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 채니에게는 분장을 연습할 또 하나의 얼굴이 있었다. 자신의 얼굴을 본떠 만든 밀랍 머리 모형이다. 그는 그 위에서 구레나룻과 머리카락의 경계를 맞추고, 솜을 덧대 볼의 모양을…
론 채니에게는 분장을 연습할 또 하나의 얼굴이 있었다. 자신의 얼굴을 본떠 만든 밀랍 머리 모형이다. 그는 그 위에서 구레나룻과 머리카락의 경계를 맞추고, 솜을 덧대 볼의 모양을 바꾸었다. 지금 로스앤젤레스 자연사박물관에 남아 있는 이 물건은 ‘천의 얼굴을 가진 사나이’라는 별명 뒤의 작업을 보여준다. 얼굴을 바꾸는 일은 붙이고, 다듬고, 다시 살펴보는 연습이기도 했다.

〈노트르담의 꼽추〉에서 채니가 맡은 콰지모도는 한쪽 눈이 덮이고 광대뼈가 두드러진 얼굴을 하고 있다. 이 모습을 만드는 데는 서로 다른 재료가 필요했다. 코끝의 형태를 바꾸는 데 쓴 분장용 퍼티를 볼에 그대로 쓰기는 어려웠다. 얼굴이 움직이는 동안 형태를 유지해야 했기 때문이다. 채니는 무대에서 익힌 방법으로 솜과 유연한 콜로디온을 겹쳐 광대뼈를 만들었다.
붙인 재료가 피부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가장자리를 마무리하고 색을 더했다. 이렇게 만든 부분은 손질해서 며칠 동안 다시 쓸 수도 있었다. 괴상한 얼굴의 모양만 고른 것이 아니라, 촬영하는 동안 움직이고 다시 분장할 조건까지 생각한 작업이다. 배우가 입을 벌리고 얼굴을 찡그리는 순간에도 그 얼굴로 남아 있어야 했다.
채니가 남긴 머리 모형을 떠올리면 화면의 얼굴을 보는 재미가 하나 더 생긴다. 모형 위에서는 원하는 모양을 만들고 고칠 수 있지만, 영화에서는 그 모양이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건네는 얼굴이 된다. 분장의 솜씨를 볼 때에도 입과 눈 주위의 움직임을 함께 보게 된다. 낯선 생김새에 익숙해지고 나면, 그 인물이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 궁금해진다.

영화 속 군중은 축제에서 콰지모도를 가장 못생긴 사람으로 뽑아 왕으로 세운다. 사람들 한가운데 있다고 그들의 동료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자리는 그의 모습을 구경하며 즐기기 위해 마련됐다. 성당 안에서도 처지는 편하지 않다. 제앙은 그를 자기 뜻대로 부릴 수 있는 사람처럼 대한다. 눈에 띄는 외모와 달리, 자기 뜻을 존중받을 기회는 적다.
콰지모도는 제앙의 명령으로 에스메랄다를 납치하려다 붙잡힌다. 벌을 받아 묶여 있는 그에게 물을 가져다주는 사람이 바로 에스메랄다다. 자신을 해치려 한 남자의 고통을 보고 다가가는 것이다. 이 장면의 가까움에는 앞서 벌어진 두려운 만남이 함께 들어 있다.
분장으로 만든 얼굴이 달라지지 않아도 두 사람 사이의 일은 달라진다. 에스메랄다를 붙잡으려 했던 남자가 이제 그에게 도움을 구한다. 채니의 얼굴을 보는 기준도 그 관계 안에서 바뀔 수 있다. 얼마나 낯설게 생겼는지에 머물던 관심이 물을 받을 수 있을지, 상대의 손길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로 옮겨간다. 배우를 둘러싼 사람이 누구인가에 따라 같은 얼굴에서 읽게 되는 것이 다르다.

채니는 이 배역이 자신에게 오기를 기다리기만 한 배우는 아니었다. 1921년부터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영화로 만들기 위해 판권을 알아보고 여러 제작사와 접촉했다. 실제 제작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했고, 영화의 연출은 월리스 워슬리가 맡았다. 콰지모도는 분장의 솜씨를 펼칠 기회인 동시에, 채니가 먼저 영화로 만들고 싶어 했던 인물이었다.
두 해 뒤 〈오페라의 유령〉에서는 또 다른 얼굴을 만든다. 이번에는 그 얼굴 앞에 가면이 있다. 오페라 극장의 유령 에릭은 젊은 가수 크리스틴에게 집착한다. 콰지모도를 처음 만나는 방식과 달리, 에릭을 볼 때에는 가면 아래가 드러나는 순간을 기다리게 된다. 얼굴을 만드는 배우의 기술에, 언제 그 얼굴을 보여줄 것인가 하는 영화의 선택이 더해진다.
분장을 마친 사진 한 장과 그 인물이 누군가를 만나는 장면은 다른 것을 보여준다. 〈노트르담의 꼽추〉에서 콰지모도는 군중의 구경거리가 되고, 명령을 따르고, 자신이 위협했던 사람에게 도움을 받는다. 채니가 바꾼 외모는 이 여러 처지를 통과한다. 영화와 함께 얼굴 모형에 남은 연습의 흔적을 떠올리면, 유명한 괴물의 이미지 안에서 일하는 배우를 더 구체적으로 만날 수 있다.
◆ 입과 눈 주위의 움직임 — 콰지모도의 얼굴에서 눈을 덮은 부분과 두드러진 광대뼈, 입 주변을 함께 보자. 분장으로 생긴 모양 안에서도 표정은 움직인다. 처음에는 낯선 생김새가 먼저 보일 수 있지만, 상대에게 무엇을 바라거나 반응하는 대목을 따라가면 얼굴에서 읽을 것이 달라진다. 움직이는 배우에게 붙어 있는 분장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 축제에서 주어진 자리 — 군중이 콰지모도를 왕으로 세우는 장면에서는 그를 반기는 방식에 주목해보자. 사람들 가운데 세워진 것과 그들에게 존중받는 것은 다를 수 있다. 구경하는 이들의 반응과 콰지모도가 그 안에 있는 모습을 함께 보면, 화려한 축제 속에서 이 인물이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 생각할 여지가 생긴다.
◆ 물을 건네는 사람 — 묶인 콰지모도에게 에스메랄다가 다가갈 때는 두 사람이 앞서 어떻게 만났는지 떠올려보자. 납치하려 했던 남자에게 물을 주는 행동에는 단순히 낯선 사람을 돕는 것과 다른 어려움이 있다. 두 사람의 거리가 달라지는 장면에서 채니가 상대의 접근과 도움을 어떻게 받는지 살펴볼 만하다.
◆ 얼굴을 보여주는 때 — 〈오페라의 유령〉을 이어 본다면 가면이 있는 동안과 얼굴이 드러난 뒤를 비교해보자. 콰지모도의 생김새는 사람들이 구경하는 대상이지만, 에릭의 얼굴은 감춰져 있어 궁금증을 만든다. 같은 배우의 변신을 알아보는 데 더해, 영화가 그 얼굴을 어떤 상황에서 만나게 하는지도 달리 볼 수 있다.
◆ 오페라의 유령 (1925, 루퍼트 줄리안) — 채니가 오페라 극장의 유령 에릭을 연기한다. 가면으로 얼굴을 감춘 인물과 그가 집착하는 가수의 관계를 따라가며, 분장과 얼굴의 공개가 어떻게 함께 작용하는지 볼 수 있다. 콰지모도와 같은 표정이나 같은 성격을 기대하기보다 두 인물의 다른 바람을 따라가면 좋다.
◆ 마지막 웃음 (1924, F. W. 무르나우) — 에밀 야닝스가 연기하는 호텔 문지기는 제복 덕에 이웃의 존경을 받는다. 그 옷을 벗고 다른 일을 맡게 되면서 사람들의 대접도 바뀐다. 외모를 보는 이들의 태도에 관심이 생겼다면, 한 사람에게 옷이 부여하는 지위를 다룬 이 영화가 좋은 비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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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