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린 시아마의 영화에 남자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등장해도 주변부에 머문다. 이것은 배제가 아니라 초점이다. 시아마의 카메라는 여성의 경험에, 여성의 시선에, 여성의 욕망에 집…
셀린 시아마의 영화에 남자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등장해도 주변부에 머문다. 이것은 배제가 아니라 초점이다. 시아마의 카메라는 여성의 경험에, 여성의 시선에, 여성의 욕망에 집중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프레임을 좁힌다. 2007년 워터 릴리즈로 데뷔한 이래, 톰보이(2011), 걸후드(2014)을 거쳐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19)에 이르기까지, 시아마는 여성의 정체성과 욕망을 탐구하는 일관된 필모그래피를 구축했다. 2019년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과 퀴어 팜(여성 감독 최초)을 동시 수상한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이 탐구의 결정체이며, 시아마를 동시대 유럽 영화의 가장 독자적인 목소리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한 작품이다. 개봉과 함께 거의 만장일치의 비평적 찬사를 받았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까지, 시아마의 장편 네 편은 하나의 연작처럼 읽힌다. 워터 릴리즈(2007)에서 수영장의 10대 소녀들이 서로를 향한 욕망을 탐색했다. 톰보이(2011)에서 10세 소녀가 소년으로 살아보는 여름의 이야기를 담았다. 걸후드(2014)에서 파리 교외의 흑인 소녀들이 자기 정체성을 구축하는 과정을 추적했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에서 18세기의 화가와 귀족 여성이 사랑에 빠진다. 네 편 모두 여성이 중심이고, 네 편 모두 정체성의 발견이 주제이며, 네 편 모두 사회적 제약 안에서의 자유를 탐구한다.
이 일관성이 시아마를 작가(auteur)로 규정한다. 주제가 반복되되 반복이 자기 모방이 되지 않는 것은, 각 영화가 다른 시대, 다른 나이, 다른 사회적 맥락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2007년의 수영장에서 2019년의 18세기 저택까지, 시간과 공간이 변해도 핵심 질문은 동일하다. 여성은 어떻게 자기 자신이 되는가. 그리고 그 '되기'를 사회는 왜 방해하는가.
이전작들과 결정적으로 다른 대목은 규모와 야심이다. 현대가 아닌 역사극, 파리가 아닌 브르타뉴, 10대가 아닌 성인. 시아마는 이 영화에서 자신의 주제적 관심을 역사적 차원으로 확장하면서, 여성의 시선이 시대를 초월하는 문제임을 증명한다. 18세기에도 여성은 바라보는 주체이기를 원했고, 사회는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에서 남성의 부재는 의도적 건축이다. 남성이 물리적으로 화면에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며, 간헐적으로 등장하는 하인이나 뱃사공이 있지만, 서사적으로는 부재한다. 남성이 이 이야기의 갈등을 만들지 않고, 남성이 이 이야기의 해결을 제공하지 않으며, 남성의 시선이 이 이야기의 프레이밍을 결정하지 않는다.
이 부재가 만들어내는 효과는 공간의 변화다. 남성의 시선이 없는 공간에서 여성의 행동과 감정이 달라진다. 시아마의 인물들은 남성의 시선에 맞춰 자기를 조정하지 않는다. 걷는 방식, 앉는 자세, 말하는 톤이 관객에게 익숙한 '여성적' 관습에서 벗어나 있다. 이 자연스러움이 이 영화의 공기를 다른 영화와 구분 짓는다. 관객이 정확히 무엇이 다른지 설명하기 어렵지만 다르다고 느낀다면, 그 다름의 정체가 남성적 시선의 부재다.
칸 영화제에서 퀴어 팜을 수상하면서 여성 감독 최초라는 기록을 세운 것은, 시아마의 시선이 퀴어 시네마에서도 독자적 위치를 차지한다는 공식적 인정이다. 동시에 각본상을 수상한 것은, 이 시선이 구조적·서사적 완성도와 결합되어 있다는 인정이다. 시선만으로 영화가 완성되지는 않는다. 그 시선을 담을 그릇(각본, 구조, 리듬)이 필요하다. 시아마는 두 가지 모두를 가지고 있다.
시아마는 18세기 배경을 택하면서 동시에 '시대극'의 관습을 거부했다. 결정적 선택이다. 전통적 시대극(period drama)은 의상, 에티켓, 계급 구조 등 시대적 디테일의 재현에 에너지를 투자한다. 시아마의 영화에서 의상과 장소는 시대를 설정하는 최소한의 기능만 수행한다. 카메라는 벽지의 패턴이나 식탁의 은식기를 지나쳐 인물의 얼굴에 집중한다.
이 접근이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코르셋 드라마(corset drama)'의 범주에서 벗어나게 만든다. 코르셋 드라마는 시대적 디테일의 스펙터클에 의존하면서, 현대 관객에게 과거를 관광시키는 장르다. 시아마는 관광을 거부한다. 18세기의 이 저택은 관광 명소 대신 감정의 무대가 된다. 벽과 지붕이 시대를 표지하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감정은 시대를 초월한다.
미술 감독과 의상 디자인이 이 미니멀한 접근을 지원한다. 화려한 볼가운이나 정교한 헤어 디자인 대신, 실용적이고 절제된 의상이 인물을 규정한다. 마리안느의 작업복은 화가의 직업적 정체성을, 엘로이즈의 소박한 드레스는 장식 없는 자아를 반영한다. 의상이 시대의 전시에서 캐릭터의 표현이 되는 것.
고든 윌리스가 앨런의 맨해튼을 흑백의 회화처럼 촬영했다면, 클레르 마통은 시아마의 브르타뉴를 촉각적으로 촬영했다. 빛의 방향과 강도가 감정의 방향과 강도와 겹쳐지는 이 촬영이, 시대극의 시각적 관습(넓은 풍경, 화려한 인테리어)을 대체한다. 마통의 카메라는 풍경보다 피부에, 건축보다 호흡에 가까이 간다.

셀린 시아마는 동시대 유럽 영화에서 가장 일관되고 가장 급진적인 시선을 가진 감독 중 하나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그 시선의 가장 완성된 형태이며, 동시에 가장 접근 가능한 형태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퀴어 영화이자 역사극이자 사랑 영화이자 예술을 다룬 영화이면서, 어느 하나로도 환원되지 않는다.
시아마의 필모그래피를 한 편도 보지 않은 관객이라면, 이 영화에서 시작할 것을 권한다. 시아마의 세계가 가장 풍부하게 펼쳐진 입구이기 때문이다. 이 입구를 통과한 뒤에 워터 릴리즈, 톰보이, 걸후드로 거슬러 올라가면, 하나의 시선이 어떻게 성장하고 진화했는지의 궤적이 선명해진다.
◆ 남성의 물리적 부재 — 이 영화에서 남성이 화면에 등장하는 시간을 측정해 보라. 그 시간의 짧음이 이 영화의 공간을 규정한다.
◆ 시아마의 이전작과의 연결 — 10대의 정체성 탐색(워터 릴리즈)에서 성인의 사랑(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의 진화. 주제의 일관성과 형식의 확장을 동시에 관찰하라.
◆ 아델 에넬의 부재의 연기 — 에넬이 연기하는 것은 '존재'가 아니라 '부재'다. 결혼이라는 미래에 현재가 잠식당하는 여성의 상태를 에넬이 어떻게 물리적으로 구현하는지.
◆ 시대극의 관습과의 거리 — 의상, 세트, 에티켓이 최소화된 이 18세기. 시대적 디테일이 줄어들수록 감정적 디테일이 늘어나는 역비례 관계.
◆ 프렌치 수프 (2023, 트란 안 훙) — 프랑스 예술영화 계보에서 태어난 절제된 사랑. 요리와 시선으로 감정을 쌓아 올리는 화면이, 붓질과 응시로 사랑을 그리는 시아마의 세계와 공명한다.
◆ 정말 먼 곳 (2020, 박근영) — 한국의 퀴어 드라마. 시아마의 시선 정치학이 동양적 침묵의 미학과 만날 때 어떤 변주가 가능한지.
◆ 코르사주 (2022, 마리 크로이처) — 역사 속 여성의 제도적 억압. 엘로이즈의 결혼 강제와 엘리자베트 황후의 왕실 규율이 시대와 형태는 다르지만 구조적으로 동일한 여성 억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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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