는 위협이 된다.

엄마에게 안긴 뒤에 보인 얼굴

이 영화의 출발점에는 실린스키가 식당 밖에서 본 아이가 있다. 부모가 자신을 봐주지 않자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고, 어머니가 다가오자 머리를 다친 듯 행동했다. 어머니에게 안겨 돌아가는 아이가 작게 웃는 것 같았다고 실린스키는 기억했다. 감독은 아이의 울음이 부모의 행동을 바꾸는 과정에 주목했다.

〈다크 블루 걸〉의 루카도 어른들의 반응을 살핀다. 헬레나 젱겔이 맡은 아이는 부모의 결정이 내려지기만을 기다리지 않는다. 아버지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려고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든다. 부모 역시 아이의 사랑을 원하기 때문에 그의 행동에 흔들린다. 아이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집에서, 정작 어른들이 아이의 마음을 얻으려고 애쓰는 순간이 생긴다.

영화를 연출하기 전 실린스키는 글을 썼다. 단편소설을 쓰고, 글쓰기 과정을 거친 뒤 텔레노벨라의 대본 작업도 했다. 내용에는 마음이 붙지 않았지만 여러 전개를 빠르게 생각하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이후 영화학교에서 연출을 공부하며 〈다크 블루 걸〉을 만들었다. 익숙한 가족 이야기에서 인물 한 사람의 바람을 달리 놓는 것만으로 이야기가 얼마나 바뀌는지 보여준 첫 장편이었다.

구슬로 된 문발 너머로 보이는 어린 소녀

같은 집에 살았던 다른 사람들

〈사운드 오브 폴링〉의 출발은 독일 북부의 오래된 농가였다. 실린스키와 공동 각본가 루이제 페터는 그곳에 머물며 각자 다른 작업을 하려 했다. 그 집에 누가 살았을지 이야기하다가 떠오르는 이미지와 짧은 장면을 적기 시작했다. 메모들을 연결하는 동안 인물들이 생겨났다.

농가에서 발견한 옛 사진에는 마당에 선 여성 셋이 있었다. 카메라를 정면으로 보는 얼굴이었다. 실린스키와 페터는 같은 장소에 서서 사진을 보며, 지금은 없는 사람들과 자신들이 얼마나 가까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 생각했다. 영화가 따라가는 알마, 에리카, 앙겔리카, 렌카는 그 사진 속 인물을 그대로 옮긴 전기 속 주인공들이 아니다. 서로 다른 시대에 같은 농가에서 자라는 소녀들이다.

첫 장편의 루카에게 중요했던 것은 부모 사이에서 자기가 차지한 자리였다. 〈사운드 오브 폴링〉의 소녀들은 집과 주변에서 이미 정해진 생활방식을 배운다. 어른이 당연하게 여기는 일이 아이에게는 아직 낯설다. 같은 집에 살고 같은 일을 보아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같지는 않다. 실린스키는 한 아이의 마음을 오래 들여다보던 작업에서, 시대가 다른 아이들의 경험을 함께 놓는 쪽으로 나아갔다.

농가의 옛 생활을 조사할 때도 거창한 사건만 눈에 들어온 것은 아니었다. 실린스키는 평범한 일상을 회고하는 기록 사이에 폭력적인 일이 짧고 담담하게 적힌 것을 발견했다. 그 일을 겪는 사람이 어떻게 느꼈는지보다, 늘 하던 일을 처리했다는 식의 말투가 남아 있었다. 영화 속 소녀들이 주변에서 보고 듣는 일에는 그렇게 어른들의 설명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어두운 실내에 앉아 정면을 바라보는 여자

장면의 앞뒤를 바꾸며 찾은 관계

이야기가 여러 시대를 오간다는 구상은 각본 단계부터 있었다. 촬영을 마친 뒤에는 편집자 에벨린 라크와 함께 장면을 여러 순서로 붙여봤다. 실린스키는 조합이 달라질 때마다 인물들 사이에 새로운 연결을 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 같은 방이 다시 나와도, 관객이 직전에 누구를 보았는지에 따라 떠올리는 사람이 달라진다.

촬영은 그 농가에서 시대별로 진행됐다. 시대가 바뀔 때마다 집 안팎을 새로 꾸며야 했고, 다시 이전 상태로 돌아가 재촬영하기도 어려웠다. 완성된 영화에서는 시간이 자유롭게 오가지만 현장에서는 한 시대의 모습부터 제대로 마쳐야 했다. 마을 사람들은 오래된 도구와 수레, 사진과 이야기를 보태며 작업을 도왔다.

소리도 촬영 뒤에 분위기를 더하는 용도로만 생각하지 않았다. 실린스키는 각본을 쓸 때부터 필요한 소리를 메모했고, 때로는 사건보다 먼저 들리거나 인물이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을 건드리게 하려 했다. 무엇이 일어나는지 눈으로 알아보기 전에 소리에 반응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인물이 카메라를 바라보는 선택도 그 농가에서 본 사진과 이어진다. 실린스키는 오랫동안 바라봄의 대상이 됐던 여성들에게 되돌아볼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관객이 옛사람의 생활을 안전한 거리에서 구경하고 있는 동안, 화면 속 인물이 그 시선을 돌려준다. 그 얼굴을 보고 나면 그가 살았던 집과 사정도 익명의 옛 풍경으로만 남기 어렵다.

지금 이 감독의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

실린스키의 영화는 가족을 안다고 생각했던 관객에게 다른 사람의 자리를 보여준다. 부모가 화해하는 모습을 어머니 쪽에서 볼 때와 루카 쪽에서 볼 때 기쁜 일의 의미가 달라진다. 익숙한 말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았던 관계에서, 누가 불안해하고 있는지를 새로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사운드 오브 폴링〉에서는 그 경험이 한 세기에 걸쳐 이어진다. 누구와 누가 같은 혈연인지 정리하는 일만큼, 새로 만난 소녀가 앞서 본 누구를 떠올리게 하는지도 중요하다. 실린스키가 장면을 여러 순서로 붙이며 찾아낸 관계를 관객도 기억 속에서 이어볼 수 있다. 처음에는 서로 상관없어 보였던 얼굴들이 영화가 진행될수록 함께 떠오른다.

감상 포인트

같은 일에 다른 반응 — 〈다크 블루 걸〉에서 부모가 가까워질 때 루카가 무엇을 잃는다고 느끼는지 살펴보자. 가족에게 좋은 일이라는 설명과 각자가 원하는 일이 어긋난다. 아이의 행동을 먼저 옳고 그름으로 나누기보다 누구의 관심을 얻으려 하는지 보면, 부모 역시 아이의 사랑을 원한다는 사실이 함께 보인다. 세 사람의 관계를 한 방향에서만 보기 어려워진다.

같은 공간을 다시 볼 때 — 〈사운드 오브 폴링〉에서 다른 시대의 인물이 익숙한 장소에 나타나면 앞서 그곳에 누가 있었는지 떠올려보자. 새 인물에게는 평범한 방이 관객에게는 이미 어떤 일을 기억하는 장소가 된다. 의상과 가구로 시대를 구분한 뒤에는, 같은 공간에서 인물이 편안해하는지 긴장하는지에도 눈을 돌릴 수 있다. 한 집을 여러 사람의 경험으로 보게 된다.

먼저 반응하게 하는 소리 — 소리가 들릴 때 곧바로 화면 속에서 원인을 찾게 되는지, 정체를 모르는 채로 긴장하게 되는지 귀를 기울여보자. 실린스키는 각본 단계부터 소리를 생각했다.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 이미 무언가를 예상하고 있다면, 다음 장면이 나타났을 때 그 예상과 어떻게 만나는지도 살펴볼 만하다. 소리는 시대를 나누는 표시 이상의 일을 한다.

보고 있던 얼굴과 눈이 마주칠 때 — 인물이 카메라를 향해 눈길을 보내면 그전까지 자신이 그를 어떻게 보고 있었는지 돌아보자. 오래전 사람의 사정을 살피고 있다고 생각하다가 갑자기 상대에게도 보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 뒤 비슷한 얼굴이나 장소가 다시 나왔을 때 기억에 남는 것이 달라지는지 보자. 집의 역사를 따라가던 중 한 사람의 얼굴이 오래 남을 수 있다.

관련 작품

〈다크 블루 걸〉 — 그리스의 휴가용 집을 찾은 부모와 딸. 부모가 다시 가까워지자 아이가 그 관계를 방해하려 한다. 세 사람의 바람이 다르다는 사실에서 가족 이야기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사운드 오브 폴링〉 — 독일 북부의 같은 농가에서 서로 다른 시대를 사는 네 소녀. 한 아이의 가족 관계에 집중했던 감독이 여러 인물의 경험을 장면과 소리로 잇는 방법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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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