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는 할리우드가 만들어낸 장르가 아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이후 할리우드가 이 장르의 공식을 독점했다. 운명적 만남, 오해와 화해, 행복한 결말로 이루어진 이 공식…
로맨틱 코미디는 할리우드가 만들어낸 장르가 아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이후 할리우드가 이 장르의 공식을 독점했다. 운명적 만남, 오해와 화해, 행복한 결말로 이루어진 이 공식은 전 세계에 수출되었고, 대부분의 국가에서 모방되었다. 알리체 필리피의 나의 흑역사 로맨티카는 이 공식을 사용하면서도 이탈리아적 감수성으로 비튼다. 뉴욕영화아카데미에서 훈련받은 필리피는 할리우드의 구조적 효율성을 이해하면서도, 이탈리아 영화의 감성적 여유를 포기하지 않는다. 이 이중적 위치가 그녀의 데뷔작에 독특한 색채를 부여한다.

알리체 필리피는 뉴욕영화아카데미에서 영화를 공부했다. 미국식 스토리텔링의 핵심인 3막 구조, 캐릭터 아크, 효율적 페이싱을 체화한 뒤 이탈리아로 돌아왔다. 이 경험이 나의 흑역사 로맨티카에서 양면적으로 작용한다. 영화의 서사 구조는 할리우드적으로 탄탄하면서도, 감정의 질감은 이탈리아적으로 부드럽다.
할리우드 롬콤에서 캐릭터는 대개 목표 지향적이며, 주인공에게 명확한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향한 여정이 서사를 추동한다. 마르타에게도 목표가 있다. 가장 잘생긴 남자와 사랑에 빠지겠다는 것이다. 이 목표의 명확성이 할리우드적이다. 그러나 그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마르타가 경험하는 감정의 다양성, 즉 자기 의심과 친구와의 유대, 질병을 두려워하는 마음은 할리우드 공식의 틀을 넘어선다.
이탈리아 로맨틱 코미디의 전통은 결코 빈약하지 않다. 1960년대 이탈리아 코미디(commedia all'italiana)의 유산인 사회적 관찰, 인간적 유머, 달콤한 것과 쓴 것의 혼합(agrodolce)이 이탈리아 롬콤의 DNA다. 필리피는 이 전통을 직접 참조하지는 않지만, 이탈리아인이라 자연스럽게 이 감수성을 체화하고 있다.
소설 원작의 존재가 필리피의 각색 능력을 시험했다. 엘레오노라 가게로의 동명 소설은 청소년 독자를 대상으로 한 작품으로, 필리피는 이것을 극장 관객에게 적합한 형태로 확장해야 했다. 원작의 순수한 에너지를 유지하면서 성인 관객에게도 호소할 수 있는 깊이를 더하는 균형이 필리피의 첫 번째 도전이었고,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앙코르 피우 벨로》(2021)와 《셈프레 피우 벨로》(2022) 등 속편 두 편이 제작되었다는 사실은, 이 프랜차이즈가 이탈리아 관객에게 호소력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한다. 데뷔 감독이 시리즈를 이끌어가는 것은 이탈리아 영화 산업에서 드문 신뢰의 표현이다.

할리우드의 질병 로맨스와 유럽의 질병 로맨스는 질병을 다루는 온도가 다르다. 할리우드의 대표적 질병 로맨스인 안녕, 헤이즐(2014)에서 질병은 서사의 중심이며, 감정의 극대화 장치로 기능한다. 눈물의 양이 영화의 성공 척도가 된다. 유럽의 접근은 다르다. 질병은 삶의 일부로 다뤄지며, 서사의 중심보다는 배경에 놓인다.
나의 흑역사 로맨티카에서 마르타의 낭성섬유증은 그녀의 일상의 일부다. 약을 먹고, 병원에 가고, 체력의 한계를 느끼는 것. 이 일상적 처리가 질병을 신비화하지 않으면서 현실적으로 제시한다. 마르타는 질병과 함께 살아가는 인물이다.
필리피의 이 접근은 낭성섬유증 환자 커뮤니티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되었다. 질병을 가진 사람이 비극적 인물이 아닌 코미디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 자체가 재현의 확장이다. 마르타가 웃고, 사랑하고, 모험하는 것은 질병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 너머의 삶을 긍정하는 것이다.
이 접근이 미국식 질병 서사의 감상성에 피로를 느끼는 관객에게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다. 눈물 대신 웃음을, 동정 대신 응원을 선택한 이 영화의 톤은, 질병을 대하는 서사적 태도의 대안을 제시한다.
여성 감독이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 때, 시선의 위치가 달라진다. 남성 감독의 롬콤에서 여주인공은 종종 욕망의 대상으로 제시되며, 관객과 남자 주인공이 바라보는 존재로 기능한다. 필리피의 영화에서 마르타는 바라보는 주체다. 그녀가 아르투로를 발견하고, 접근하고, 추구한다. 시선의 주체가 여성이 됨으로써, 로맨틱 코미디의 권력 구조가 뒤집힌다.
마르타라는 캐릭터의 설정이 이 시선의 전환을 더 강화한다. 마르타는 사회적 기준에서 '매력적이지 않은' 여성으로, 질병을 앓고, 외모에 자신감이 없으며, 사회적 지위가 높지 않다. 그런 여성이 욕망의 주체가 되는 것은 장르의 관습에 맞선 도전이다. 할리우드 롬콤에서 여주인공은 대개 이미 매력적이지만 자신이 모르는 설정(안경을 벗으면 미인)인데, 마르타의 경우 이 클리셰가 작동하지 않는다. 그녀는 변신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사랑을 추구한다.
2020년 로마영화제에서의 공개와 이탈리아 은리본상 후보 지명은 필리피의 데뷔를 국내 영화계가 인정했음을 보여준다. 코로나 봉쇄로 극장 운영이 중단되면서 흥행이 제한되었지만,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더 넓은 관객에게 도달했다. 이 디지털 유통이 필리피의 영화를 이탈리아 밖의 관객에게도 전달하는 통로가 되었다.

로맨틱 코미디는 죽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할리우드의 롬콤이 스트리밍 플랫폼의 하위 장르로 전락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유럽에서 롬콤은 다른 형태로 살아 있다. 나의 흑역사 로맨티카는 이탈리아적 감수성이 이 장르에 어떤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질병, 자기 긍정, 우정이라는 요소가 할리우드 공식의 단조로움을 깨뜨린다.
필리피라는 신인 감독의 존재는 이탈리아 영화의 미래에 긍정적인 신호다. 미국에서 훈련받고 이탈리아에서 영화를 만드는 이 이중적 경험이, 글로벌 관객에게 가닿으면서도 지역적 특수성을 유지하는 영화를 가능하게 한다.
◆ 할리우드 롬콤 공식과의 비교 — 설정, 전개, 위기, 해결이라는 3막 구조가 어떻게 유지되면서도 이탈리아적 변주가 더해지는지 관찰하라.
◆ 마르타의 질병 장면과 코미디 장면의 교차 — 무거운 순간과 가벼운 순간이 어떤 패턴으로 배치되는지. 이 배치가 관객의 감정을 어떻게 조절하는지.
◆ 루도비카 프란체스코니의 에너지 — 데뷔작에서 이 정도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배우는 드물다. 그녀의 에너지가 영화 전체를 지탱하는 방식에 주목하라.
◆ 이탈리아 도시 풍경의 활용 — 로맨스의 배경이 되는 이탈리아 도시가 어떻게 촬영되는지. 관광적 시선과 일상적 시선의 차이.
◆ 에브리데이 (2018) — 형태를 넘어선 사랑을 그리는 로맨스. 매일 다른 몸으로 깨어나는 존재를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가, 있는 그대로의 자기로 사랑을 추구하는 마르타의 태도와 공명한다.
◆ 프렌치 수프 (2023, 트란 안 흥) — 유럽 로맨스의 또 다른 질감. 마르타의 에너지 넘치는 사랑과 대비되는, 조용하고 감각적인 사랑의 표현.
◆ 체실 비치에서 (2017) — 절제와 침묵으로 빚어진 유럽식 로맨스. 프렌치 수프와 나란히, 할리우드와는 다른 온도의 사랑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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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AI 도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