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차림으로 버티는 사람들 | MovieLAB LAB

코르사주에서 황후 엘리자베트의 옷은 계속 바뀐다. 그 곁에 있는 사람들의 의상은 훨씬 단출하다. 마리 크로이처는 다른 인물마다 한 벌의 의상을 정해두고, 황후에게만 여러 옷을 입…

완벽한 차림으로 버티는 사람들 | MovieLAB LAB

코르사주에서 황후 엘리자베트의 옷은 계속 바뀐다. 그 곁에 있는 사람들의 의상은 훨씬 단출하다. 마리 크로이처는 다른 인물마다 한 벌의 의상을 정해두고, 황후에게만 여러 옷을 입혔다고 설명했다. 예산을 아끼고 인물을 쉽게 알아보게 하려는 선택이기도 했다. 그 덕에 옷을 갈아입는 사람이 유독 눈에 남는다. 황후는 매번 새롭게 차려입어야 하는 사람이다.

아름다운 드레스가 많다고 해서 그 옷을 입는 일이 즐거우리라는 보장은 없다. 단정한 자세를 지키고 몸을 관리하며 남들 앞에 나서야 한다면, 차려입는 일도 매일 해내야 할 업무가 된다. 크로이처는 황후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데 드는 수고를 본다. 멀쩡해 보이기 위해 애쓰는 사람은 그의 다른 영화에도 있다.

멋진 옷 안에서 보내는 하루

코르사주 홍보 이미지 — 왕관과 목걸이를 한 황후가 흰 장갑을 낀 손에 담배를 들고 있다. 왼쪽에 KORZET이라는 제목이 적혀 있다.
담배를 든 황후를 앞세운 홍보 이미지.

영화는 마흔을 맞는 엘리자베트를 따라간다. 젊고 아름다운 황후라는 기대가 여전히 그를 둘러싸고 있다. 코르셋으로 허리를 조이고 식사를 제한하는 일은 남들이 보는 모습을 관리하는 과정이다. 완성된 차림만 본다면 감탄하고 지나갈 수 있지만, 그 모습을 유지하려고 몸에 가하는 일을 알게 되면 드레스도 달리 보인다.

엘리자베트를 연기한 비키 크립스는 이 영화를 처음 제안한 사람이기도 하다. 크로이처는 처음에는 큰 관심이 없었으나, 자료를 읽으며 중년의 황후에게 끌렸다고 했다. 왕족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따라가기보다, 나이 들어가는 몸과 변하지 않는 기대가 부딪치는 시기를 골랐다.

그 선택은 황후의 일과를 새삼 보게 한다. 연회에 참석하고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에는 자기 기분대로 할 수 없는 몫이 있다. 크로이처가 주목한 것은 그런 자리에 나가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의 피로다. 화려한 장소에 있다는 사실과 그곳에 있고 싶다는 마음은 좀처럼 일치하지 않는다.

정장 차림의 컨설턴트에게도 있었던 문제

앞선 영화 내 발 아래(2019)의 롤라는 유능한 경영 컨설턴트다. 좋은 정장을 입고 호텔에 머물지만, 긴 노동 시간과 치열한 경쟁 속에 산다. 직장에서는 정신질환을 앓는 언니의 존재를 감추고 있다. 언니가 입원했다는 연락이 오면서, 철저히 나누어둔 직장과 가족의 일이 더는 떨어져 있지 않게 된다.

두 영화의 주인공은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자리에 있다. 하지만 그 자리에 맞는 모습을 계속 보여줘야 한다. 황후에게 아름다움이 요구된다면, 롤라는 흔들림 없이 일을 처리할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사적인 곤란이 생겼을 때조차, 바깥에 보이는 모습부터 유지하려고 애쓴다.

크로이처는 행복하거나 성공한 삶의 뒤에 어떤 아픔이 있을 수 있는지에 관심이 간다고 말했다. 무슨 일이든 해내야 한다는 부담은 자신에게도 익숙하다고 했다. 롤라를 준비하며 컨설턴트를 만났던 경험도 여기에 쓰였다. 감독이 이야기를 들은 전직 컨설턴트들은 일하는 동안 우정이나 오래가는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이 말을 롤라의 생활과 함께 생각하면 정장과 호텔이 성공의 보상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일을 잘하는 모습을 갖추는 동안 따로 돌보지 못한 관계가 있다. 크로이처는 인물의 지위를 부러워하거나 비난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자리를 유지하며 보내는 하루를 들여다본다.

불편한 사람을 그대로 두기

코르사주의 황후는 주변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인물이 아니다. 시녀에게 화를 내고, 연회에 나가면서도 자리에 어울릴 행동을 순순히 따르지 않는다. 아름답게 차려입은 주인공에게 호감을 느끼다가도 그의 태도 때문에 멈칫하게 된다. 자신을 억누르는 규칙에 불만을 품으면서, 자기보다 약한 사람에게는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다.

크로이처는 여성 주인공을 다룰 때 그 인물이 호감을 주어야 한다는 요구를 받곤 한다고 했다. 이 영화에서 엘리자베트를 유독 다정한 귀족으로 그리지 않은 이유도 그가 속한 계급을 지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객의 응원을 받으려면 모든 대인관계에서 올바르게 행동해야 한다는 조건을 황후에게 붙이지 않는다.

《코르사주》의 한 장면

펜싱을 하고 말을 타는 황후는 궁정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황후와 또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상대를 향해 검을 겨누고 말 위에서 균형을 잡으려면 몸을 움직여야 한다. 감상하기 좋은 자세로 머물러 있는 것과는 다른 집중이 필요하다. 궁정의 규칙에 묶인 사람에게도 자기 몸을 쓰고 싶은 의지가 있다.

지금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

크로이처의 인물들은 이미 많은 것을 가졌는데도 마음 편히 지내지 못한다. 황후의 갈아입는 옷, 컨설턴트가 감추는 집안 사정처럼 작은 일을 따라가면 그 자리를 유지하는 데 드는 대가가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코르사주는 낯선 왕궁의 생활을 통해, 남들 앞에서 늘 괜찮은 모습으로 있어야 한다는 피로를 생각하게 한다.

《코르사주》 홍보 이미지
머리 위 왕관을 따로 띄워 배치한 홍보 이미지.

감상 포인트

황후와 주변 사람의 의상
황후의 옷이 달라질 때 그 곁에 있는 인물들의 차림도 함께 보자. 화려한 옷을 입는 즐거움과 계속 새 모습을 갖춰야 하는 부담이 어떻게 겹치는지 생각할 수 있다. 의상의 차이는 궁정의 신분뿐 아니라 누가 계속 볼거리가 되어야 하는지도 보여준다.

자세를 지키는 몸과 움직이는 몸
사람들 앞에 서는 황후와 펜싱·승마를 하는 황후가 몸을 어떻게 쓰는지 비교해보자. 같은 몸이 다른 일을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 순간 황후가 무엇에 집중하고 어떤 동작을 해내려 하는지 살펴볼 만하다.

황후가 다른 사람을 대할 때
황후의 처지를 이해하는 마음과 그의 모든 행동에 동의하는 마음은 다를 수 있다. 시녀를 대하는 장면에서 그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자. 부당한 기대를 견디는 사람이 자신도 남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드러나는 대목이다.

전작의 직장 생활과 나란히 보기
내 발 아래의 롤라는 개인적인 사정을 직장에서 감추려 한다. 황후가 남들 앞에 내보일 모습을 관리하는 일과 이어서 보면, 시대와 직업이 달라도 반복되는 크로이처의 관심이 보인다.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실제로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묻는 영화들이다.

관련 작품

스펜서 (2021)
다이애나가 왕실과 함께 보내는 크리스마스를 상상한 영화다. 함께 먹고 의례에 참석하는 일정 속에서 한 사람이 느끼는 압박을 따라간다. 왕족이라는 지위와 그 지위에 맞춰 시간을 보내는 일이 어떻게 충돌하는지 코르사주와 이어서 볼 수 있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2019)
결혼을 앞둔 여성의 초상을 그리러 화가가 찾아온다. 그림에 남겨질 모습과 살아 있는 당사자의 의사가 만나는 이야기다. 황후에게 요구되는 아름다움을 본 뒤, 누구를 위해 어떤 모습을 남기는지 다른 관계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