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은 둘인데 주연 배우는 넷이다. 아비바에서는 아비바와 이든을 각각 남녀 배우가 나눠 연기한다. 새로운 연적이 끼어든 것도, 시간이 흘러 배우가 바뀐 것도 아니다. 서로 다른 …
연인은 둘인데 주연 배우는 넷이다. 아비바에서는 아비바와 이든을 각각 남녀 배우가 나눠 연기한다. 새로운 연적이 끼어든 것도, 시간이 흘러 배우가 바뀐 것도 아니다. 서로 다른 두 배우가 한 인물의 마음을 나눠 보여주는 것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관객에게 이 약속을 알려준다. 출연자가 카메라를 향해 말하고, 한 인물을 나눠 맡는 방식을 설명한다. 비밀을 뒤늦게 알아맞힐 필요는 없다. 누가 누구인지만 익히고 나면, 두 연인의 다툼뿐 아니라 각자의 마음속 갈등도 눈앞에서 보게 된다. 상대와 싸우던 사람이 자기 안의 다른 목소리와도 부딪힌다.
이야기의 출발은 간단하다. 파리의 아비바와 뉴욕의 이든이 온라인에서 알게 되고, 아비바가 바다를 건너와 관계를 시작한다. 오래 연락해온 사람과 같은 공간에 살면 처음에는 몰랐던 면이 보인다. 이 점만 놓고 보면 낯익은 사랑 이야기다.
그런데 「아비바」에서는 상대의 낯선 면이 다른 배우의 몸으로 나타난다. 아비바를 맡은 지나 진첸코와 오르 슈라이버, 이든을 맡은 테일러 필립스와 바비 진 스미스가 관계를 여러 조합으로 보여준다. 몸이 달라지면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장면의 인상도 바뀐다. 우리가 사랑의 장면을 볼 때 인물의 말 외에 얼마나 많은 것을 보고 있는지 드러난다.
보아즈 야킨은 연인과 갈등한다고 생각할 때 사실은 자기 자신과 싸우는 경우에 관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가까워지고 싶으면서도 혼자 있고 싶고, 이해받기를 바라면서 정작 무슨 마음인지 설명하기는 싫을 수 있다. 「아비바」는 그런 마음을 혼잣말로만 들려주지 않고 마주 볼 수 있는 몸으로 꺼내놓는다.
영화가 이를 남성성과 여성성의 두 측면으로 나눴다고 해서 모든 동작에 성별의 정답을 붙일 필요는 없다. 어느 배우가 그 인물의 진짜 모습인지 가리려 하면, 한 사람에게 모순된 마음이 함께 있다는 설정을 놓치기 쉽다. 서로 어긋난 욕구들이 한 사람의 것일 수 있다는 약속을 받아들이면, 낯설었던 장면도 따라가기 쉬워진다.
춤이 나오는 영화에서 잠깐 이야기가 멈추고 공연이 시작됐다고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아비바」의 안무를 맡은 바비 진 스미스는 그런 구분이 생기지 않기를 바랐다. 그는 인터뷰에서 동작을 더 만드는 일보다 왜 그 인물이 움직여야 하는지를 묻는 일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춤을 볼 때는 잘 추는지 감탄한 다음에 한 번 더 볼 것이 있다. 두 사람 사이의 간격이다. 몸이 가까워졌다고 해서 마음도 편안해 보이는지, 함께 움직일 때 누가 상대의 속도에 맞추는지. 연인의 대화에서 목소리 크기와 말이 끊기는 순간을 듣듯 몸 사이에서도 관계를 읽을 수 있다.
스미스가 먼 곳으로 이동하는 경험을 마임과 춤으로 펼치는 대목은 그 가능성을 잘 보여준다. 여행의 각 단계를 다른 장소에서 찍어 이어 붙이는 대신, 한 배우의 몸짓으로 여정을 보여준다. 장소를 보여주지 않아도 동작만으로 이동하는 경험을 전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야킨은 안무가 들어갈 자리와 그 장면이 전할 감정을 각본에 적었지만, 실제로 어떤 움직임이 될지는 스미스와 무용수들이 만들어갔다고 말했다. 대사와 줄거리만으로는 원고 안에 다 담을 수 없었던 영화인 셈이다. 몸의 무게와 속도, 가까이에서 잡히는 작은 움직임이 그 나머지를 채운다.
「아비바」를 보는 동안 모든 장면을 한 문장으로 설명할 필요는 없다. 서로를 바라보는 몸이 달라졌을 때 무엇이 달라 보였는지, 어떤 움직임에서 관계가 더 가까워졌다고 느꼈는지 기억해두면 된다. 사랑에 관한 말은 비슷비슷해도 사람마다 손을 뻗고 거두는 방식은 다르다. 이 영화는 그 차이를 볼 시간을 준다.
연애의 감정을 대사 밖에서 만나보고 싶을 때 어울린다. 현대무용 지식이 없어도 인물 사이의 거리와 움직임을 따라갈 수 있다. 성적 장면과 전신 노출이 직접적으로 표현되는 성인 관객 대상 작품이다.
◆ 한 인물을 맡은 두 배우 — 아비바와 이든을 각각 남녀 배우가 나눠 맡는다. 어느 쪽이 진짜인지 고르기보다, 두 배우가 같은 인물의 엇갈리는 마음을 어떻게 보여주는지 따라가보자.
◆ 가까이 있는 두 몸 — 함께 있는 배우가 바뀌면 두 사람 사이의 거리와 자세도 다르게 보인다. 몸은 가까운데 편안해 보이지 않는 순간이 있다면, 무엇 때문에 그렇게 느꼈는지 살펴볼 만하다.
◆ 함께 움직이는 속도 — 둘이 춤출 때 누가 먼저 움직이고 누가 따라가는지 보자. 같은 동작을 하더라도 속도에 맞춰주는 모습과 상대를 이끄는 모습은 관계를 다르게 느끼게 한다.
◆ 대화에서 춤으로 — 춤이 시작되기 직전에 두 사람이 어떤 감정을 주고받았는지 기억해두자. 안무를 별도의 공연으로만 보기보다, 말로 끝내지 못한 감정이 움직임에서 어떻게 이어지는지 볼 수 있다.
◆ 욕망의 모호한 대상 (1977, 루이스 부뉘엘) — 한 인물을 두 배우가 연기하는 또 다른 사례다. 야킨이 직접 언급한 선례이며, 같은 설정이 전혀 다른 관계의 인상을 만드는지 비교할 수 있다.
◆ 피나 (2011, 빔 벤더스) — 피나 바우슈의 춤을 무용수들의 몸으로 만난다. 대사로 정리하기 어려운 감정이 움직임과 공간으로 전해지는 경험을 이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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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