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본 팔찌를 동생이 보여줬다 | MovieLAB LAB

동생이 선물로 받은 팔찌를 보여준다. 오빠 폴은 그 팔찌를 이미 꿈에서 봤다. 〈스트레인지 일루전〉에서 남매가 같은 물건을 보고 겪는 일은 전혀 다르다. 동생에게는 엄마의 연인이…

꿈에서 본 팔찌를 동생이 보여줬다 | MovieLAB LAB

동생이 선물로 받은 팔찌를 보여준다. 오빠 폴은 그 팔찌를 이미 꿈에서 봤다. 〈스트레인지 일루전〉에서 남매가 같은 물건을 보고 겪는 일은 전혀 다르다. 동생에게는 엄마의 연인이 준 선물이고, 폴에게는 악몽이 현실로 들어왔다는 징조다. 그는 그 자리에서 쓰러진다.

문제는 쓰러질 만큼 무서웠다는 사실이 다른 사람을 설득해주지는 못한다는 데 있다. 팔찌가 수상한 이유를 설명하려면 먼저 자신이 꾼 꿈부터 꺼내야 한다. 그러고 나면 의심받는 쪽이 선물을 준 남자일까, 악몽을 꾸는 폴일까. 이 영화의 불안은 그 질문에서 시작된다.

〈Strange Illusion〉 포스터. 붉은 넥타이의 젊은 남성 뒤에 베일을 쓴 여성과 모자 쓴 남성이 서 있으며, 푸른 연기 같은 무늬가 세 사람의 몸을 가로지른다.

아버지가 떠난 자리에 두 남자가 선다

에드가 G. 울머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미국 가정의 스릴러로 옮긴다. 아버지는 석연치 않은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 곁에는 새 남자가 있다. 아들은 그 남자를 의심한다. 지미 라이던이 연기하는 폴은 왕자 대신 대학생이지만, 어머니가 받아들인 남자를 자신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곤란한 자리에 선다.

폴을 움직이는 것은 꿈만이 아니다. 아버지가 남긴 편지에는 어머니를 부도덕한 남자들에게서 지키라는 당부가 담겨 있다. 아버지를 잃은 아들에게 어머니를 보호하는 일까지 맡겨진 셈이다. 어머니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알게 되자 폴에게는 그 사람을 따져볼 이유가 생긴다. 아버지의 뜻을 지키는 아들과 새 연인을 맞이하려는 어머니는 같은 집에서도 서로 다른 다음 날을 준비한다.

어머니 버지니아를 연기하는 샐리 아일러스 곁에는 워런 윌리엄의 브렛 커티스가 있다. 폴이 돌아왔을 때 브렛은 이미 어머니와 가까워진 뒤다. 그에게는 관계를 이어갈 이유가 있고, 폴에게는 서둘러 막아야 할 이유가 있다. 새로운 가족이 될 수 있는 사람을 조사하는 일이 가족 사이의 신뢰부터 흔든다.

포스터에서도 폴의 뒤로 두 어른이 서 있다. 젊은 남자가 앞에 크게 자리하고, 베일을 쓴 여성과 모자를 쓴 남성이 양옆에서 그를 에워싼다. 세 얼굴을 나란히 보여주는 이 배치는 폴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 있다는 사정을 간결하게 전한다. 어머니에게 한 말을 브렛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브렛에게 품은 의심을 어머니가 어떻게 들을지 분리하기 어렵다.

누가 이 청년을 환자로 만드는가

〈햄릿〉에서 아들은 아버지의 유령에게 말을 듣고도 그 말을 어떻게 믿을지 고민한다. 폴에게는 반복되는 꿈과 아버지의 편지가 있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것은 그 뒤 폴이 실제 서류를 뒤지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아버지가 다뤘던 사건 기록을 살피며 브렛의 행적과 겹치는 부분을 찾는다. 불길한 느낌이 조사할 만한 의심으로 조금씩 구체화된다.

꿈속의 팔찌는 폴에게만 특별한 의미가 있다. 반면 사건 기록은 다른 사람도 펼쳐볼 수 있다. 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내가 겪은 공포를 설명하는 일과 상대의 행동을 입증하는 일이 같지 않기 때문이다. 폴이 꿈을 이야기하는 장면과 자료를 살피는 장면을 이어서 보면, 사람들에게 믿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인다.

브렛은 그런 폴을 정신과 의사 뮬바흐에게 맡기려 한다. 뮬바흐는 브렛을 치료하는 의사이면서 그의 공모자다. 의심받는 사람이 자신을 조사하는 청년을 진단할 의사까지 고를 수 있는 상황이다. 폴이 하는 말을 증거로 받아들일지, 치료해야 할 증상으로 취급할지를 상대편이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폴은 두 사람의 관계를 눈치채고도 요양원에 들어가는 데 동의한다. 그곳에서 증거를 찾고 어머니의 결혼을 늦추려는 계산이다. 겉으로는 어른의 권유를 따르는 모습이, 폴에게는 조사를 계속할 기회가 된다. 순순히 들어간다는 행동 하나를 두 편이 서로 다르게 이해한다.

폴은 두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알고 그 시선을 이용하려 한다. 동시에 상대가 관리하는 장소로 들어가야 하니, 무엇을 알고 있는지 함부로 드러낼 수도 없다. 요양원에서는 누가 폴을 지켜보고 있는지 못지않게, 폴이 무엇을 모르는 척하고 있는지가 중요해진다.

〈Strange Illusion〉 포스터. 오른쪽 정장 남성이 왼쪽 젊은 남성의 옷깃을 잡고 있고, 뒤에는 해골과 모자 실루엣 및 철문 그림이 겹쳐 있다.

진료실이라는 장소는 말하는 사람과 판단하는 사람의 자리를 나눈다. 이 영화는 그 자리를 범죄자가 차지하게 만들어 불안을 키운다. 가족에게 털어놓으면 어머니의 연인을 모함하는 아들이 되고, 의사 앞에서 항의하면 불안정한 환자로 취급될 수 있다. 폴은 자신이 옳다고 더 크게 말하는 것만으로는 이 곤경을 벗어나기 어렵다. 다른 사람이 확인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왜 지금 이 영화를 볼까

불안한 사람의 말이 가볍게 취급될 때 생기는 위험을 보여주는 스릴러다. 누구를 믿어야 하는지에 더해, 누가 남의 말을 믿을 만한 것으로 판정하는지도 보게 한다. 원작 〈햄릿〉을 알고 있다면 유령의 말과 꿈, 복수의 명령과 아버지의 편지가 어떻게 달리 작용하는지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몰라도 팔찌 하나가 한 가족을 갈라놓는 순간부터 이야기에 들어갈 수 있다.

감상 포인트

관련 작품

〈디투어〉 (1945, 에드가 G. 울머)
같은 감독의 영화에서 피아니스트 앨은 자신이 어떻게 곤경에 빠졌는지 들려준다. 누군가의 해명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지 생각하며 함께 보기 좋다. 자신의 의심을 입증하려는 폴과 자신이 처한 일을 설명하는 앨은 관객에게 서로 다른 판단을 요구한다.

〈선라이즈〉 (1927, F. W. 무르나우)
외부에서 찾아온 인물이 부부의 관계를 흔든다. 가까운 사람이 위협이 될 때 가족의 익숙한 공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는 말보다 몸짓과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불안을 전한다.

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