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빛 아래서 통화하는 연인 | MovieLAB LAB

비 오는 뉴욕을 찍는데 비가 오지 않았다. 우디 앨런은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을 촬영할 때 비가 내리지 않아 인공적으로 만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젖은 거리와 우산이 가득한 풍경…

서로 다른 빛 아래서 통화하는 연인 | MovieLAB LAB

비 오는 뉴욕을 찍는데 비가 오지 않았다. 우디 앨런은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을 촬영할 때 비가 내리지 않아 인공적으로 만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젖은 거리와 우산이 가득한 풍경은 감독이 기다리던 날씨를 직접 준비한 결과다. 맑은 아침보다 잿빛 하늘을 보고 기분이 좋아진다는 그의 취향이 이 영화에는 꽤 많이 들어 있다.

그 도시를 함께 찾은 연인도 같은 기분일까. 티모시 샬라메가 연기하는 개츠비는 뉴욕에서 여자친구와 주말을 보낼 생각이다. 엘 패닝의 애슐리에게는 대학 신문에 실을 영화감독 인터뷰가 기다린다. 일정이 어긋나고 두 사람이 따로 움직이면서, 같은 도시는 서로 다른 기대를 가진 사람을 맞는다. 그 차이를 촬영감독 비토리오 스토라로는 빛으로도 보여준다.

통화하는 두 사람 사이의 날씨

개츠비가 구름 아래서 애슐리에게 전화를 걸 때, 그녀가 있는 곳에는 따뜻한 빛이 비친다. 스토라로는 이 통화 장면을 예로 들며 두 인물에게 다른 빛을 주었다고 설명했다. 비를 좋아하는 남자와 새 만남에 들뜬 여자친구가 전화로 이어지지만, 화면에서는 각자 다른 날씨 속에 있는 듯 보인다.

통화는 떨어진 사람을 한 대화 안에 묶는다. 한쪽의 말이 끝나면 다른 쪽의 대답을 기다리게 되고, 약속이 어떻게 바뀔지도 대화로 알게 된다. 그때 얼굴 주위의 빛까지 달라지면 두 사람이 보내는 하루의 차이가 말 밖에서도 드러난다. 상대가 무엇을 하는지는 들을 수 있어도, 지금 얼마나 신이 나거나 실망했는지는 같은 정도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앨런은 촬영감독과 대본을 읽으면서 이야기와 인물, 구도와 빛의 변화를 함께 의논한다고 설명했다. 방향을 정한 뒤에는 스토라로가 판단할 여지를 많이 남겼다. 비를 만들어 거리를 적시는 일에서, 그 안에 선 사람에게 어떤 빛을 줄 것인지 정하는 일로 촬영은 더 세밀해진다. 흐린 도시라는 하나의 인상 안에서도 인물의 하루는 달라질 수 있다.

야외 계단과 건물 앞에서 버건디색 후드를 쓴 여자가 갈색 재킷을 입은 남자를 바라보고 있다. 남자는 옆모습과 뒷모습이 보인다.

좋아하는 영화를 만든 사람이 자기 영화를 싫어한다

애슐리가 만나러 간 폴라드는 자기 신작을 포기하려 한다. 리에프 슈라이버가 맡은 이 감독은 질문을 받기도 전에 자신감을 잃은 상태임을 털어놓는다. 그의 영화를 좋아하는 애슐리가 격려하자, 폴라드는 그녀를 작업 중인 영화의 시사에 초대한다. 취재하러 온 학생에게 유명 감독의 고민을 달래는 일까지 생긴 것이다.

애슐리는 이미 본 영화들 때문에 그를 찾아왔다. 폴라드는 아직 작업 중인 영화 때문에 낙담한다. 학생이 건네는 칭찬에는 그 작품들을 만든 사람에 대한 기대가 있다. 하지만 이전 작품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는다고 해서, 지금 만들고 있는 영화의 문제가 저절로 풀리지는 않는다.

앨런에게도 익숙한 곤경이다. 그는 촬영한 화면을 볼 때는 괜찮다고 생각하다가, 편집에서 여러 조각을 맞추면서 예상대로 되지 않은 부분을 발견하곤 한다고 말했다. 컷을 다시 생각하고 음악을 넣어보지만 실망이 남기도 한다. 창작자가 자기 작품에 만족하는 정도와 관객의 반응이 늘 일치하지 않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래서 폴라드와 애슐리의 만남에는 조금 난처한 재미가 있다. 애슐리는 동경하던 감독에게 가까워졌는데, 가까이서 처음 듣는 것은 그 사람의 낙담이다. 평소에는 완성된 영화를 보고 좋아하면 그만이었을 관객이 제작자의 불안 앞에 앉는다. 멋진 도시에서 멋진 사람을 만나는 하루에도,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할지 알기 어려운 순간이 끼어든다.

실내 그랜드피아노 앞에 트렌치코트 차림의 긴 금발 여자가 서 있고, 흰 셔츠와 느슨한 넥타이 차림의 남자가 피아노 의자에 앉아 올려다본다.

지금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

빗속의 뉴욕을 구경하는 즐거움과, 그 풍경 안에서 서로 말이 어긋나는 코미디를 함께 볼 수 있다. 개츠비는 여자친구와 같은 도시를 바라보고, 애슐리는 좋아하는 영화를 만든 감독을 만난다. 그런데 곁에 있거나 상대의 작품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이 보내는 하루까지 이해하게 되지는 않는다. 화면이 근사할수록 그 안에서 곤란해진 사람들의 대화가 더 궁금해진다.

감상 포인트

◆ 통화 장면의 빛 — 개츠비와 애슐리가 전화로 이야기할 때 두 사람이 놓인 화면을 함께 살펴보자. 얼굴 주위의 밝기와 색이 대화의 내용과 어떻게 어울리는지 볼 만하다. 전화는 멀리 있는 사람의 목소리를 곁에 가져오지만, 화면은 두 사람이 다른 곳에서 다른 하루를 보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로 연락하고 있어도 경험을 그대로 나눌 수는 없다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

◆ 도시를 좋아하는 이유 — 뉴욕에 익숙한 개츠비와 취재 기회를 얻은 애슐리는 각자 기대를 갖고 도시에 온다. 두 사람이 무엇에 관심을 보이는지 따라가면 거리와 실내가 단순한 여행 배경으로만 남지 않는다. 같은 장소를 좋아한다는 말 안에도 익숙한 취향을 즐기려는 마음과 새로운 경험을 해보려는 마음이 섞일 수 있다. 누구와 함께 있는지도 그날의 인상을 바꾼다.

◆ 칭찬을 받는 감독 — 애슐리가 폴라드의 영화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그를 만나는 이유이자 대화의 출발점이다. 그 칭찬을 받는 감독이 정작 자기 작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보자. 관객으로서 좋아한 이유를 말하는 것과 만든 사람의 의심에 답하는 것은 서로 다른 일이다. 애슐리가 인터뷰를 하러 왔다는 처음의 목적을 기억하면, 두 사람의 만남이 얼마나 뜻밖의 방향으로 가는지 느낄 수 있다.

◆ 보기 좋은 풍경, 난처한 대화 — 비 내리는 도시가 주는 낭만적인 인상과 그 안에서 오가는 말을 함께 놓고 보자. 화면이 아름답다고 인물의 하루까지 순조롭지는 않다. 기다리던 만남이 예상하지 못한 고민을 들려줄 수도 있고, 좋은 뜻으로 한 말이 상대의 기분을 풀어주지 못할 수도 있다. 근사한 배경과 사소한 곤란이 한 장면에 머무를 때 생기는 코미디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도시 실루엣 앞 빨간 우산이 두 인물의 얼굴과 몸통을 가리는 홍보 키아트. 우산 아래로 베이지색 바지와 보라색 하의가 보이며 오른쪽에는 새 그림이 있다.

관련 작품

◆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2019, 셀린 시아마) — 클레르 마통의 촬영은 밤에도 얼굴의 색과 표정이 보이도록 빛을 다듬는다. 뉴욕의 연인에게 다른 빛을 주는 스토라로의 선택과 나란히 보면, 조명이 장소의 분위기와 인물의 얼굴 중 무엇에 관심을 기울이게 하는지 비교할 수 있다.

◆ 미드나잇 인 파리 (2011, 우디 앨런) — 파리를 사랑하는 남자가 자신과 다른 삶을 동경한다. 도시를 마음에 들어 하는 이유와 그곳에서 실제로 겪는 일이 얼마나 다른지 따라가볼 수 있다. 개츠비의 뉴욕에 이어, 누군가가 꿈꾸던 도시의 모습을 살펴보기에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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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