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에미 메를랑은 셀린 시아마의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19)으로 세계 영화계에 이름을 각인시킨 배우다. 캔버스 앞에서 여성을 응시하는 화가의 눈빛으로 칸의 관객을 사로잡았던 그…
노에미 메를랑은 셀린 시아마의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19)으로 세계 영화계에 이름을 각인시킨 배우다. 캔버스 앞에서 여성을 응시하는 화가의 눈빛으로 칸의 관객을 사로잡았던 그녀가, 이번에는 카메라 뒤로 돌아갔다. 발코니의 여자들은 메를랑의 두 번째 장편 연출작이다. 배우에서 감독으로의 전환은 할리우드에서든 유럽에서든 쉽지 않은 길이지만, 메를랑은 여성의 시선으로 장르를 비틀고 분노를 웃음으로 무장시키는, 자신만의 분명한 비전을 가지고 있다.

메를랑의 배우 경력이 감독의 시선을 형성했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에서 그녀는 '바라보는 행위'의 정치학을 몸으로 체험했다. 시아마의 영화에서 시선은 권력이자 욕망이다. 누가 누구를 바라보는가, 그 시선의 방향이 관계의 역학을 결정한다. 이 경험이 발코니의 여자들에 직접적으로 반영되어 있다. 발코니에서 내려다보는 세 여자의 시선이 이 영화의 출발점이다.
메를랑의 첫 번째 연출작 MI iubita, mon amour(2021)는 루마니아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로, 칸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 데뷔작에서 이미 메를랑의 관심사가 드러났다. 문화적 경계를 넘는 여성, 관습에 맞선 저항, 그리고 시선의 정치학이다. 발코니의 여자들은 이 관심사를 장르적 틀 안에서 폭발시킨 작품이다.
배우 경험이 감독 메를랑에게 준 가장 큰 자산은 배우를 연출하는 능력이다. 세 여자 주인공의 자연스러운 호흡과 즉흥적으로 느껴지는 대화, 감정의 미세한 전환, 이 모든 것이 배우 출신 감독의 연출력을 증명한다. 메를랑은 배우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안다. 그래서 그녀의 배우들은 자유롭다.
메를랑이 배경으로 마르세유를 선택한 것은 의미 있는 결정이다. 프랑스 영화는 대개 파리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파리의 골목, 파리의 카페, 파리의 아파트. 마르세유는 다른 프랑스다. 지중해의 빛, 다문화적 에너지, 그리고 파리의 세련됨과는 다른 투박하고 직설적인 감성. 이 도시의 성격이 영화의 톤을 결정한다.
마르세유의 물리적 구조도 영화에 기여한다. 좁은 골목, 높은 아파트, 그리고 발코니. 지중해 도시 특유의 건축이 '밖에서 안을, 위에서 아래를 들여다보는' 영화의 설정을 자연스럽게 만든다. 마르세유 사람들은 실제로 발코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이 생활 습관이 영화의 전제를 현실적으로 뒷받침한다.
폭염이라는 계절적 조건도 마르세유에서 가장 극단적으로 체험된다. 지중해 연안의 여름 더위는 사람들을 실내에서 발코니로, 거리로, 바다로 내몬다. 이 강제적 노출이 영화 속 캐릭터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숨을 곳이 없는 더위가, 비밀을 숨길 곳이 없는 상황과 겹쳐진다.
메를랑의 영화적 DNA에는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유전자가 선명하다. 채도 높은 색감, 여성 중심 서사, 멜로드라마와 코미디의 혼합, 그리고 피와 욕망의 공존. 알모도바르의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들(1988)이 마드리드를 배경으로 했다면, 메를랑의 영화는 마르세유를 배경으로 같은 에너지를 재현한다.
그러나 메를랑은 알모도바르의 모방자가 아니다. 알모도바르의 여성 캐릭터들이 대개 사랑과 배신의 서사 안에 놓인다면, 메를랑의 여성들은 사회적 폭력과 그에 맞선 저항의 서사 안에 있다. 알모도바르가 감정의 과잉으로 인간의 취약성을 드러낸다면, 메를랑은 유머와 폭력의 과잉으로 사회의 취약성을 드러낸다. 같은 지중해의 빛 아래에서 다른 질문을 던지는 것.
프랑스 영화에서 장르적 유희를 두려워하지 않는 여성 감독은 드물다. 줄리아 뒤쿠르노가 바디 호러로, 메를랑이 코미디-범죄로 각자의 영역을 구축한 이 두 감독은 프랑스 여성 감독의 새로운 세대를 대표한다. 장르를 도구로 사용하여 페미니스트 메시지를 전달하되, 설교가 아닌 체험으로 만드는 것.

메를랑은 이 영화에서 감독하면서 동시에 연기한다. 이 이중 역할은 도전적이다. 카메라 앞에서의 판단과 카메라 뒤에서의 판단은 다른 종류의 판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메를랑의 경우, 이 이중성이 영화에 독특한 에너지를 부여한다. 그녀는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의 감정을 안에서 느끼면서, 동시에 밖에서 그 감정의 효과를 설계한다.
이 접근법은 그레타 거윅이나 올리비아 와일드 같은 배우 출신 감독들의 경향과 맥을 같이한다. 자신의 작품에 직접 출연함으로써 영화의 에너지를 내부에서 조율하는 것. 메를랑의 경우, 세 여자 중 한 명으로 출연하면서 다른 두 배우와의 화학반응을 직접 체험하고 즉각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노에미 메를랑은 프랑스 영화의 미래를 형성하는 이름 중 하나다. 배우의 성취 위에 감독의 야심을 쌓아가는 그녀의 궤적은, 프랑스 영화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발코니의 여자들은 분노를 웃음으로, 장르를 도구로, 여성의 시선을 무기로 삼는 그 방향의 가장 대담한 선언이다. 이 영화를 보는 것은 프랑스 영화의 새로운 챕터를 목격하는 것이다.

◆ 배우 메를랑과 감독 메를랑 — 그녀가 연기하는 장면과 그녀가 설계한 장면의 차이를 의식하라. 안과 밖을 동시에 조율하는 이중 역할의 긴장이 느껴진다.
◆ 알모도바르적 색감 — 채도 높은 마르세유의 색상이 장면의 감정에 따라 어떻게 다른 의미를 가지는지 관찰하라.
◆ 마르세유의 발코니 문화 — 이 영화의 설정이 마르세유라는 도시의 실제 생활 습관에 기반한다는 것을 인식하며 보라.
◆ 메를랑의 진화 —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관객이라면, 배우에서 감독으로의 전환에서 무엇이 유지되고 무엇이 변했는지 비교하라.
◆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2019) — 셀린 시아마 감독. 메를랑을 배우로 각인시킨 출발점이자, 앞서 말한 '시선의 정치학'이 태어난 자리다.
◆ 투게더 (2025) — 호러와 코미디를 뒤섞는 동시대 장르 실험. 장르를 도구 삼아 메시지를 설교가 아닌 체험으로 바꾸는 신세대 작가 계열에서 메를랑과 만난다.
◆ 덤 머니 (2023) — 크레이그 길레스피 감독. 코미디와 사회 비판의 결합이라는 방법론에서 연결된다. 길레스피가 금융 시스템을 웃으며 비판한다면, 메를랑은 성폭력을 용인하는 문화를 웃으며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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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