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말의 네 발이 한꺼번에 땅에서 떨어지는 순간이 있을까. 너무 빨리 움직여 맨눈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19세기 사진가 에드워드 마이브리지는 여러 대의 카메라로 말…
달리는 말의 네 발이 한꺼번에 땅에서 떨어지는 순간이 있을까. 너무 빨리 움직여 맨눈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19세기 사진가 에드워드 마이브리지는 여러 대의 카메라로 말의 동작을 연달아 찍어 답을 찾았다. 에드워드는 이 실험으로 유명해진 사진가를 주인공으로 삼는다. 영화가 관심을 두는 것은 사진에 남은 성과뿐 아니라, 그 사진을 찍느라 주위 사람들과 거듭 부딪쳤던 한 남자의 생활이다.
실험을 의뢰한 사람은 경주마를 기르던 릴런드 스탠퍼드였다. 그는 말이 달릴 때 발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정확히 알고 싶어 했다. 마이브리지는 1878년 팔로알토에서 촬영한 연속 사진으로 네 발이 모두 공중에 뜨는 순간을 보여줬다. 말의 다리는 앞뒤로 길게 뻗어 있을 때가 아니라 몸 아래로 모였을 때 땅에서 떨어져 있었다.
사진 한 장에는 특정한 자세만 남지만, 여러 장을 순서대로 놓으면 한 동작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살필 수 있다. 앞발을 내딛고 뒷발을 당기는 순서를 멈춰서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이브리지의 관심은 말에서 사람과 다른 동물의 움직임으로 넓어진다. 영화에서도 걷고 돌아서는 평범한 동작이 촬영을 위해 준비하고 반복해야 하는 일이 된다.
이때 흥미로운 것은 사진가에게 필요한 것과 카메라 앞에 선 사람의 경험이 같지 않다는 점이다. 사진가는 원하는 동작이 정확히 찍히기를 바란다. 그러나 촬영에 참여하는 사람은 몸을 움직이고, 요구를 듣고, 기다려야 한다. 완성된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던 수고다. 촬영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에서는 사진가의 성과에 얼마나 많은 사람의 협조가 필요했는지 알게 된다.
카일 라이드아웃 감독과 공동 각본가 조시 엡스타인은 마이브리지를 다룬 연극에 배우로 참여한 뒤 영화화를 추진했다. 무대에서 사람의 몸으로 표현했던 움직임을 이번에는 카메라와 편집으로 보여줄 수 있었다.
영화에는 동작을 느리게 보여주는 슬로모션과 긴 시간의 변화를 짧게 압축하는 타임랩스가 쓰인다. 중간 동작을 건너뛰는 편집도 등장한다. 느린 화면에서는 평소 놓치던 자세가 보이고, 빠른 화면에서는 움직임이 또 다른 리듬을 갖는다. 마이브리지의 연구를 설명하는 동안 영화 자체도 속도를 바꿔가며 보는 즐거움을 만든다.
덕분에 이 작품은 사진의 역사에 관한 사전 지식이 없어도 따라갈 수 있다. 촬영을 준비하는 모습과 그 결과를 번갈아 보면, 왜 사진 한 벌에 그토록 많은 노력을 들이는지 이해하게 된다. 다만 실험이 흥미로워질수록 다른 질문도 생긴다. 주인공이 원하는 사진을 얻는 동안, 그와 함께 사는 사람은 무엇을 감당하고 있을까.
마이클 에클런드가 연기하는 마이브리지는 일을 향한 열정과 질투심을 함께 지닌 인물이다. 아내 플로라에게 애정을 느끼면서도 작업에 몰두하고, 가까운 관계에서 불안을 드러낸다. 사진가의 뛰어난 관찰력이 부부 사이의 이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움직임을 세밀하게 분석할 줄 아는 사람이 곁에 있는 사람의 마음은 오해할 수 있다.
에클런드는 인터뷰에서 플로라와 마이브리지 사이에 그의 작업이 끼어드는 관계가 영화의 중심이라고 설명했다. 마이브리지에게 촬영은 미룰 수 없는 일이다. 플로라에게는 자신보다 일이 늘 먼저라는 경험이 쌓인다. 관객은 한쪽의 몰두를 이해한 뒤에도 다른 쪽의 서운함을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
이 인물을 실제 마이브리지와 그대로 겹쳐보는 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에클런드는 배역을 준비할 때 사진 작업에 비해 사생활을 알려주는 기록이 적었다고 말했다. 영화 속 성격과 부부의 관계에는 제작진의 해석이 들어 있다. 기록으로 남은 업적을 바탕으로, 그 일을 한 사람이 가까이에서 어떤 모습이었을지 구성한 전기영화다.
처음 말 사진을 볼 때는 동작을 정확히 포착한 솜씨에 눈이 간다. 영화는 그 사진을 찍은 남자 곁에 플로라를 세워둔다. 주인공의 성과를 충분히 보여주면서도, 그 성과만으로 그의 행동을 모두 납득시키려 하지는 않는다. 멋진 사진을 남겼다는 사실과 좋은 남편이었다는 평가는 따로 내려야 한다.
사진가의 업적을 듣는 것보다 그가 사진을 얻는 과정을 보고 싶은 관객에게 어울린다. 촬영을 준비하는 수고와 화면의 속도를 바꾸는 재미가 함께 있고, 부부의 관계는 그 작업을 다른 관점에서 보게 한다. 마이브리지의 사진을 처음 접해도, 일에 몰두하는 사람이 가까운 사람과 부딪치는 이유는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 말의 발을 담은 연속 사진 — 말이 달리는 모습을 한 장씩 나눠 찍으면 발의 위치를 비교할 수 있다. 평소 한 동작으로 보던 움직임에서 어떤 차이가 드러나는지 살펴보면 사진가가 실험에 매달린 이유가 분명해진다.
◆ 빠른 화면과 느린 화면 — 영화는 시간을 압축해 보여주기도 하고 동작을 천천히 펼쳐 보이기도 한다. 같은 몸짓도 속도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는 점을 느끼면, 촬영과 편집 자체의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
◆ 카메라 앞에서 움직이는 사람들 — 완성된 사진과 그 사진을 찍기 위해 몸을 움직이는 사람을 함께 보자. 사진가가 원하는 정확한 동작을 얻는 일에 다른 사람의 수고가 얼마나 필요한지 드러난다.
◆ 플로라가 보는 마이브리지 — 주인공이 촬영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와 아내가 서운해하는 이유를 함께 따라가볼 만하다. 같은 작업이 사진가에게는 성취의 기회이고 배우자에게는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 욕망 (1966,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 사진을 확대할수록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나타난다. 카메라가 더 많은 것을 보여준다고 확신도 함께 커지는지 생각하게 한다.
◆ 휴고 (2011, 마틴 스코세이지) — 기계와 영사 장치를 둘러싼 모험이 영화의 기억으로 이어진다. 움직이는 이미지를 처음 만나는 듯한 즐거움을 이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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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